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Takaichi Sanae) 일본 총리가 15일 ‘종전의 날’, 한국의 광복절을 맞아 야스쿠니 신사(Yasukuni-jinja) 참배를 보류하고, 대신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공물(다마구시) 대금을 사비로 봉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총리 취임 전까지 매년 8월 15일 종전의 날과 봄·가을 예대제(일본 신사에서 열리는 가장 중요한 연례 제사) 기간에 꾸준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온 대표적 보수 정치인이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총리가 되더라도 야스쿠니 참배는 외교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총리 취임 이후에는 행보에 변화가 생겼다. 1년 전인 2025년 10월 추계 예대제와 2026년 4월 춘계 예대제 등 두 차례 모두 참배를 보류하고 공물만 봉납했다.
올해 15일에도 참배를 하지 않았는데, 이는 외교·정치적 고려에 따른 행보로 읽혀졌다. 인접국가인 한국·중국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 가능성, 한·미·일 3국 공조 균열 우려, 그리고 최근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 대응 필요성 등에 따른 판단에 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앞서 2026년 2월에도 “동맹국과 주변 국가가 서로 이해하고, 나라를 위해 돌아가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기도 한 만큼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총리가 참배를 보류한 것과 달리, 일본 정부·자민당 핵심 인사들은 올해도 예년과 다르지 않게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 고이즈미 신지로(Koizumi Shinjiro) 방위상은 오전 7시 무렵 신사를 참배했다.
현직 방위상의 종전일 참배는 2024년 이후 2년 만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해 농림수산상 시절에도 참배했다. 그 외에도 키카와다 히토시(Kikawada Hitoshi) 오키나와·북방대책담당상, 오노다 기미(Onoda Kimi) 경제안보상 등도 참배하고 공물을 봉납했다.
자민당 지도부 측에서는 스즈키 슌이치(Suzuki Shunichi) 간사장, 아리무라 하루코(Arimura Haruko) 총무회장, 니시무라 야스토시(Nishimura Yasutoshi) 선거대책위원장 등 당 3역이 단체로 참배하기도 했다. 또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도 이날 참배에 동참해 일본 정치권의 보수 성향이 종전일에 더욱 두드러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이 벌인 전쟁에서 숨진 246만여 명을 추모하는 시설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되어 있어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 참배는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 갈등을 반복해서 불러오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또 야스쿠니 신사에는 약 2만명의 한국인(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가 유족 동의 없이 무단 합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여러 일본·한국 언론과 시민단체가 지속해서 일본 정부 측에 문제를 제기하며 해결을 촉구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 정부가 전몰자 명부를 야스쿠니 신사에 제공하면서 본인·유족의 동의 없이 합사가 이뤄졌으며, 많은 유족은 199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가족이 야스쿠니에 합사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총리 취임 이후 외교적 부담을 고려해 참배 대신 공물 봉납이라는 한발 물러난 방식을 선택해 왔다. 반면 일본 정부·자민당 내 보수 성향 각료와 지도부는 종전일 참배를 이어가며 정치적 메시지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일본 내부에서도 총리와 각료들의 상반된 행보가 향후 외교·정치적 파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