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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9월 05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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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공지능의 시대, 내가 나답게 살아 있다는 증거


 

인공지능이 글을 써주는 시대다. 몇 줄의 지시만 하면 그럴듯한 문장이 만들어지고, 자료를 정리해 달라고 하면 순식간에 수많은 정보를 꺼내놓는다. 바쁜 사람에게 이보다 편리한 도구가 있을까.

 

나 역시 글을 쓸 때 인공지능을 사용한다. 자료를 찾고, 모르는 것을 확인하고, 생각의 실마리를 얻는 데 꽤 유용하니까. 어떤 때는 글감을 넘기고 적당한 글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글을 작성하곤 한다.

 

그런데 가끔가다 멈칫한다. 편리하게 계속 사용하다 보면 지적 허무감이 밀려오는 것 같아서이다. 다시말해 내가 이러다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사실 글쓰기란 원래 고된 중노동으로 뇌뿐만 아니라 육체를 혹사한다. 무엇을 말할 것인지 생각하고, 머릿속에서 뒤엉킨 생각을 하나씩 꺼내어 순서를 세워야 하는데 몇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른다. 적절한 단어를 찾고, 문장을 고치고, 앞뒤가 맞는지 다시 읽고 쓰다 보면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도 드러난다. 때로는 한 문장을 쓰기 위해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하는 데 그 시간이 생각하는 시간이다.

 

글쓰기는 생각을 종이에 옮기는 단순한 작업은 아니다. 오히려 쓰면서 생각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가깝다. 말로 할 때는 대충 넘어갈 수 있는 모호함도 글로 쓰면 그대로 드러난다. 논리가 빈약하면 문장이 흔들리고, 근거가 부족하면 주장이 초라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쓰면서 생각을 다듬고, 다듬으면서 조금씩 더 정확한 사람이 된다.

 

인공지능은 그 힘든 과정을 너무 쉽게 건너뛰게 한다. 내가 생각해야 할 자리에 인공지능이 먼저 문장을 내놓는다. 나는 그것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처음에는 편리하지만 반복되면 문제가 생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면 다리의 힘이 약해지는 것처럼, 생각하는 수고를 계속 인공지능에 맡기면 생각의 근육도 약해질 수 있다.

 

기후 위기를 생각하면 이 문제가 더욱 선명해진다. 우리는 이미 편리함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가까운 거리도 자동차를 타고,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물건을 소비하고, 전기를 아낌없이 사용해 왔다. 한 번의 선택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수많은 사람이 같은 선택을 반복하면 지구의 온도를 바꾸는 힘이 된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글 한 편을 쓰는 것은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사람들이 생각하고 읽고 쓰는 수고까지 점점 기계에 넘겨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개인의 글쓰기 능력만 약해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가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하고 판단하는 힘도 함께 약해질 수 있다. 그러면 사회가 만드는 집단 지성 역시 약해지고, 그런 사회는 머지않아 최후의 날을 맞게 될 것이다.

 

나는 인공지능이라는 에스컬레이터가 편리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하는 것만큼 그곳에 이르는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안다. 매일 계단을 한 칸씩 오르듯, 한 문장씩 직접 써보는 일이 우리의 생각을 지켜줄 것이다. 편리함 때문에 생각하는 수고까지 내려놓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얻는 대신 무엇인가를 잃기 시작한다.

 

그것은 어쩌면 돈으로도, 기술로도 다시 살 수 없는 인간의 능력이 아닐까.

 

그래서 앞으로 나는 내 생각을 문장으로 만드는 일만큼은 가능하면 내 손으로 하려고 한다. 인공지능에게 자료를 찾아달라고 하고, 사실을 확인하고,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관점을 묻는 일은 기꺼이 활용하려 한다.

 

그러나 정작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며, 그것을 어떤 말로 표현할 것인지는 내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 운동을 대신해주는 기계가 있다고 해서 우리가 걷는 일까지 포기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생각을 도와주는 인공지능이 있다고 해서 생각하는 일까지 맡길 이유는 없지 않은가. 조금 서툴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직접 쓰는 그 과정이야말로 내가 나답게 살아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어쩌면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진정한 자유와 독립은 기계의 도움을 거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힘을 놓지 않는 데 있는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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