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으로 국민적 실망을 안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대한축구협회의 운영 전반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상대로 감독 선임 과정과 협회 운영, 인사 문제 등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대한축구협회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고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성적 부진과 협회의 운영 실태를 집중 점검했다.
이번 청문회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사상 처음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이후 추진됐다.
이재정 문체위원장은 "대한민국 축구는 오랜 기간 국민에게 기쁨과 자부심을 안겨준 국민 스포츠"라며 "최근 감독 선임과 운영 공정성, 투명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협회 운영 전반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졌다"고 청문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이용수·김병지 부회장, 김승희 전무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재임 기간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일련의 논란과 월드컵 성적 부진에 대해 국민과 팬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앞으로는 기업인으로서 경영에 집중하고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홍 전 감독도 "월드컵 결과로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대표팀에 보내주신 기대에 보답하지 못한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오늘은 제가 알고 있는 사실과 져야 할 책임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축구협회의 운영 방식과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대한축구협회가 어느 날 갑자기 '현대축구협회'가 됐다"며 "정 전 회장과 홍 전 감독 모두 고려대 출신으로, '고대 카르텔'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종면 의원은 정 전 회장이 협회장 4선 도전 당시 약속했던 50억 원 기부가 이행되지 않은 점과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이어가는 점을 거론하며 "정 전 회장 개인과 주변 세력을 지키기 위한 사적 소송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준호 의원도 정 전 회장의 반복된 50억 원 기부 약속을 '매직넘버 50억'이라고 표현하며 위기 때마다 기부를 약속했지만 실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민희 의원은 "축구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결과를 단순한 의견 정도로 치부한다"며 "정부 결정을 우습게 보는 태도가 결국 국민 신뢰를 잃게 만든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홍 전 감독을 향해 "2002년 월드컵의 영웅이었지만 이번에는 북중미 월드컵 졸전의 원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른바 '빵집 면접' 논란으로 감독이 됐는데 국민께 사과해야 하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그러나 홍 전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의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감독직 제안을 받은 것으로 생각했다"며 별도의 사과는 하지 않았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도 "홍 전 감독 측근들이 협회 채용 과정에 지원한 것은 전형적인 패밀리 비즈니스"라며 "제 식구 챙기기가 반복되니 축구 카르텔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전 감독은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한 특혜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그는 "이임생 당시 기술총괄이사와 만났을 때 어떠한 특혜나 이익도 요구한 적이 없다"며 "집 앞 카페에서 만난 것이 국민에게 불투명하게 비쳤을 수는 있지만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해외에서 제기된 연봉 38억 원설에 대해서는 "계약상 연봉을 공개하지 않기로 돼 있지만 38억 원보다 훨씬 적다"며 "돈을 더 요구한 적도 없고 협회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대표팀 감독 사퇴 전후 수행기사와 지원 직원을 협회에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일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정 전 회장은 클린스만 전 감독과 홍 전 감독 선임 과정 모두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또 월드컵 이전 이미 사의를 밝혔고 차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도 재확인했다.
다만 정 전 회장은 "이번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다면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을 것 같다"고 발언해 논란을 낳았다. 이에 임오경 의원은 "문제는 16강 진출 여부가 아니라 축구협회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대한체육회의 축구협회 관리단체 지정 필요성과 협회의 사조직화, 문체부 감사에 대한 대응 등을 둘러싼 비판도 이어졌다. 반면 일부에서는 월드컵 경기 결과만을 놓고 질책하거나 과거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던 내용이 반복되면서 청문회의 실효성이 다소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채택된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와 박항서 전 부회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참고인으로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등 4명만 참석했으며, 박지성 공동위원장과 이영표·박주호 혁신위원 등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재정 위원장은 일부 증인과 참고인의 불출석에 유감을 표하며 "향후 국정감사 등에서 다시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