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의 지난달 실적이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산업통상부는 최근 ‘7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7월 수출은 988억9000만 달러(한화 약 142조9949억4000만원), 전년 동월 대비 62.8% 증가하며 역대 2위 실적을 기록했다. 6월(1021억 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900억 달러(한화 약 130조1400억원)를 넘겼으며, 14개월 연속 해당 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호황에는 반도체가 핵심 역할을 하며 자리잡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410억 달러, 무려 178.8% 증가하며 두 달 연속 4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글로벌 AI 확산, 특히 ‘에이전틱 AI(Agentic AI)’로 불리는 차세대 AI 추론 기술의 대중화가 서버용 메모리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결과다. 실제로 DDR5·낸드(NAND) 등 주요 메모리 고정가격은 5월 이후 7월까지 각각 20~30% 이상 상승하며 수출 단가를 올렸다.
◈AI 인프라 투자 폭증...컴퓨터·무선통신기기·디스플레이까지 ‘IT 전 품목 호조’
반도체 외 IT 품목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컴퓨터(기업용 SSD 중심) 수출은 404% 증가한 47억9000만 달러, 무선통신기기는 51% 증가한 18억1000만 달러, 디스플레이는 2.4% 증가한 16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컴퓨터 수출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서버 증설이 지속되면서 6개월 연속 세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공급하는 고성능 SSD가 AI 데이터센터의 필수 장비로 자리 잡은 영향이다.
무선통신기기 역시 삼성전자의 갤럭시 S26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가 실적을 견인했다. 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 울트라(폴더블)’ 물량을 국내 업체가 사실상 독점하면서 안정적 증가세를 유지했다.
◈자동차·선박도 견조...하이브리드·LNG선이 성장 주도
모빌리티 분야도 고른 성장을 보였다. 자동차 수출은 62억4000만 달러(7% 증가)로, 하이브리드·전기차 중심의 친환경차 판매 호조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주요 완성차 업체의 하계휴가 시점이 7월 말에서 8월 초로 이동하면서 기저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수출은 32억9000만 달러(46.9% 증가)로, LNG선·탱커 등 고부가가치 선박 물량 증가가 6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끌었다. 조선업계가 고부가 선종 중심으로 수주 전략을 강화한 결과가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석유·화학 물량 감소에도 수출액 증가...K-푸드·바이오헬스가 성장 견인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은 물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단가 상승으로 수출액이 증가했다. 석유제품은 56억8000만 달러(34.1% 증가), 석유화학은 41억8000만 달러(10.3% 증가)를 기록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수출 단가가 크게 올랐고, 나프타 가격 상승도 화학제품 단가를 밀어올렸다. 다만 내수 공급을 우선하면서 수출 물량은 각각 8.8%, 9.1% 감소했다.
소비재 품목도 고르게 증가했다. 바이오헬스는 15억7000만 달러(30.4% 증가)로 역대 7월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EU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점유율이 확대되며 안정적 성장세를 보였다. 화장품은 13억5000만 달러(37.8% 증가)로 9개월 연속 플러스, 농수산식품은 10억9000만 달러(2.3% 증가)로 라면·과자·김치 등 K-푸드 중심의 수출 호조가 이어졌다.
◈대중국·대미국·아세안·EU 모두 급증…한국 수출, 7월에 전방위 호황
7월에는 9대 주요 수출지역 중 8개 지역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대중국 수출은 216억8000만 달러(96.2% 증가)로 2개월 연속 200억 달러를 넘겼다. 반도체·비철금속·석유제품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대미국 수출은 174억3000만 달러(68.7% 증가)로,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컴퓨터·전기기기 수요가 폭증했다. 아세안은 188억 달러(73.7% 증가)로 역대 월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EU 역시 93억8000만 달러(55.7% 증가)로 반도체·컴퓨터·선박·석유제품이 고르게 증가했다. 중동은 자동차 부진에도 불구하고 일반기계·석유화학·무선통신기기 수요가 늘며 24.7% 증가로 전환했다.
7월 수입은 685억6000만 달러(26.5% 증가)로, 특히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이 50.1% 증가한 144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원유 수입 단가는 44% 상승해 수입액 증가를 견인했다. 비에너지 수입도 반도체장비(55.4% 증가), 무선통신기기(34.2% 증가), 컴퓨터(32.9% 증가) 등으로 21.4% 증가했다.
7월 무역수지는 303억2000만 달러 흑자로 2개월 연속 3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1~7월 누적 흑자는 1680억 달러로, 기존 역대 최대였던 2017년의 952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정부 “반도체 호황 지속되지만 통상환경 불확실성 커져...정책 총동원”
7월 수출 실적은 한국 경제가 AI·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정점에 올라섰음을 보여준다. 반도체뿐 아니라 컴퓨터·무선통신기기·디스플레이 등 IT 전 품목이 상승했고, 모빌리티·석유화학·바이오헬스·화장품 등 비IT 품목도 고르게 성장했다.
다만 유가·나프타 가격 상승,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동 리스크 등 외부 변수는 여전히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한국 수출이 이 같은 호황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향후 분기별 실적과 글로벌 AI 투자 흐름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7월 수출은 반기 초임에도 불구하고 900억 달러대의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며 “반도체 호조세와 20대 주력 품목 중 19개 품목 증가가 수출 다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김 장관은 이어 미국의 무역법 301조 관세조치, 주요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동 정세 불확실성 등을 언급하며 “수출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관세·비관세 장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