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거래소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수료 0원’을 잇따라 선포하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의 양강 선두 체제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중위권 거래소인 코빗과 코인원이 저마다 거래수수료 무료 정책을 내놓으며 점유율 확대에 불씨를 당겼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석 달 만에 8만 달러(한화 약 1억1081만6000원)를 돌파하는 등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는 시점에서, 거래소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수수료 무료 경쟁의 신호탄은 코빗 운영사 디지털엑스가 시작했다. 디지털엑스는 이달 24일 오전 9시부터 1년간 원화마켓 전 종목 거래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했다. 이어 코인원도 26일 오전 11시부터 별도 공지 시까지 모든 종목의 거래 수수료율을 0%로 낮추며 경쟁에 합류했다. 코인원은 웹·앱에서 무료 바우처를 발급받으면 30일간 수수료 없이 거래하도록 했고, 바우처는 횟수 제한 없이 재발급이 가능해 사실상 무기한 무료 거래가 가능한 구조다. 코인원은 이미 오픈 API 거래 수수료도 무료화한 상태로, 일부 서비스를 빼고 대부분의 거래가 무료다.
중위권 거래소들이 소비자 친화적인 혜택을 내세우는 배경에는 정체된 낮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래소 시장에서 업비트가 약 69%, 빗썸이 28%를 차지하며 과점 체제를 형성했지만, 코인원은 2%, 코빗은 0.5%에 그쳤다. 거래량이 곧 수수료 수익과 유동성, 신규 이용자 유입으로 이어지는 거래소 사업 특성상, 중위권 거래소들은 당장의 수익보다 거래량 자체의 확대가 절실해진 이유다. 실제로 코빗은 정책 시행일 기준 24시간 거래대금 점유율이 0.24%에 불과해 수수료 무료화에 따른 손실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거래소들의 전략 변화에는 새로운 대형 주주들의 등장도 영향을 미쳤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코빗의 경영권을 인수했고, 한국투자증권과 OKX벤처스는 코인원의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거래소 이탈도 수수료 경쟁을 촉발했다. 타이거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이후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로 이동한 가상자산 규모는 약 700조원이며, 지난해에만 168조원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에 낸 수수료도 약 5조원으로 추정된다. 중위권 거래소들은 무료 정책으로 해외로 빠진 거래 수요를 되찾는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수수료 무료 정책은 단기간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코빗은 무료화 시행 후 시장 점유율이 기존 0.2%대에서 1%에 근접했다. 코인원도 무료화 기념 이벤트로 총 7만 USDT 상금을 걸고 ‘데일리 거래왕 랭킹전’을 진행 중이다. 비트코인 가격 급등으로 5대 원화거래소의 주간 거래대금이 전주 대비 89% 증가하는 등 무료 정책은 투자자들의 이동을 자극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경쟁이 ‘제 살 깎아먹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거래소는 은행이나 증권사와 달리 수수료 외에 뚜렷한 수익 모델이 부족해 장기간 무료 정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만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디지털엑스와 코인원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만큼 수수료 면제로 단기 거래량을 확대를 넘어 고객 기반과 금융서비스를 거래소와 연결할 가능성도 있다. 무료 수수료로 확보한 이용자를 금융사와의 서비스 연계를 통해 장기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향후 점유율 경쟁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