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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8월 08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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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대한민국 치수는 미래를 준비하는가?


-40년 만의 최저 강수량...남부 저수지 ‘빨간불’
-폭우 뒤 찾아온 가뭄...기후위기가 바꾼 물의 순환
-급수차만으로는 한계...치수 정책도 기후위기에 맞게 바뀌어야


 

남부지방에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덮치면서 정부가 급수차를 투입하고 하천수를 끌어오는 비상 대응에 나섰다. 경남 밀양과 양산, 경북 영천·청도 등에서는 저수율이 평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고 농업용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예비비를 긴급 투입하고 산불진화차까지 동원해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가뭄을 단순히 ‘비가 적게 와서’ 발생한 재난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전국 곳곳에는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쏟아졌고 하천이 범람하면서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그러나 장마가 끝나자마자 이어진 폭염은 논과 밭을 빠르게 메마르게 만들었다. 한 계절 안에서 홍수와 가뭄이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은 이제 예외가 아니라 기후위기의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다.

 


 

◇ 부산·울산·경남 등 저수율 22%...1973년 이후 최저치

 

기상청이 발표한 ‘7월 기후 특성’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강수량은 평년의 21.9%에 불과했다. 기상관측망이 전국적으로 확충된 1973년 이후 7월 기준 가장 적은 강수량이다. 같은 기간 서울·인천·경기에는 350㎜의 비가 내렸지만 부울경은 68㎜에 그쳤다.

 

전남·광주의 강수량도 평년의 56.8%에 머물렀다. 전북과 제주 역시 평년 대비 각각 66.1%, 50% 수준에 그쳤다. 지역 간 강수 편차가 커지면서 남부지방의 가뭄은 빠르게 심화됐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물정보포털에 따르면 남부 주요 다목적댐의 저수율은 대부분 평년을 크게 밑돌고 있다. 남강댐은 28.0%, 섬진강댐은 22.2%, 김천부항댐은 24.5%, 보현산댐은 16.3%까지 떨어졌다. 경남 양산·밀양·창녕 등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밀양댐 역시 저수율이 32.7%로 평년(64.2%)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용수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곡댐은 저수율이 5.9%까지 떨어졌고 운문댐은 26.1%, 사연댐은 17.8%에 머물고 있다.

 

이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밀양댐과 운문댐을 긴급 점검하고 하천수 추가 취수와 금호강 도수로 활용 등 대체 용수 확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도 비상대책본부를 확대 운영하며 생활·공업용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비는 많이 왔는데 왜 물은 부족한가”

 

이번 가뭄은 우리나라 물 관리 체계가 기후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장마철 비가 수주에 걸쳐 비교적 고르게 내렸고 저수지와 댐도 이러한 강수 패턴에 맞춰 운영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짧은 기간 집중호우가 쏟아진 뒤 장기간 비가 내리지 않는 극단적인 강수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폭우는 잦아졌지만 물을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아졌고, 폭염으로 증발량까지 늘면서 농업용수 부족이 빠르게 나타나는 구조다.

 

결국 문제는 단순히 ‘비가 오지 않는다’는 데 있지 않다. 필요한 시기에 사용할 물을 충분히 저장하고 공급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홍수 때는 물을 흘려보내고 가뭄이 오면 급수차를 보내는 방식만으로는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응급처방에서 미래 전략으로...치수 패러다임 바꿔야

 

현재 정부가 가동하는 비상 대응 체계는 가뭄이 발생한 뒤 이뤄지는 응급조치 성격이 강하다. 급수차 지원과 양수기 가동, 예비비 투입, 비상 취수는 당장의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인 해법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장기적인 물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기존 하천과 댐 중심의 물 공급 체계에서 벗어나 취수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물관리 업계 관계자는 “가뭄 대응은 정부 정책과 긴밀하게 공조해야 하는 사안이어서 특정 방안을 곧바로 해결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취수원 다변화가 가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로 기존 수자원의 강우 의존성이 커지는 만큼 하수 재이용수와 지하수 저류댐, 해수담수화 등 대체 수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해수 등 새로운 수자원을 발굴하는 작업도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2월 충남 서산 대산임해산업지역에 국내 최대 규모인 하루 10만㎥급 해수담수화 시설을 준공했다. 이 시설은 역삼투(RO) 기술을 활용해 바닷물을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사업으로, 반복되는 가뭄에 대비해 대체 수자원을 확보하고 물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사례로 평가된다. 수자원공사는 해당 시설을 “기후위기 시대 물 공급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물 보험”으로 설명했다.

 

산업용수와 생활하수 재이용 확대, 빗물 저장시설 확충, 지역 단위 물순환 체계 구축도 주요 대안으로 꼽힌다. 국내외에서 재이용수와 해수담수화, 빗물을 새로운 수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정책이 확산되는 것도 기존 수원에만 의존해서는 기후위기 시대의 물 부족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해수담수화와 하수 재이용 같은 대체 수자원은 기존 댐이나 광역상수도보다 비용이 많이 들고 대규모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가뭄이 심각할 때는 필요성이 부각되지만 비가 내리고 위기가 지나가면 관련 사업의 정책·예산 우선순위가 다시 낮아지는 문제도 반복되고 있다.

 

한혜진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가뭄 대책이 부족하거나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가뭄이 발생할 때마다 여러 기관이 대책을 만들고 필요한 물량도 검토해 왔다”며 “문제는 비가 내리고 현안이 지나가면 예산 편성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마련된 대책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비가 내리면 예산 우선순위에서 밀려 대책을 실효화하기 어려워진다”며 “대책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이를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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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취약계층 보호 강화...기후에너지환경부, 현장 점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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