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을 잇달아 덮친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간 데 이어 제15호 태풍 ‘찬홈’마저 일본 열도를 통과한 뒤 소멸했다. 태풍이 남긴 수증기가 동해안을 비롯한 일부 남부지역에 비를 뿌리고 있지만, 장기간 이어진 남부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강수량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뒤이어 발생한 제16호 태풍 ‘페이러우’도 한반도와 멀리 떨어진 북태평양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됐다. 잇따른 태풍이 남부지역의 해갈로 이어질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관심은 오는 15~17일 예고된 비가 가뭄 지역에 얼마나 넓고 오래 내릴지로 옮겨가고 있다.
◇ 찬홈 日서 소멸...남부 영향 제한적
13일 기상청에 따르면 찬홈은 지난 12일 오전 9시 일본 오사카 북쪽 약 140㎞ 부근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한 뒤 같은 날 오후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됐다. 일본 열도를 지나면서 세력이 크게 약화해 태풍으로서의 수명을 다했다.
찬홈은 사라졌지만 태풍 주변의 수증기와 동풍의 영향으로 한반도 동쪽 지역에는 비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강원 동해안·산지와 경북 동해안·북동 산지를 중심으로 비가 내리고, 부산·울산·경남 등 일부 지역에서도 소낙성 강수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찬홈이 일본에 접근할 당시에는 태풍 주변에서 유입되는 많은 수증기가 동해를 거쳐 남부지방에도 비를 뿌릴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태풍의 구조가 일본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무너지면서 한반도로 유입되는 수증기의 양도 제한됐다.
가뭄이 심각한 남부지방 입장에서는 찬홈이 이른바 ‘효자 태풍’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찬홈이 저기압으로 약화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동해안 등 동쪽 지역을 중심으로 강수가 나타나고 있다”며 “부산·양산 등 경상권의 경우 찬홈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 부산·김해·울주 ‘경계’...장기간 강수 부족 누적
가뭄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8월 가뭄 예·경보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전국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82.3%인 603㎜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1일 기준 전국 48개 시·군에서 기상가뭄이 발생했고 경북 남부와 경남 등을 중심으로 ‘주의’ 단계의 가뭄이 나타났다. 특히 부산광역시와 경남 김해시, 울산 울주군은 이보다 한 단계 높은 ‘경계’ 단계의 심한 가뭄으로 분류됐다.
문제는 이번 가뭄이 단순히 며칠간 비가 내리지 않은 데 따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장기간 강수 부족이 누적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저수량과 하천 유량이 줄고 토양까지 메말라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하루 동안 강한 비가 쏟아지는 것만으로 농업용수와 하천 유량, 토양수분이 한꺼번에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렵다. 앞으로 비가 얼마나 오래 이어지고 실제 가뭄 지역에 어느 정도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이유다.
◇ 日에는 7명 부상...中 돌핀은 내륙까지 폭우
찬홈이 한반도에는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인명·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찬홈의 영향으로 이와테현과 이바라키현, 도치기현에서 모두 7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한때 2만2000가구 이상에서 정전이 발생했고 도쿄 하네다공항에서도 다수의 항공편이 결항됐다.
찬홈은 일본에서도 이례적인 진로를 보였다. 일본 기상당국이 태풍 상륙 기록을 집계하기 시작한 1951년 이후 이바라키현에 태풍 또는 열대폭풍이 직접 상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중국에 상륙했던 제13호 태풍 ‘돌핀’ 역시 많은 비를 남겼다. 돌핀은 지난 9일 중국 저장성에 상륙한 뒤 세력이 약화했지만 대량의 열대 수증기를 중국 내륙으로 공급하면서 후베이와 허난 등지에 많은 비를 뿌렸다. 중국 동부에서는 대규모 사전 대피가 이뤄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하천 범람과 도로 침수, 항공편 결항 등이 잇따랐다.
중국과 일본이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과 달리 한반도는 돌핀과 찬홈의 주요 이동 경로에서 모두 벗어났다. 태풍 피해를 피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지만 가뭄이 심각한 남부지역에는 태풍이 가져올 수 있는 대규모 강수 역시 비껴간 셈이다.
◇ 페이러우마저 북태평양서 소멸...‘태풍발 단비’ 기대 낮아져
찬홈에 이어 한때 관심을 모았던 제16호 태풍 ‘페이러우(PEILOU)’ 역시 남부지역 가뭄 해소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페이러우는 지난 12일 오후 3시 북위 30.3도, 동경 162.8도의 북태평양 먼 해상에서 중심기압 998hPa, 최대풍속 초속 15m의 열대저압부로 약화했다. 기상청은 같은 날 오후 페이러우에 대한 태풍 정보를 종료했다.
페이러우는 괌 북쪽 해상에서 발생한 이후 북동쪽으로 이동하면서 한반도에서 계속 멀어졌다. 결국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하지 못한 채 태풍으로서의 생을 마쳤다. 이에 따라 페이러우가 남부지역으로 많은 수증기를 공급해 가뭄을 완화할 가능성도 사라졌다.
돌핀과 찬홈, 페이러우 등 최근 발생한 태풍들이 잇따라 한반도를 비껴가면서 남부지역에서는 ‘태풍발 단비’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태풍이 여름철 한반도에 어느 정도의 비를 가져오는지를 일정한 경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어떤 경로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몇 개의 태풍이 영향을 주는지는 그해 여름마다 다르다”며 “태풍이 통상적으로 여름철 한반도 강수에 일정한 영향을 준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즉 올해 태풍이 잇따라 한반도를 비껴갔다는 사실만으로 최근 태풍의 진로나 한반도 강수 패턴 자체가 바뀌었다고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의미다.
◇ 15일부터 다시 비...17일 전국으로 확대 가능성
남부 가뭄의 다음 변수는 태풍이 아닌 서쪽에서 접근하는 저기압과 기압골이다. 기상청은 15일을 전후해 남부지방에 소낙성 강수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이후 16~17일에는 강수 지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예보를 보면 15일과 16일 남부지역, 대구·경상권 등에 소낙성 강수가 예상되고 이후에도 비가 이어지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17일까지 중기예보에도 전국적으로 비가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정확한 강수량을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비가 내리는 현상 자체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