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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8월 10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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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한 포기가 가르쳐 준 K-농업의 미래


 

올해 텃밭 농사는 성공과 실패가 함께 있었다. 상추는 모두 뽑았고 오이는 끝물이 됐다. 완두콩은 실패했다. 지지대를 제대로 세워주지 못했고 제때 따지 못한 콩은 꼬투리 안에서 싹이 터버렸다. 이제 상추를 뿌리째 뽑아 흙 위에 덮어두고, 8월 하순이면 그 자리에 배추와 무를 심을 생각이다.

 

그래도 올해 텃밭은 내게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잃었던 입맛을 되찾은 것이다. 상추쌈은 물론이고 갓 버무린 상추 겉절이 하나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이 금세 비워졌다.

 

신기한 일은 시장에서 산 상추는 그런 맛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생이 가져다준 상추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기른 오이는 향이 코끝을 찔렀지만, 시장에서 산 오이는 향도 맛도 없었다. 보관도 달랐다. 텃밭 오이나 채소는 신문지에 싸두면 2주일이 넘도록 싱싱했지만, 시장에서 산 것들은 며칠 지나지 않아 무르고 상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얼마 전 《주간경향》에서 여성 농민이자 생태활동가인 이완의 「우리는 논밖에 있지 않다」를 읽으며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녀의 논에는 새우가 사는 모양이다. 맑은 물에서만 살아가는 새우가 있다는 것은 농약을 쓰지 않는다는 건강한 논이라는 뜻이다.

 

그녀는 한일(韓日) 논 생물 조사 교류장에서 만난 한 유기농 농부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25년째 유기 농사를 짓는 그 농부는 뜻밖에도 "벼 노린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린재는 벼의 즙을 빨아 먹는 대표적인 해충이다. 실제로 그는 노린재 피해로 수확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런데도 그는 "노린재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자는 것"이라고 했다. 노린재가 생기자, 그것을 먹는 곤충이 찾아왔고, 벼멸구가 늘자 개구리가 돌아왔다. 먹이가 있어야 천적도 살아간다는 너무도 당연한 자연의 질서가 논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다.

 

그 글을 읽으며 문득 내 텃밭의 상추와 오이가 떠올랐다. 맛과 향의 차이는 품종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살아 있는 흙과 그 흙 속 미생물, 곤충과 벌,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생명이 함께 만들어 낸 결과였으니 말이다.

 

우리는 농업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해충은 없애야 하고, 잡초는 제거해야 하며, 생산량은 최대한 늘려야 한다고 믿는다. 그 결과 농업은 점점 생명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투입을 늘려 생산성을 높이는 산업으로 바뀌었다. 농사는 자연과 협력하는 일이 아니라 자연을 통제하는 기술이 되어 버렸다.

 

결국 오늘날 우리 농업의 가장 큰 문제는 생물다양성을 이루는 ‘연결의 망각'인지도 모른다. 농업이 수많은 생물과 함께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생물다양성을 바탕으로 유지되던 전통농업의 지혜를 버린 채, 화학비료와 농약, 시설과 기계만으로 농업을 설명하려 한다. 맛과 향, 영양소는 떨어지지만 투입비용으로 인해 가격만 비싸지고 있다.

 

농업은 기후 재앙 시대에 생산량 경쟁만으로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농업이야말로 자연과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그게 경쟁력이다. 상추 한 포기가 유난히 맛있었던 이유나, 오래도록 싱싱했던 이유를 이제 인공 지능에게 학습시켜야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물리적 역할만이 아니라 자연과 상생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끝물 상추를 뽑으면서 나는 기후재앙 시대야말로 생물다양성과 첨단기술이 서로 손을 잡고 독자적인 K-농업의 시대를 열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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