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동시에 긴장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증시 호황에 따른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겹치며 부채 증가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 기조까지 맞물리면서 취약차주 부담 확대, 소비 위축, 금융권 건전성 악화 등 복합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달 19일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 잠정치를 발표한다. 가계신용은 금융기관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결제액 등 판매신용을 합한 가장 포괄적인 가계부채 지표다.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이미 1993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2000조원까지는 6조9000억원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2분기 들어 금융권 가계대출이 석 달 동안 21조1000억원이나 늘면서 가계신용은 사실상 2000조원을 넘어선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의 중심에는 주택담보대출이 있다. 올해 1~7월 가계대출 증가액 35조3000억원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27조6000억원(78%)을 차지했다.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과 거래 회복, 이전에 승인된 집단대출 실행 등이 주담대 증가세를 이끌었다. 여기에 2분기 들어 증시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도 증가세로 전환됐다. 4월 감소했던 기타대출은 5월 5조3000억원, 6월 3조8000억원이 증가하며 ‘빚투’ 수요가 다시 살아난 모습이다.
문제는 부채의 질적 악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0.4%로 1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상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2.5%에서 2.75%로 인상했고,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내년 3.5%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전체 가계부채에서 약 3조2000억원의 이자 부담이 추가 발생하는 만큼 저소득층과 취약차주의 부담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채 증가의 구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가 상승기에 늘어난 신용대출은 그 이후 주가가 조정될 때 상환 부담을 키우고 소비 여력을 급격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금리 상승은 금융자산이 많은 계층에는 유리하지만, 이와 달리 취약계층에는 불리해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가계부채 관리가 시급하지만, 금융권 대출 총량 규제로 인해 실수요자의 주담대까지 막히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일부 은행에서는 ‘대출 오픈런’ 현상까지 발생하자 금융당국은 이달 13일에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로 두 배 확대했다. 이에 따라 약 30조원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겼고, 집단대출(중도금·잔금·이주비)은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여력도 약 7조5000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금융당국은 늘어난 대출 여력이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하지 않도록 실수요자 중심으로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주요국보다 여전히 높고 부동산 시장 자극 우려도 상당하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한국은행도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연체율은 낮지만 취약차주 비중은 증가했다’고 지적,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2000조원이 넘는 급증한 가계부채 속에 금리·부동산·증시·소비·금융안정이 서로 얽힌 복합적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