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26’가 내달 독일 베를린에서 막을 올린다.
유럽 가전업계가 수요 부진과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인공지능(AI)과 고효율 가전, 로봇 등을 앞세워 유럽 시장 주도권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IFA 2026은 다음 달 4일부터 8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미래는 지금(The Future Is Now)’을 주제로 열린다. 올해 행사에는 49개국 1900개 이상의 기업과 브랜드가 참가하고, 140여개국에서 22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IFA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와 함께 세계 3대 전자·IT 전시회로 꼽힌다.
글로벌 제조사와 유통업체, 소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신제품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넘어 실제 제품 공급과 판매 전략을 논의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올해부터는 기존 가전 중심 전시에서 AI와 로보틱스, 디지털 헬스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차세대 기술 전시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본격화한다.
특히 이번 IFA에서는 유럽 가전 시장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 업체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유럽 가전 시장 규모는 2496억달러(약 350조원)로 추정된다.
◇반도체·스타트업까지 한국 79개사 출격…IFA서 선보일 'K-테크' 위상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바디프랜드, 쿠쿠, 리벨리온, 퓨리오사AI, 하이퍼엑셀, 한국디자인진흥원, 대전테크노파크, 포항테크노파크 등 79개 기업·단체가 참가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기존 메세 베를린 전시장을 벗어나 베를린 도심의 ‘훔볼트 카레’에 별도 전시장을 마련한다. 1991년 IFA에 처음 참가한 이후 주 전시장을 별도 공간에 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공식 개막 이틀 전인 다음 달 2일부터 유럽 주요 유통업체와 기업간거래(B2B) 고객, 미디어를 대상으로 신제품 발표와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규모 일반 관람객 중심의 전시보다 주요 거래처와의 사업 협력에 무게를 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메세 베를린 18홀에 대규모 전시관을 마련하고 AI 홈을 전면에 내세운다. ‘당신과 조화를 이루는 혁신’을 주제로 가전과 TV, 각종 서비스가 생활 공간 전반에서 연결되는 모습을 구현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처음 공개한 ‘AI 가전 오케스트라’를 한층 고도화해 고객의 생활 패턴을 파악하고 에너지 사용까지 관리하는 AI 홈을 선보인다.
LG전자가 강조해 온 ‘공감지능’을 기반으로 가전기기를 넘어 생활 공간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연결하는 비전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대신 유럽'…IFA 점령한 중국 기업, 참가국 절반 육박
중국 업체들의 공세도 거세다. 올해 IFA 참가를 등록한 중국 업체는 932개로 지난해보다 약 200개 증가했다. 전체 참가 기업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미국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유럽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얼과 하이센스, 메이디, TCL 등 중국 주요 가전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AI와 스마트홈 기술을 결합한 프리미엄 제품군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이센스와 TCL은 최신 TV와 함께 AI·스마트홈을 결합한 미래 주거 콘셉트를 공개한다. 로보락과 에코백스, 드리미 등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들도 신제품을 선보인다.
샤오미는 올해 처음으로 IFA에 참가해 스마트폰과 가전, 모빌리티를 연결하는 AI 생태계를 공개할 예정이다. 유니트리와 애지봇, 딥로보틱스, 엔진AI 등 중국 로봇 업체들도 대거 참가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전시 영역은 가전에서 로보틱스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비용 상승에 가격 경쟁까지…벼랑 끝에 선 유럽 전통 가전업체들
반면 유럽 전통 가전업체들은 에너지·인건비 상승과 주택시장 부진,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 등이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는 연말까지 헝가리 야스베레니 냉장고 공장을 폐쇄할 예정이며, 보쉬와 지멘스 등의 가전 브랜드를 보유한 BSH도 독일 공장 두 곳의 생산을 순차적으로 중단하고 약 1400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밀레 역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에서 최대 27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고 있다.
유럽 업체들은 안방 시장을 지키기 위해 AI와 에너지 효율을 앞세운 프리미엄 제품으로 대응한다. 밀레는 AI 기반 식기세척기와 쿠킹 어시스턴트, 차세대 세탁기·의류건조기, 무선청소기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멘스와 보쉬, 리페르 등 독일 가전업체들도 신제품을 대거 공개한다.
◇엔비디아·AMD 총출동…IFA, 'AI·로보틱스' 무대로 탈바꿈
글로벌 반도체·IT 기업들도 IFA 무대에 오른다. 엔비디아는 컨슈머 테크 데모 쇼케이스를 통해 게이밍과 콘텐츠 창작, AI 분야의 최신 기술을 소개한다. AMD에서는 잭 후인 컴퓨팅·그래픽 사업 총괄 수석부사장이 ‘개인화된 AI의 시대’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로봇 역시 올해 IFA의 핵심 볼거리로 부상할 전망이다. IFA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등장하는 ‘로봇 런웨이’를 새롭게 마련해 AI와 로보틱스를 주요 전시 분야로 부각한다. 음악 공연 등 문화 프로그램도 확대해 젊은 세대와의 접점도 넓힌다.
라이프 린드너 IFA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업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과 제품을 독일 베를린에 모을 것”이라며 혁신 기술과 글로벌 관람객, 유통업체 및 파트너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IFA의 역할을 강조했다.
올해 IFA는 AI를 중심으로 가전과 로봇, 반도체, 디지털 헬스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약 2500억달러 규모의 유럽 가전 시장을 놓고 한국과 중국, 유럽 기업들이 벌이는 주도권 경쟁의 장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