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포함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기존 ISA 혜택 축소를 둘러싸고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확산하자, 정부가 국민 의견을 반영한 개선안 마련에 착수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참모들과의 상황 점검 회의에서 ISA 개편안에 대한 시장과 투자자들의 반응을 보고받은 뒤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진 데 대해 “정확하게 준비도 하지 않고 왜 그렇게 했느냐”는 취지로 담당 부처와 참모진을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는 투자 대상을 국내 자산으로 한정하는 이른바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기존 ISA의 납입한도 이월 제도를 폐지하고 계약 기간을 조정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ISA는 예·적금과 펀드, 주식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하나의 계좌에서 운용하면서 이자·배당소득 등에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절세 상품이다. 특히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개인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정부 개편안이 공개되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자본시장으로 자금을 유도한다는 명분 아래, 기존 가입자들의 선택권과 혜택을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동안 정부가 장기투자와 자산 형성을 위해 ISA 활용을 권장해온 상황에서 제도를 갑작스럽게 변경할 경우 정책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ISA를 도입하더라도 기존 ISA의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는 이 같은 시장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기존 ISA 가입자의 권익과 장기투자 유도라는 제도 본래의 취지를 고려하면서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다시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에서도 정부안에 대한 비판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제(7일) 이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에 대해 “지금이라도 대통령께서 문제점을 인식하고 바로잡도록 조치하신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앞서 기존 ISA 혜택을 축소하면서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는 정부 세제 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는 “자본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며 “수많은 개인투자자에게 장기투자를 위해 ISA 계좌를 권유했던 본래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산적 금융이 산업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도 투자자들의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ISA뿐 아니라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를 주문했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기업의 최대주주 등이 상속·증여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행위를 막자는 취지로 논의됐다.
정부안은 최근 13개 반기 가운데 12개 반기 동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코스피의 경우 업종별 하위 25%, 코스닥은 하위 10%에 해당하는 기업 등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간의 PBR 순위만 관리하면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등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좁아 당초 제도 도입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관련 법안을 처음 발의한 이소영 민주당 의원도 정부안 발표 직후 “정부안은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아이디어 자체를 무색하게 만드는 방향”이라고 비판하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 역시 “왜 본래의 개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제도를 그렇게 설계한 것이냐”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하며 재검토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를 두고 정책 혼선을 자인한 것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8일 논평에서 정부의 세제 개편을 ‘선(先) 발표, 후(後) 번복’이라고 규정하고 “국민이 분노하면 정책 입안자를 탓하고, 문제가 터지니 보고가 잘못됐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ISA 혜택 축소와 주가 누르기 방지 제도 등을 거론하며 정부가 정책 발표 전에 시장에 미칠 파장과 부작용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은 정부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그 성패에 책임을 지는 자리”라며 이 대통령이 부처와 참모진을 질책할 것이 아니라 정책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직접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재검토를 거쳐 ISA 개편안을 어느 수준까지 수정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새로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ISA’의 취지는 유지하면서 기존 ISA 가입자의 납입한도 이월과 세제 혜택 등을 어느 정도 보장할지, 기존 가입자와 신규 가입자에게 각각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ISA가 개인투자자들의 대표적인 장기 자산 형성 수단으로 자리 잡은 만큼 정부가 국내 증시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와 투자자의 선택권·정책 신뢰 사이에서 어떤 절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