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싸고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인쇄 기준 하향 결정 과정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합수본은 선관위가 본투표 용지 최소 인쇄율을 기존 유권자 수의 60%에서 50%로 낮춘 데 대해 “객관적·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합수본은 이에 관련된 인물들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해 12월 ‘제9회 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을 개정하며 투표용지 최소 인쇄율을 50%로 낮췄다. 당시 선관위는 한국행정연구원이 2022년 제출한 ‘선거 절차 사무 개선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와 내부 태스크포스(TF)의 논의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보고서에는 과거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실제 인쇄량이 선거인 수의 60~70% 수준이었음에도 폐기되는 투표용지가 많았다는 분석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합수본 조사 과정에서 해당 연구용역을 수행한 관계자는 “일부 선관위 직원 면담 과정에서 ‘최소 인쇄율을 50%로 낮추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 이를 보고서에 반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본은 해당 연구가 애초 투표용지 인쇄율 조정을 핵심 과제로 수행된 것이 아니었고, 사전투표율 변화나 과거 선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50%라는 수치를 도출한 것도 아니라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내부 TF에서도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실제 투표용지 부족 사례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잔여 투표용지 과다 발생과 예산 절감을 이유로 인쇄율 하향을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TF 관계자는 합수본 조사에서 “대구 지역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함께 ‘투표자 수 허위 입력’ 의혹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이 확보한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전체 1만4288개 투표소 중 51곳은 3시간 이상 누적 투표자 수가 단 한 명도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누적 투표자 수가 100명 단위로 일정하게 증가하는 등 비정상적 패턴도 확인됐다.
합수본은 경기 김포·의왕, 충북 진천 등에서 수백 명 수준의 투표자 수가 수천 명으로 잘못 입력된 뒤, 실무진이 상부 보고 없이 같은 읍·면·동 내 다른 투표소에 분산 입력해 오류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중앙선관위 실무자가 각 시·도 선관위에 이러한 ‘분산 입력 방식’을 안내한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용지 관리 부실 의혹도 제기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선거 당일 이미 사용된 투표용지와 동일한 일련번호가 무번호지에 중복 기재된 사례가 발견됐다. 무번호지는 투표용지가 훼손되거나 부족할 때 예비로 사용하는 용지인데, 합수본은 선관위가 이를 방만하게 운영해 왔다는 의심을 갖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강남구 선관위 선거1계장과 송파구 선관위 사무국장은 직무유기 혐의 피의자로 소환돼 조사받고 있다.
합수본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투표율 허위 입력 의혹이 단순 실무 착오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투표용지 인쇄 기준 하향 결정 과정에서 객관적 검증이 부족했다는 판단 아래, 선관위 내부 의사결정 구조와 관련자 책임 여부를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