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물가 상승 압력과 수도권 주택가격, 가계부채, 환율 등 금융안정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준 금리를 두 달 연속 인상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결정을 "호미로 정책 대응을 한 것"이라고 표현하며 향후 더 큰 폭의 긴축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원 7명 가운데 6명이 인상에 찬성했다. 황건일 위원은 2.75%로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한은은 지난 7월에 이어 8월에도 금리를 올리면서 두 달 연속 인상을 단행했다. 이른바 '백투백' 인상은 2022년 4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이어진 7차례 연속 인상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신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연속 금리 인상의 핵심 배경으로 '선제적 대응'을 꼽았다.
신 총재는 "물가 등 거시경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선제적 정책 대응은 뒤늦은 대응에 비해 기대 인플레이션을 조속히 안정시킴으로써 긴축의 강도와 기간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성장 측면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며 "뒤늦게 가래로 막으면 그만큼 비용이 더 크다는 의미로, 저희는 이번에 호미로 정책 대응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가 상승세가 고착된 뒤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서기보다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려 향후 경제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신 총재는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린 데 대해서도 "상당히 관례에서 벗어난 조치"라면서 "일정 폭의 금리 인상을 생각했을 때 이를 앞으로 좀 옮기면서 그만큼 더 효과를 얻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이례적인 연속 인상에 나선 데에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물가 압력이 영향을 미쳤다.
◇7월 물가 2.8% 상승하며 둔화세…한은 목표치인 2%는 여전히 상회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해 6월의 3.2%보다 오름폭이 낮아졌지만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여전히 웃돌았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2.6%를 기록했다. 한은은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을 2.5%로 전망했다.
신 총재는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물가 오름세"라며 "소득 여건 개선과 강한 성장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물가 오름세가 보다 광범위해지고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세도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꼽혔다. 7월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94조8000억원으로 전월보다 5조4000억원 늘어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신 총재는 "선제 대응은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금리로 집값을 잡는 것은 무리겠지만 가파른 주택가격 상승세를 잡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안정 효과도 언급했다. 신 총재는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 "통화정책으로 조기 대응하면 외환시장의 중심을 잡아주고 그만큼 환율 안정에도 기여한다고 생각한다"며 원화가 추가 강세를 보일 경우 높은 수입물가 상승률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보다 강한 경기 회복세 역시 한은의 금리 인상 여력을 뒷받침했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0.7%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 등을 반영한 결과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2.7%를 유지했다.
신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3.3%로 지난 5월 전망에 비해 상당폭 상향 조정했다"며 향후에도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한은은 두 달 연속 금리를 인상한 만큼 앞으로는 정책 효과를 확인하면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조절할 방침이다.
금통위원들의 향후 6개월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에서는 전체 21개 점 가운데 연 3.25%에 10개가 찍혔다. 연 3.50%에는 6개, 현 기준금리와 같은 3.00%에는 5개가 분포했다. 점도표 중간값은 연 3.25%다.
신 총재는 "앞으로 6개월 내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네 차례 있다"며 "점도표 중간값이 3.25%라는 것은 지금보다 한 차례 정도 더 금리를 올리는 완만한 인상 경로를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완만한 인상을 예상하는 이유는 연거푸 두 번 인상한 효과를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기준금리가 3.0%로 올라간 만큼 모든 경제주체에 미치는 여파를 점검하고 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7월과 8월에 이어 오는 10월까지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추가 인상이 단행될 경우 11월이나 내년 초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통위가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기존의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문구를 삭제한 것도 향후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총재는 "국내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에도 유의해야 한다"며 "앞으로 입수되는 데이터를 보면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