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폭염 살인』이라는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필자는 '살인적인 폭염'을 떠올렸다. 그럼에도 책을 펼쳐보지는 않았다. 저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굳이 읽지 않아도 어떤 내용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순간 인류는 지금 폭염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에어컨 속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냉방기가 멈추는 순간 인간 문명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대정전이 일어난다면 이 도시의 콘크리트 건물은 거대한 가마솥이 되고, 병원은 위기에 처하며, 노약자들은 쓰러지기 시작할 것이다.
어쩌면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처럼 질서가 무너지는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에어컨이 있으니 견디지만 에어컨이 없는 생명들은 어디로 피할 것인가?
폭염주의보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에 어제 저녁에는 아파트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들었다. 처음 듣는 소리였다. 노랫소리가 아니라 마치 뜨거운 공기를 견디지 못해 신음하는 울음소리 같았다. 나무도, 새도, 곤충도 폭염을 피해갈 곳이 없기에.
사람들은 시원한 백화점과 카페로 몰려가지만, 자연은 그럴 수 없다.
지구는 연일 거대한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올 여름, 유럽은 연일 40도를 넘는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슬로바키아는 관측 사상 최고기온을 새로 썼고, 이탈리아는 주요 도시 전체에 최고 수준의 폭염경보를 발령했다.
또 그리스와 스페인, 프랑스에서는 대형 산불이 번지고 있으며, 강은 말라가고 발전소마저 냉각수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유럽이 세계 평균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보건기구는 폭염을 가장 치명적인 기상재난 가운데 하나로 규정했다. 이미 해마다 수십만 명이 폭염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으며, 노인과 만성질환자에게는 가장 위험한 재난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후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같은 위험을 경고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경고'라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는 현실이 되고 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뉴스는 모두 같은 문장을 반복한다. 기록적인 폭염, 기록적인 산불, 기록적인 가뭄, 기록적인 홍수….기록이 일상이 되면 그것은 더 이상 기록이 아니다. 새로운 기후가 된다.
◇뜨거운 여름과 거센 산불: 자연이 보내온 등기우편
우리는 산업혁명 이후 자연을 정복했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자연은 복수하지 않았다. 다만 물리법칙대로 반응했을 뿐이다. 우리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결국 더 뜨거운 여름으로, 더 강한 태풍으로, 더 거센 산불로 돌아오고 있다.
문제는 폭염을 어떻게 견디느냐. 에어컨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지구를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다. 이 폭염을 '이번 여름만의 불운'쯤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이것은 인류 문명이 치르고 있는 청구서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국회도서관에서 본 책 제목을 잊지 못한다. '폭염 살인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제목은 바로 『멸망의 카운트다운』이다.
그 시계는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의 머리 위에서 째깍째깍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