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뿐 아니라 이를 탑재한 주요 완제품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고강도 관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27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가 반도체 관세 부과 대상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
이는 단순히 칩 자체에 대한 관세를 넘어 노트북, 게임 콘솔, 데이터센터 서버 등 반도체가 핵심 부품으로 들어가는 다양한 제품까지 포함하는 구상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국가별 관세율과 수입 할당량(쿼터)을 설정하고, 글로벌 주요 반도체 제조사에 국가별 맞춤형 지침을 적용하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일정 기간을 두고 관세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으며, 관세율과 적용 방식 등 세부 내용은 향후 수개월 내 상당 부분 수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국 상무장관이 외국 기업의 관세 감면 혜택을 미국 내 반도체 제조 투자와 연계하는 구조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물량의 반도체를 무관세로 들여오도록 허용하면서도, 그 규모를 해당 기업이 미국 내 생산설비 투자와 연계하는 방식이다.
미국 땅 안에서 생산을 약속한 기업에는 일정 수준의 관세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올해 1월 일부 특정 제품을 대상으로 반도체 관세를 우선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때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H200처럼 미국으로 수입된 뒤 다른 국가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당시 “향후 반도체와 그 파생 제품 전반에 대해 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히며 추가 조치도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국과 대만이 올해 1월 체결한 무역 합의에서 이미 예고된 흐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미국은 대만의 2500억 달러(한화 약 345조750억원) 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을 조건으로 상호 관세율을 15%로 낮췄으며, TSMC 등 대만 기업의 미국 내 생산 규모에 비례해 향후 도입될 관세를 일정 부분 면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미국이 관세를 무기 삼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유도하려는 전략적 방향성이라는 평가다.
미국 기술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확대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이미 고급 반도체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가 추가되면 비용 상승과 공급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의 조나단 맥헤일은 “데이터센터 구축은 규모와 비용 면에서 대륙횡단철도 건설에 비유될 만큼 대규모 프로젝트”라며, 관세로 인해 비용이 증가하면 미국 기업들의 투자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반도체 제조의 미국 내 리쇼어링(Reshoring, 생산비와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해외에 생산시설을 이전했던 기업들이 다시 자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현상)이 최우선 과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이 핵심 산업에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확보했다”며, 관세 정책을 통해 국가 안보를 보호하고 미국 내 산업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관세 검토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가속할 수 있는 중대한 정책 변화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아시아에 집중된 첨단 반도체 생산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며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압박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향후 관세 시행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