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생태민감지역 회피·지역 생태데이터 활용·주민참여 강화가 핵심”
-계획입지는 선언 아닌 실행 차원....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의 역할 재설계 필요
어제(31일) 국회에서 열린 '기본계획-100GW를 어디에 지을 것인가’라는 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역 생태계 보전, 주민 수용성 확보를 동시에 달성해야만 진정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계영 기후에너지환경부 재생에너지정책과 사무관은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계획입지 정책’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을 목표로 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획은 정부 주도의 정책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체계적으로 확대하고 국가 에너지 시스템을 전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목표 달성, 호남권 반도체 및 AIDC(대규모 데이터센터) 추가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 취약한 에너지 안보,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9.8%) 등의 주요 과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4대 입지·초대형 단지'로 공급 기반 강화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 10년간 1.8%에서 9.8%로 늘었으나, 여전히 OECD 평균(34.4%)보다 크게 낮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보급(세계 10위권 진입)을 달성하고, 2035년에는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추진 전략은 보급 확대, 비용 저감, 산업경쟁력 강화, 국민 체감도 제고, 거버넌스 구축 등 다섯 가지다. 특히 보급 확대 측면에서는 계통 여유 지역을 활용한 초대형 플래그십 단지 조성, 4대 정책입지 발굴,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산 등을 통해 공급 기반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태양광 87GW 확대, 육상풍력 6%, 해상풍력 3%, 수력·바이오 등 기타 4%로 원별 비중을 설정했다. 계획에서 ‘입지’가 강조된 이유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로 막아온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계통과 수요의 불일치, 이격거리 조례 난립, 인허가 지연, 주민 수용성 갈등, 공공 주도의 입지 발굴 체계 부재 등이 대표적이다.
◇'초대형 플래그십·4대 입지' 중심 전환…호남 송전 병목 풀고 '지산지소' 구현
정부는 기존의 유휴 부지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국가가 직접 전략 입지를 발굴하고 계통과 연계해 설계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태양광 87GW 중 신규(56.2GW)는 초대형 플래그십 단지(12GW), 4대 정책입지(37GW), 기타 유휴공간(7.2GW)으로 구성된다. 플래그십 단지는 계통 여유지역, 간척지, 영농형 태양광, 접경지역, 대규모 유휴부지 등을 중심으로 조성되며, 호남권 송전 병목 해소와 생산지와 소비지를 일치시키는 ‘지산지소’ 모델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정부는 부처·공기업 전담 조직을 구성해 후보지 발굴, 인허가 지원, 계통 접속 관리 등을 수행하고 프로젝트 관리 지원단도 운영할 계획이다.
4대 정책입지에는 산업단지·공장지붕(19GW), 영농형·수상형(11.1GW), 도로·철도·농수로(4.4GW), 학교·주차장·전통시장(2.5GW) 등 총 44.2GW 규모의 태양광이 집중된다. 또 풍력 분야에서는 육상풍력을 공공 주도 계획입지 방식으로 전환해 2030년까지 6GW를 확보하고, 해상풍력은 향후 10년간 매년 4GW 이상을 입찰해 총 55GW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범부처 계획입지제도를 도입해 입지·계통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입지 제도 기반을 강화한다. ‘햇빛·바람 소득마을’과 연계해 주민 수용성을 높이며, 중앙과 지방정부가 함께 입지 발굴해 재생에너지를 국가 전략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박 사무관은 “국가가 단순히 보급 확대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입지를 발굴하고 계통과 함께 설계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기국가로 거듭나겠다”고 설명했다.
◇“호남 포화·수도권 고지대 한계”…'발전지구 지정'과 '선제 지원' 제안
신재은 (재)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장은 현행 입지 정책의 모호성과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신 연구소장은 “기본계획 내 입지계획은 아직도 불명확하다”며, "공공주차장·유휴부지 중심의 지역별 보급 계획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자체가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심각한 갈등과 민원을 겪어온 데다, 최근 규제 해소 요구까지 더해져 행정 부담이 가증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 소장은 행정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전문기관 중심의 명확한 부지 발굴과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생태계 훼손을 막기 위해 철새 도래지·서식지(서해안 간척지, 담수호 등)와 DMZ 접경지역 등 생태 민감 지역은 사전에 회피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높은 호남은 전력망이 포화 상태이고, 수도권 인근은 지대가 높아 부지 확보가 어렵다”며, 이에 대하 해결책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지구 지정을 통해 전력망 입지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선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본계획의 입지 정책을 기후부 중심의 다각적 거버넌스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권역별 실무협의체와 지원단을 구성하고, 생태계 우수지역 회피, 지역 생태 데이터 활용, 수요지 거리 등 구체적 기준을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충분한 후보지 확보와 공간계획 수립 의무화와 통해 에너지·생태·도시계획·갈등조정 전문가가 참여하는 폭넓은 거버넌스를 구축을 제안했다.
◇생물다양성·지역사회 고려한 재생에너지 입지 설계 필요해
이어 진행된 토론은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이 좌장을 맡았다. 토론자로는 박은정 녹색연합 정책팀 팀장, 고재경 경기연구원 기후환경에너지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정옥식 충남연구원 환경에너지생태연구팀 선임연구위원, 이재혁 한국환경연구원 생활환경사회연구실 실장 등이 참여했다.
박은정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이 수요 감축과 생태적 기준 등 핵심 원칙을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100GW 확대 목표가 실제 전력수요 감축과 연계되지 않은 점을 꼬집으며, "대규모 전력 소비 정책과 신규 핵발전소 검토로 인해 기후·에너지 정책이 신산업 육성의 보조수단으로 전략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계획입지 단계에서 회피지역과 개발가능지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생태 민감 지역을 반드시 회피하는 공공성 중심의 제도 운영을 강조했다.
또 정부가 대규모 입지로 제시한 시화·화옹 간척지, 접경지역, 산불 피해 지역 등은 생태 훼손 우려가 크며, 특히 시화·화옹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EAAF)의 핵심 기착지로 지역사회 반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단지 조성 단계에서 태양광 설치 계획을 의무화하고, 유휴부지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재생에너지 확대는 수요 감축, 지역분산·자립, 에너지 민주주의·정의의 원칙에 따라야 하며, 석탄·핵·가스 발전소 폐쇄와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총량보다 설치 가능한 공간 기반 100GW 중요”
고재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2030년 100GW 보급 목표와 공공 중심의 ‘계획입지’ 체계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생태민감지역 회피와 거버넌스 강화 등 절차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단순한 총량 목표를 멈어 실제 설치 가능한 공간 기반의 100GW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대규모 태양광은 추가 보급을 위해 토지 이용·환경성·주민 수용성·계통 접속 등 복합 조건 충족이 필수적이라고며, 후보지 발굴부터 상업 운전까지 단계별 물량과 책임 주체를 명확히 설정해 병목 지점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지역별 목표는 중앙정부의 일방적 할당이 아닌, 지역의 잠재량·전력수요·계통·토지 여건을 반영한 실행 목표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100GW 정책의 성과를 허가가 아닌, 실제 전력 생산 기준으로 평가하고, 지산지소 원칙도 전력비용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계획입지 개념을 지구형(대규모 태양광·수상형·육상풍력), 분산형(산단·지붕형), 농촌공간계획형(영농형) 등으로 다양화하고, 육상 재생에너지를 뒷받침할 법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방정부의 실행 권한과 정책 수단을 강화하기 위해 목표·권한·재정·데이터·지원체계를 패키지로 설계하고, 정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계획입지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을 위한 제도'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 생태보전·주민참여·계통계획 통합해야
정옥식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 주도의 계획입지 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환경 훼손과 지역 갈등이 없는 정교한 설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입지 선정 과정에서 멸종위기종 분포, 서식지 질, 생태적 연결성 등을 포함한 ‘서식지 가치’를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국가 생태 자료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방정부와 지역 연구기관의 정밀 생태 데이터를 계획입지 단계부터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농지 등 지역 공간의 역사·문화·공동체적 가치를 입지 평가에 반영하고, 입지 발굴 초기부터 전문가·시민사회·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지역의 경험적·생태적 지식을 접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생물다양성 보전은 동시에 달성해야 할 과제"라며 "계획입지 제도가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계획입지, 선정보다 절차 중요
이재혁 한국환경연구원 생활환경사회연구실 실장은 재생에너지 계획입지 논의가 “입지 선정에만 취중되어 있어 “'누가, 어떤 절차로, 어느 시점에 결정할 것인가'에 대한 절차적 질문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한 "2030년까지 신규 태양광 56.2GW를 보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절차 설계가 부재할 경우, 계획입지는 오히려 갈등을 압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실장은 해상풍력(55GW)과 플래그십(12GW) 계획의 불확실성을 지적하며, "지금이 계획입지 제도를 정밀하게 설계할 적기"라고 짚었다.
그는 핵심 과제로 입지·계통·석탄폐지 일정을 통합한 공간계획을 제시하고, 석탄발전 폐지 지역의 기존 계통설비 재활용 가능성을 평가 기준에 포함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전기사업정보시스템에 '시계열 계통여유'와 '예상 출력제어율'을 공개해 현실적인 접속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단계별 환경 검토와 주민 참여를 계획 절차에 포함하기 위해 전국 계획 단계의 회피 기준 마련, 후보지 단계의 예비조사 및 지역활성화 대안 제시, 최종 지정 전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주민 협의 완료 등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중앙·광역·기초지자체 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양광 목표는 시·도(광역)에 배분되지만 인허가 권한은 기초지자체에 있어 책임 공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광역에는 조정 권한을, 기초에는 실행 책임을 부여하고 재정 지원과 연계할 것을 제안했다. 또 산업단지·공장 지붕 19GW 보급을 위해 표준 지붕임대차계약, 구조안전 진단 지원 등 개별 공장 소유주를 위한 구체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계획입지가 단순한 부지 발굴을 넘어 입지·계통·환경·지역사회가 통합된 절차로 설계될 때 갈등을 줄이고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계획입지가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실행을 위한 제도로 정착돼야 한다는 제안이다.
◇ 단순 부지 확보 넘어 '실행 제도'로
이번 토론회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계획입지 제도가 단순한 부지 확보를 넘어 생태계 보전, 지역사회와의 상생, 그리고 전력망의 현실성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실질적인 실행 제도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박지혜 의원실과 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가 함께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