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올해 하반기부터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국민 숙의·공론화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국교위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절대평가 전환과 서·논술형 평가 도입, 대입전형 시기 조정 등 교육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쟁점을 공론화 과정에서 집중해서 논의할 계획이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부 업무보고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8~2037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방향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대입제도 개편...수능 평가·내신·전형 시기까지 변화 예고
국교위는 오는 10월 말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을 공개하고, 지역 토론회·공청회·공개포럼·국민참여위원회 숙의토론 등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내년 3월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입제도는 교육 현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별도의 공론조사와 국민 참여단 운영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대입제도 개편 논의의 핵심은 수능 평가 방식 변화다. 국교위 대학입학제도 특별위원회는 현재 영어·한국사·제2외국어에만 적용되는 절대평가를 국어·수학·탐구 등 전 과목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상위 4%만 1등급을 받을 수 있지만,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일정 기준 점수를 넘는 모든 수험생이 같은 등급을 받게 된다. 국교위는 이를 통해 학생 간 과도한 경쟁을 완화하고, 교육과정 전반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또 수능에 서술·논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차 위원장은 “학생들이 고등교육 진입 직전까지 객관식 문제 풀이에만 매몰돼 사고력과 창의성을 충분히 기르기 어렵다”며 서·논술형 평가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평가 방식이 바뀌면 학교 수업과 학습 방식도 함께 변화할 수 있다”며 대입제도 개편이 교육 혁신의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논술형 평가가 공정성 논란이나 사교육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AI 기반 평가 시스템을 활용하면 전국 학교의 서·논술형 평가 데이터를 대규모로 축적할 수 있어 사교육이 따라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교 내신 평가 방식도 큰 변화가 예고된다. 현재 고등학교 1~2학년생은 고교학점제에 따라 5등급 상대평가, 고등학교 3학년은 9등급 상대평가를 적용받고 있으나, 국교위는 장기적으로 내신 절대평가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와 함께 학교 시험에서 서·논술형 문항 비중을 대폭 확대해 암기식 평가에서 벗어나 사고력 중심 평가로 전환하는 방안도 시안에 포함될 전망이다.
대입전형 시기 조정도 중요한 논점이라고 설명했다. 수시·정시 모집이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에 집중되면서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교위는 수능 일정, 대학의 합격자 발표 및 등록 시기 등 전형 전반을 조정하는 방안을 공론화 과정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국교위, 학습권 국가 책임 강화와 교육체제 혁신 추진
이번 국가교육발전계획에는 대입제도뿐 아니라 교육 전반의 중장기 비전도 담긴다. 국교위는 ‘전환기 대한민국의 선택, 새로운 교육국가’를 비전으로 △학습의 국가 책임 강화 △교육체제 혁신 △학교 공동체 회복을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영유아 발달 지원,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 보장, 지역 인재 양성, 생애학습 기반 마련 등이 포함되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교육과정·수업·평가 연계 시스템 구축도 추진된다.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 학교 내 혐오·차별·극단주의 배제를 위한 시민교육 강화도 계획에 포함됐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제기된 역사·시민교육 강화 요구도 반영된다. 국교위는 중학교 역사 과목에서 근현대사 비중을 확대하고, 고등학교에는 사회 현상을 분석·비평하는 새로운 선택과목을 신설할 예정이다. 기초 문해력 향상을 위한 정책 과제 발굴, 직업 분야 국가교육과정 연구센터 신설 등도 추진된다.
차정인 위원장은 “새로운 교육국가는 국민 한 명 한 명의 학습권을 국가가 책임지는 체제”라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영역으로 인재 개념을 확장하고, 국민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