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북 지역을 휩쓴 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재난 이후 삶과 회복 과정을 담은 증언집이 출간됐다.
그린피스는 경북 영덕군 지품면 신안리 산불 이재민 12명의 이야기를 기록한 증언집 ‘재난을 살아내는 중입니다’를 출간했다고 2일 밝혔다.
증언집은 그린피스가 조직한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이 6개월 동안 매달 신안리 마을을 찾아 이재민들을 만나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제작됐다. 기후재난 시민대응단은 폭염과 산불 등 기후변화로 심화하는 재난 현장을 찾아 이재민의 회복을 돕고 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시민 네트워크다.
지난해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은 축구장 약 14만개에 해당하는 면적을 태우며 영덕군 지품면 신안리 마을까지 덮쳤다. 불길이 마을을 휩쓰는 데는 불과 3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증언집은 당시 산불 상황뿐 아니라 재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이재민들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책에 등장하는 12명의 이재민은 ‘밝게 웃지만 잠을 잃은 사람’, ‘혼자 있는 밤이 무서운 사람’, ‘다시 심고, 고치고, 움직이는 사람’ 등으로 소개된다.
이들이 산불로 잃은 것은 단순히 주택과 재산만이 아니었다. 집과 함께 사라진 과일나무에는 가족과 함께했던 추억이 있었고, 불타버린 농작물과 나무는 오랜 기간 삶을 지탱해 온 생계 수단이었다.
이재민들의 증언에는 화재 당시 긴박했던 상황도 담겼다. 일부 주민들은 산이 불타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발 앞까지 불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피했다. 경보 사이렌이 울리지 않은 상황에서 홀로 사는 주민이나 거동이 불편한 이웃을 확인하고 대피를 도운 것은 마을 공동체였다고 증언했다.
책은 행정에서 말하는 ‘복구 완료’와 이재민이 체감하는 ‘일상 회복’ 사이에도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산불 발생 당시 ‘금방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주민 가운데 일부는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임시 거주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특히 초기 대피 과정에서 피해 조사 방법과 지원 절차, 임시 거주시설 이용 기간, 주택 복귀 시점 등을 체계적으로 안내받지 못하면서 주민들이 혼란을 겪었다는 증언도 담겼다.
재난 이후 심리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재민 상당수는 여전히 불타는 꿈을 꾸거나 화재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자신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증언했다.
경제적 보상 역시 실제 피해와 생계 회복에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과수 농가의 경우 불에 탄 나무에 대한 보상을 받아 새로운 묘목을 심을 수 있지만, 묘목이 자라 다시 수익을 낼 정도가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단순한 나무 한 그루의 가격이 아니라 장기간 발생하는 소득 손실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언집은 재난 복구 과정에서 공동체 회복의 중요성도 조명했다. 주민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여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재난 이전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장기적인 일상 회복에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재난 복구를 경제적 보상이나 시설 재건 등 물리적 복구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담았다.
그린피스는 증언집 출간을 계기로 전국에서 북콘서트도 진행하고 있다. 대전과 대구, 서울에서 행사를 개최했으며 오는 11일과 12일에는 각각 진주와 울산에서 북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증언집을 기획한 김선률 그린피스 시민참여 캠페이너는 “기후재난과 그 이후의 삶에 관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시민이 직접 동료 시민에게 전달하는 것을 주안점으로 뒀다”며 “기후재난의 실상과 이후 회복 과정에 존재하는 법적·제도적 공백을 시민의 힘으로 변화시킬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영덕도서관을 비롯한 전국 184개 도서관에 증언집을 배포했다. 평산책방과 풀무질, 당인리 책발전소 등 독립서점에도 전달했으며 전자책 플랫폼을 통해서도 볼 수 있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