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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9월 05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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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경의선숲길 부지 421억원 분쟁, 대법 “서울시, 철도공단에 지급해야”

서울시 “협약 따른 무상사용 권리” 주장...법원, ‘협약=권리’ 인정 안해
국유재산 무상사용 법적 지위·행정기관 협약 효력 기준 다시 확인

 

서울 경의선숲길 공원 부지 사용을 둘러싸고 서울특별시와 국가철도공단 간 421억원대 분쟁 소송이 약 5년만에 철도공단의 승소로 최종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12일, 서울시가 철도공단에 42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공공시설·국유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법적 지위의 범위와 행정기관 간 협약의 효력에 대해 다시 한번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는 평이 나왔다.


경의선숲길은 2005년 경의선 지하화 추진과 함께 지상부 폐철로 공원화 사업이 시작됐으며, 2016년 5월에 6.3km 전 구간 공사가 마무리되고 시민에게 개방된 효창공원앞역부터 가좌역까지 조성된 선형 공원이다. 특히 마포구 연남동 일대는 ‘연트럴파크’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됐다. 이 공원의 조성 배경에는 2010년 서울시와 국가철도공단이 체결한 협약이 있었다. 협약에는 서울시가 경의선 지상부지를 활용해 공원을 조성하는 데 공단이 협조하고, 서울시는 공단의 역세권 개발과 관련한 인허가에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국유재산 처리 방식 등 핵심적인 권리관계는 ‘향후 협의’로 남겼다.


협약 체결 이후 공단은 2011년 서울시에 이 부지를 5년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고, 2016년에는 1년을 추가로 연장했다. 그러나 2011년 개정된 국유재산법 시행령이 국유지의 무상 대여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공단은 더 이상의 무상사용 갱신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고 2017년부터는 유상사용·허가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했다. 서울시는 앞서 체결한 협약을 근거로 무상사용 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공단은 서울시가 2017년 7월부터 2022년 말까지 부지를 무단 점유했다며 총 421억여 원의 변상금을 네 차례에 걸쳐 부과했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사용허가 없이 국유재산을 점유할 경우 통상적인 사용료의 120%에 해당하는 변상금을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다. 서울시는 협약이 공원이 존치하는 동안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권리를 부여한 약정이라고 주장하며 2021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협약이 사실상 장기간 무상사용을 예정한 약정으로서 구속력이 있으며, 서울시가 공원 관리·운영을 위해 부지를 점유할 법적 지위를 갖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뒤집었다. ‘협약’만으로 서울시가 공원이 존치하는 동안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권리’를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고, 공단의 변상금 부과가 신뢰보호원칙이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서울시가 협약 등을 근거로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점유·사용할 법적 지위를 취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또 공단이 서울시에 부지를 계속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뢰보호원칙 위반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시가 상고심에서 새롭게 주장한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에 따른 무상사용허가 의제’마저도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고 기각했다.


이어 더해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유재산 무상사용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한 국유재산법 시행령 규정이 모법(국유재산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는 서울시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 시행령이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서울시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의 변상금 약 421억원을 공단에 부담하게 됐다. 이와 함께 2022년 이후 추가 점유 기간에 대한 변상금도 더해질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유재산 변상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유·사용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에 관한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경의선숲길은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는 공원으로 시민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공간이지만, 그 이면에는 국유재산 관리와 공공시설 운영을 둘러싼 복잡한 행정적·법적 관계가 존재하고 있다. 대법원이 내린 이번 판결은 공공기관 간 협약이 법적 권한을 대체할 수 있는지, 국유재산의 무상사용이 어떤 조건에서 허용되는지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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