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지난달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하며 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 대금 유입이 크게 늘면서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자금 유동성이 풍부해졌고, 이에 따라 한국은행에 예치된 외화예수금이 급증한 것이 주요 배경으로 분석됐된다. 외화자산 운용수익과 기타 통화 자산의 달러 환산액 증가도 외환보유액 확대에 힘을 보탰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6년 8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422억8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143억3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는 1971년 월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으로, 종전 기록인 2009년 5월의 142억9000만 달러를 4000만 달러 웃도는 수준이다. 외환보유액 규모 자체도 2022년 5월 이후 가장 높아졌다.
이번 증가의 핵심 요인은 금융기관 외화예수금의 급증이다. 외화예수금이란 시중은행이 한국은행에 지급준비금 형태로 예치한 외화자금을 의미한다.
최근 반도체 수출 호조로 기업들이 경상대금을 대거 달러로 수취하면서 외국환은행의 외화예금이 크게 늘었고, 이 자금이 다시 한국은행 예치금으로 이동했다. 실제로 7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은 1283억4000만 달러로 한 달 새 150억1000만 달러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기업예금이 135억7000만 달러 늘어 전체 증가분 대부분을 차지했다.
달러화 약세도 외환보유액 증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8월 달러인덱스(DXY)는 한 달 새 0.2% 하락했으며, 달러 대비 유로화·파운드화·호주달러화 가치가 각각 0.5%, 0.5%, 1.9% 상승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기타 통화로 보유한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증가해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자산 구성별로 보면 유가증권이 3870억7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70억7000만 달러 증가해 전체 외환보유액의 87.5%를 차지했다. 예치금은 71억7000만 달러 늘어난 303억 달러로 집계됐으며,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은 157억7000만 달러로 6000만 달러 증가했다. IMF 포지션은 43억4000만 달러로 3000만 달러 늘었고, 금 보유액은 47억9000만 달러로 지난달과 같았다.
외환보유액은 올해 들어 환율 변동과 시장 안정화 조치 등으로 증감을 반복해 왔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는 감소했지만 2월 증가 후 3월 다시 급감하는 등 최근 몇개월 사이에 변동성이 컸다. 그러나 6월부터 8월까지 석 달 연속 증가하며 지난해 말 대비 142억3000만 달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이번 달부터 국가별 외환보유액 순위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외환보유액 규모 자체가 대외 건전성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인 반면, 순위는 국가별 외환보유액 변동에 따라 매달 크게 달라져 불필요한 해석과 오해를 낳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국은 지난 6월 기준 외환보유액 세계 10위를 기록했으며, 7월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수출 회복과 기업 외화자금 유입 증가가 역대 최대의 외환보유액 확대를 이룬 가운데 향후 글로벌 환율 환경과 수출 흐름이 외환보유액 추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