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가 끝나자마자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는 등 서로 다른 극한 기후현상이 연속으로 발생하는 ‘복합재난’이 국내에서 빠르게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1년에 하루 정도 발생했던 극단적인 수준의 복합재난은 최근 연평균 5일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그린피스는 10일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진행한 ‘한국 폭염·폭우 복합재난 위험도 변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복합재난은 기후변화로 폭염과 폭우, 가뭄 등 여러 극한 기후현상이 서로 영향을 주며 동시에 또는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을 뜻한다. 가뭄 이후 대형 산불이 발생하거나 고온과 건조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 여름철 집중호우 직후 폭염이 이어지는 현상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1991∼2020년 30년과 2021∼2024년 최근 4년의 6∼9월 ‘복합강도지수(CI28)’를 비교했다. CI28은 28일 동안 발생한 극한 강수량과 최고기온을 결합해 폭우와 폭염이 얼마나 강하게 나타났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분석 결과 국내 복합재난의 전반적인 강도는 최근 들어 약 3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991∼2020년 복합재난 강도의 중앙값은 0.55였지만 2021∼2024년에는 1.65로 상승했다. 일부 극단적인 사례가 평균을 끌어올린 것이 아니라 복합재난의 전반적인 강도 자체가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 교수팀은 “폭우와 폭염 같은 두 가지 현상이 함께 발생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복합적으로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복합재난이 구조적으로 심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재난 강도가 극심할수록 발생 일수의 증가 폭도 컸다.
연구팀이 과거 30년간 CI28의 상위 10%(P90), 5%(P95), 1%(P99)를 각각 기준으로 설정하고 이를 넘어선 날의 연평균 발생 일수를 비교한 결과, 상위 10% 수준의 복합재난은 과거 연평균 12.2일에서 최근 4년간 25일로 약 2배 증가했다.
상위 5% 수준은 연평균 5.5일에서 14.2일로 2.6배 늘었고, 가장 극단적인 상위 1% 수준은 1.1일에서 5.2일로 4.8배 급증했다.
과거에는 1년에 하루 정도 경험했던 극단적인 복합재난이 최근에는 연평균 닷새 이상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1년에 하루 정도였던 극단적 위험이 최근에는 5일 이상 나타났다”며 “매우 드물게 발생하던 극단적인 재난이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도 전국적으로 복합재난 강도가 높아졌다. 특히 충북과 강원, 제주에서는 최근 4년간 복합재난 강도가 과거 30년과 비교해 2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한국과 일본 등 몬순 기후권에서 여름철 집중호우 직후 폭염으로 급격하게 전환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태평양고기압과 남아시아저기압, 몬순저기압 등의 영향으로 형성된 정체전선이 집중호우를 일으킨 뒤 정체전선이 소멸하고 북서태평양고기압이 강화해 북상하면 하강기류와 지표 온도 상승으로 곧바로 폭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대기 순환 시스템이 불과 2주 안팎의 짧은 기간에 집중호우를 일으키는 구조에서 폭염을 유발하는 구조로 전환될 수 있는 만큼 폭우와 폭염을 서로 독립적인 재난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구 온난화가 심화할수록 폭우에서 폭염으로 이어지는 급격한 전환 현상도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내다봤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집중호우와 폭염이 짧은 간격을 두고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집중호우 이후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수해 이재민과 복구 작업자들이 피해에서 회복하기도 전에 다시 폭염에 노출됐다.
기상청 역시 당시 폭염과 열대야가 이례적으로 일찍 시작된 가운데 7월 중순 집중호우가 발생하고 이후 다시 극심한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 기후재난 대응체계도 개별 재난 중심에서 ‘복합재난’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집중호우가 끝난 직후 폭염이 닥치거나 가뭄과 산불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경우 기존의 단일 재난 대응체계만으로는 피해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강성원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이번 연구는 기후위기로 재난이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찾아오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폭우나 산불 등 한 가지 재난에만 대응하는 현 체계로는 복합재난을 대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복합재난의 규모와 빈도를 고려한 사전 대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