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한국인 근로자 9명이 실종되면서 국내 발전사들이 추진해 온 해외 수력발전 사업의 구조적 위험성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네팔을 포함한 남아시아 산악지역은 풍부한 유량과 큰 낙차를 갖춰 수력발전에 최적지로 평가받아 왔다. 국내 발전사들은 2010년대 초부터 이 지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왔다. 그러나 이번 대형 사고가 난 이후 기후변화로 극한 기상현상이 잦아지면서 사업성뿐 아니라 재난 대응 역량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하고 있다.
이번 홍수 피해를 입은 네팔 어퍼트리슐리-1(UT-1) 프로젝트는 한국남동발전이 2011년부터 개발해 온 216MW 규모의 수력발전 사업이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쪽으로 약 70km 떨어진 라수와 지역 트리슐리강 유역에 조성 중인 이 사업에는 약 9000억원이 투입됐으며, 두산에너빌리티가 설계·조달·시공(EPC)을 맡고 있다. 사업은 히말라야 산악지형의 낙차를 활용하는 수로식 발전 방식으로, 10km 길이의 터널을 통해 340m의 낙폭을 확보해 발전 효율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2022년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이후 공정률이 84%를 넘어서며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26일 갑작스러운 대홍수가 취수시설 대부분을 유실시키면서 공사가 중단됐고, 현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근로자 9명은 홍수 직후 연락이 두절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남아시아 지역에서 확대되고 있는 국내 수력발전 사업 전반에 대한 경고음이라는 의견을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동발전은 파키스탄에서도 굴푸르(102MW), 아스릿케담(229MW), 칼람아스릿(238MW)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른 발전사들도 라오스·인도네시아·파키스탄 등에서 수력발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력발전의 경제성을 높여주는 산악지형이 역으로 자연재해에는 취약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급경사 지형과 대규모 하천 유역에서는 집중호우 시 단시간에 유량이 폭증할 수 있으며, 기후변화로 과거 관측치를 뛰어넘는 극한 강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존 설계 기준이나 재난 대응 체계만으로는 위험을 충분히 관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네팔과 같은 개발도상국은 기상 관측망과 조기경보 체계, 재난 대응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자연재해 발생 시 플랜트 사업이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 인프라 개발 과정에서 현지 정부의 느슨한 인허가 기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한 고강도 자체 안전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발전소 부지뿐 아니라 상류·하류를 포함한 유역 전체를 대상으로 홍수·산사태 등 복합 재난 가능성을 검토하고 사업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안전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일수록 발전 공기업이 자체적으로 ‘광역 재난 위험성 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풍부한 물과 높은 산이 만들어낸 수력발전의 경제성이 기후변화 시대에는 가장 큰 사업 위험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고 있다. 해외 수력발전 사업의 성패를 판단하는 기준도 발전량과 수익성 중심에서 기후 대응 능력은 물론 인명·자산 안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