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2035년부터 2045년까지 중장기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법률에 명시하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과 기후위기 적응체계를 별도 법률로 규정한 기후위기 적응법을 의결하며 17개월 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국회 기후특위는 13일 제3차 전체회의를 열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기후위기 적응 및 회복력 강화에 관한 법률안’을 각각 의결했다.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031∼2049년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상·하한 범위를 5년 단위로 법률에 명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5년까지 53∼61%, 2040년까지 69∼80%, 2045년까지 84∼90%를 감축하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도록 했다.
목표 범위의 하한은 목표연도까지 매년 같은 비율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이른바 ‘선형 감축경로’를 적용했다. 배출권거래제 등 온실가스 배출 규제는 이 하한을 기준으로 설계하도록 했다.
산업계의 감축목표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지원책도 담겼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상용화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산하에는 15∼20명 규모의 기후과학위원회를 설치해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대한 자문을 하도록 했다.
이날 함께 의결된 기후위기 적응 및 회복력 강화법은 기후위험을 과학적으로 조사·평가하고 이를 국가와 지역의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기후위기 적응 정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기후위기에 취약한 계층과 지역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김정호 기후특위 위원장은 “헌법재판소가 2031년부터 2049년까지 감축경로를 법률로 정하도록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개정시한을 넘기기는 했지만, 17개월 동안 의견 차이가 컸던 여야가 지속적인 논의와 공론화 등의 숙의를 거쳐 개정 의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특위 활동은 종료되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이행점검은 상설위원회인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에서 철저히 해나갈 것”이라며 “최소 목표는 반드시 이행하고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최대 목표 이행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축목표를 상·하한의 범위로 설정하고 실질적인 규제 기준은 하한에 맞춘 것을 놓고 반발도 나왔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기권했다.
서 의원은 “이번 개정안의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경로는 기후위기 시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대한민국이 감당해야 할 책임에도, 미래세대가 누려야 할 권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35년 53∼61%, 2040년 69∼80%, 2045년 84∼90%로 범위형 목표를 설정한 데 대해 “하한만 달성해도 법적 감축목표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상한선은 규범력을 갖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한인 선형경로는 초기 감축 노력을 줄이고 나중에 부담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헌재 결정에도 시민 공론화 결과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헌재 판결과 공론화 결론, 미래세대의 권리에 부합하는 새로운 감축경로를 설정하기 위한 논의가 빠른 시일 안에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위기 적응법에 대해서는 “기후적응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법 마련이라는 방향은 필요하지만, 법안 심사가 너무 짧은 시간에 이뤄졌다”며 탄소중립기본법과의 조문 중복과 기존 제도의 이관 범위 등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혜경 의원 역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헌재 결정의 핵심인 세대 간 형평성을 무시한 안”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감축목표 상한에는 초기 감축량을 늘리는 ‘조기 감축경로’를 제시하면서 실제 배출권거래제 등 규제에 적용되는 기준을 선형 감축경로인 하한으로 설정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기후특위 공론화에서 시민대표단의 77.9%가 조기 감축경로를 선택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조기 감축처럼 보이는 상한선으로 생색만 내고 실제로는 선형 경로인 하한선에만 규범력을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국민들이 폭염 등 기후재난을 온몸으로 겪고 있고, 기후헌법소원 과정에서 제기됐던 기본권 침해 우려가 현실이 된 지 오래”라며 “이번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이러한 기후재난 상황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끝까지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특위는 지난해 3월 출범한 이후 전·후반기에 걸쳐 총 24차례 회의를 열고 47건의 법률안을 심사·처리했다. 전반기에는 19차례 회의를 통해 23건을 심사해 3건의 위원회 대안을 마련했고, 후반기에는 5차례 회의에서 24건을 심사해 2건의 위원회 대안을 의결했다.
이번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과 기후위기 적응법 의결을 끝으로 기후특위의 17개월간 활동은 종료되며, 향후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 점검 등 관련 논의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