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킹그룹이 미국의 한 보안 연구원에게 역으로 해킹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와이어드는 6일(현지시간), 미국 보안업체 쿠미오(Kumio)의 방겔리스 스티카스(Vangelis Stykas)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지난 22개월 동안 북한 해킹그룹의 서버에 침투해 약 5TB에 달하는 해킹 내역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미 보안업체에 뚫린 북한...전 세계 1640개 기업 공격 사실 확인
스티카스 CTO는 구체적인 침투 방식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일부 북한 해커가 악성코드에 감염되며 업무용 PC와 슬랙(Slack)·디스코드(Discord) 등 메신저 대화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북한 해킹 조직 내부의 활동 기록과 공격 대상 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됐다.
스티카스가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당 북한 해킹조직은 전 세계 57개국 1640개 기업을 해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최고관리자(root) 권한이나 암호화폐 지갑 키 등 핵심 정보를 탈취당한 심각한 피해 사례만 700~800곳에 달했다.
특히 여러 기업의 시스템 접근 권한을 가진 외주업자가 악성코드에 감염될 경우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실제로 최대 30개 기업의 접근 권한을 가진 외주업자가 해킹당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해커, ‘전염성 면접’으로 글로벌 기업·기관 대거 침투
북한 해커들이 주로 사용한 공격 방식은 ‘전염성 면접(Contagious Interview)’로 불리는 채용 위장 수법이었다.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개발자에게 접근한 뒤, 코딩 테스트를 빌미로 특정 프로그램을 내려받도록 유도해 악성코드를 심는 방식이다.
이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 라자루스(Lazarus) 그룹 계열이 자주 활용해 온 전형적인 수법이다.
피해 기업과 기관도 다양했다.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정부 산하 기관, 미국의 가상화폐 기업 코인베이스(Coinbase),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Oppo), 일본 기술기업 이온 스마트테크놀로지(Aeon Smart Technology), 미국 보스턴 어린이병원 등이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
일부 기관은 접속 정보를 교체하거나 외주 계약을 종료하는 등 대응 조치를 취했지만, 일부는 피해 사실을 부인하거나 북한과의 연관성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번 미국 기술자의 북한 역해킹 사건은 북한 해킹그룹의 공격 능력과 활동 범위가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 이들의 내부 운영이 외부 보안 전문가에게도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증명됐다.
스티카스 CTO가 확보한 방대한 데이터는 향후 국제사회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추적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