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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9월 07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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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에너지 산업 현장에 ‘로봇 시대’ 열리나



-한수원, 고방사선 원전 및 수중·밀폐 공간에 지능형 작업로봇 활용
-한전KDN, 활선작업·발전소 화재대응 로봇 공개...전력설비 무인화 추진


 

2024년 6월 24일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아리셀 참사는 고위험 에너지 산업현장에서 안전관리가 무너질 경우 얼마나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고였다.

 

당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리튬전지에 불이 붙은 뒤 화재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이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사고 전 화재·폭발의 전조가 있었음에도 충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 노동자들이 비상구 위치와 작업장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실 등이 드러났다.

 

항소심 재판부도 지난 4월 사고 전조에도 후속 공정을 계속한 점과 화재·폭발 대응 매뉴얼 미비 등을 지적했다.

 

아리셀 참사는 배터리를 비롯한 에너지산업에서 화재와 폭발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얼마나 빠르게 대형 인명사고로 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발전소와 변전소, 배터리 제조시설, 원자력발전소 등 에너지 관련 시설에는 화재뿐 아니라 고전압과 고온·고압, 질식, 추락, 방사선 등 작업자가 노출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요인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 강화와 함께 위험한 작업 자체를 사람이 아닌 기계에 맡기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이 발전소와 변전소를 순찰하고 사람이 직접 수행하던 고압 전선 작업을 대신하는 것은 물론 방사선이 높은 원전 내부와 화재 위험 현장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어서다.

 

그동안 전력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발전량 예측이나 설비진단, 전력망 운영 등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최근에는 AI가 로봇이라는 ‘몸’을 얻어 현실 공간에서 직접 작업하는 ‘피지컬 AI’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 방사선 높은 원전에는 로봇 이미 ‘근무 중’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방사선 구역과 밀폐공간, 수중 등 사람이 작업하기 어려운 원전 구역에 투입하기 위한 지능형 작업로봇을 개발해 일부는 실제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24일 한수원에 따르면 해수배관 점검로봇과 IRWST 수중점검로봇, 방사선 모니터링 로봇 등이 원전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해수배관 점검로봇은 지하에 매설된 원전 해수관로 내부를 확인하고, APR1400 원전의 IRWST 수중점검로봇은 원자로건물 내 수중 구조물과 여과기 등을 점검한다.

 

방사선 모니터링 로봇은 고방사선 구역에 투입돼 작업자가 직접 진입하기 전에 방사선량과 주변 환경을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 고리1호기 등 국내 원전 해체가 본격화되면 로봇의 역할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원전 해체 과정에서는 방사선 측정과 제염, 절단, 폐기물 처리 등 사람이 직접 수행하기 부담스러운 작업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로봇이 방사선량을 측정하거나 위험지역을 조사하는 것을 넘어 실제 해체작업까지 맡는 방향으로 기술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 고압 전선 자르고 화재까지 대응...한전KDN ‘무인 전력현장’ 시동

 

한전KDN은 지난 5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국제 전기전력 전시회(EPTK 2026)’에서 전력설비 관리·유지보수 업무의 무인화를 겨냥한 로봇 솔루션을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장비는 특고압 환경에서 사람이 하던 활선작업을 대신하는 ‘양팔 매니퓰레이터 시스템’이다. 활선작업은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전력설비를 정비하는 작업이다. 전력 공급을 중단하지 않고 작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압 전기설비 주변에서 작업해야 하는 만큼 감전 등 안전사고 위험이 뒤따른다.

 

한전KDN이 공개한 양팔 매니퓰레이터는 사람 대신 전선 압축과 절단, 피복 제거, 테이핑 등의 정밀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한전KDN은 향후 여기에 피지컬 AI 기술을 적용해 사람이 로봇의 동작을 하나하나 조종하지 않더라도 로봇이 작업환경을 인식하고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전력설비를 24시간 순찰하는 로봇도 등장했다. 한전KDN의 ‘다종로봇 기반 전력설비 무인감시진단시스템’은 4족보행 로봇과 화재진압 로봇 등이 함께 고위험 현장을 감시하는 방식이다. 가스 누출 탐지부터 이상 상황에 대한 초동조치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로봇 활용해 ‘사람이 위험한 곳에 안 들어가는 발전소’ 가능할까

 

전력산업에서 로봇 활용이 확대되고 있지만 로봇이 산업현장의 모든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리셀 참사 역시 로봇이 투입됐다면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화재 예방설비와 위험물 관리, 노동자 교육, 비상대피 체계 등 기본적인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로봇은 이러한 안전관리 체계를 대신하는 수단이라기보다 사람이 위험에 직접 노출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한 추가적인 안전장치에 가깝다.

 

통신이 두절됐을 때 로봇을 어떻게 정지시킬지, 고전압 설비 주변에서 오작동이 발생할 경우 어떤 이중 안전장치가 작동할지 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력 공기업들의 지속적인 로봇 사업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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