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천 쿠팡 물류센터 발생된 화재로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많은 사람은 불길만 보았지만, 소방관들이 가장 경계한 것은 따로 있었다. 화재 현장을 뒤덮은 검은 연기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스프레이 우레탄 단열재가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였다. 화상을 입지 않아도 몇 분 만에 의식을 잃고 질식사할 수 있는 치명적인 독성가스다. 이런 독가스가 소비자가 머무는 모듈형 소형주택에 대부분 쓰이고 있다면 결과는 어떨까?
◇ 모듈형 소형주택에 파고드는 스프레이 우레탄 단열재
매년 대형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전문가들은 “불보다 연기가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이런 위험한 단열재가 지금 전국 농촌에 우후죽순 들어서는 '농촌 체류형 쉼터(모듈형 소형주택)'에 아무런 규제 없이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24년 12월 농지법이 개정되면서 농촌 체류형 쉼터는 사실상 사람이 머물고 생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주말농장이나 귀농·귀촌 준비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전국에서 10평 안팎의 소형 모듈 주택과 체류형 쉼터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건축물 내부에 사용되는 단열재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상당수 업체가 가격이 저렴하고 시공이 빠르며 단열 성능도 뛰어난 스프레이로 뿌리는 우레탄 단열재를 사용한다. 공사 기간 단축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사용이 간편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스프레이식 우레탄 단열재는 화재가 발생해 불이 붙으면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발생시킨다.
더 큰 문제는 법의 사각지대다. 일반 주택은 사람이 장기간 거주하는 시설인 만큼 엄격한 화재안전 기준을 적용받는다. 일정 기준 이상의 난연성과 유독가스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고, 관련 시험성적서를 갖춰야 한다. 단열재의 기준은 실험용 쥐가 단열재 화재 시 연기를 마시고 9분 이상 생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농촌 체류형 쉼터는 사람이 생활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주택 수준의 단열재 안전기준은 사실상 비어 있다. 바로 이 틈을 일부 업체들이 파고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주택에는 사용할 수 없는 중국산 스프레이 우레탄이 체류형 쉼터 건축물에는 아무런 제재 없이 사용되고 있으며, 거주가 허용되지 않는 근린생활시설 역시 해당 자재를 사용해 준공 허가를 받은 뒤 실제 거주용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촌 체류형 쉼터에도 단열재 유독가스 시험성적서를 의무화해야
소비자는 건축 전문가가 아니다. 어떤 단열재가 들어가는지, 화재가 발생하면 어떤 가스가 나오는지, 국가시험을 통과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결국 소비자는 모듈 하우스의 가격과 외형만 보고 계약한다. 그러나 화재가 나는 순간 그 선택의 대가는 목숨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비슷한 유형의 수많은 화재 참사를 겪었다. 매번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제도를 고쳤다.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안전기준을 강화했고,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이후 피난 규정을 손질했으며, 물류센터 화재가 반복될 때마다 불연재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또 다른 사각지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부가 농촌 활성화를 위해 체류형 쉼터를 허용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사람이 잠을 자고 생활하는 공간이라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국민의 생명 안전이다.
최소한 사람이 생활하는 농촌 체류형 쉼터에도 일반 주택과 동일한 수준의 화재안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화재는 어디서든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유독가스는 예방할 수 있다. 단열재 기준만 제대로 세우면 된다. 그리고 매번 문제가 되는 샌드위치 스티로품 패널, 스프레이 우레판 단열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는 몇 년 전, 일산 코엑스의 한 주택 전시회에 갔다가 왕겨를 활용한 단열재로 만든 체험형 주택을 보았다. 왕겨 단열재는 불을 붙여도 불이 붙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설령 불이 붙어도 일반적인 연기가 가느다랗게 일어날 뿐이었다. 따라서 농촌 체류형 쉼터도 화재 시 유독가스 시험성적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
건축 신고 과정에서도 이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고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단열재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유독가스가 없는 단열재를 쓰도록 하고, 여러 천연 소재를 활용해 단열재를 개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소비자가 위험을 스스로 알아서 피하라는 것은 국가가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다. 생명은 소비자가 선택하는 옵션이 아니다. 정부가 반드시 보장해야 할 최소한의 권리다. 법은 사고가 난 뒤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막기 위해 존재한다.
언제까지 질식사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규정을 만들겠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당장 제도를 손질해 국민의 생명을 지킬 것인가. 선택은 정부와 국회의 몫이다. 단열재는 벽 속에 숨어 있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화재가 발생하는 순간 그 단열재는 생명을 살리는 재료가 될 수도 있고, 생명을 앗아가는 독가스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
국민으로 하여 집을 사면서 죽음을 함께 계약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농촌 체류형 쉼터가 귀농의 꿈을 이루는 공간이 아니라, 제도의 허점 때문에 생명을 위협하는 공간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정부는 농촌 체류형 쉼터에 사용되는 단열재 기준을 전면 재검토하시라. 사람의 목숨보다 싼 단열재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해서는 안 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