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내년도 최저임금에서 도급제 노동자가 제외된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고용노동부에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민주노총은 27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은 시대적 요구를 외면한 것”이라며 재심의를 촉구했다.
도급제 노동자는 배달라이더,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돌봄·가사 노동자, 가전제품 설치 기사 등 성과·물량에 따라 보수를 받는 노동자로, 법적으로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현행 최저임금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최근 사법부가 배달라이더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판결과 정부 연구용역 결과 등을 근거로 “도급제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달 3일 서울고등법원은 배달 플랫폼 운영사를 상대로 제기된 해고무효 소송에서 배달라이더를 근로자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애플리케이션 접속 후 근무하는 동안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으로 노무를 제공했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민주노총은 이 판결이 도급제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지난해 정부 연구용역으로 수행된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논의를 위한 실태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해당 조사에서는 배달·택배·대리운전·돌봄·가정방문점검·학습지 강사 등 6개 직종이 “근로계약은 없지만 전형적인 임금노동자와 비교해 종속성이 낮지 않으며, 최저임금 적용의 정당성이 상당하다”고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근로시간 측정이 가능한 업종은 도급제 최저임금을, 측정이 어려운 업종은 화물 안전운임제와 같은 최저보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결과”라며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를 무시하고 부결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 처음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의 공식 요청에 따라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심의했으나, 세 차례 논의 끝에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안건을 부결시켰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가 스스로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를 비공개로 봉인한 채 졸속으로 부결했다”며 “특고·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 안전망을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현장의 실태조사 결과도 심각성을 보여준다. 민주노총 산하 라이더유니온은 배달라이더 1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 실수입을 시간당으로 환산하면 평균 7400원 수준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92%는 지난해보다 수입이 줄었다고 답했으며, 절반 이상은 월평균 41만원 이상 감소했다고 호소했다. 학습지 노동자 2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95%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회사의 철저한 관리와 지시를 받고 있다”고 응답해 종속성이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도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 보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명령”이라며 “정부는 사각지대에 놓인 특고·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 보장 방안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양경수 위원장 명의의 이의제기서를 노동부에 공식 제출했으며, 최임위가 부결 직후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플랫폼 경제의 양질의 노동’ 협약에 찬성표를 던진 정부의 태도도 강하게 비판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근로자·사용자 대표는 최저임금안 고시 후 1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노동부 장관이 이의제기에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최임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으나, 제도 시행 이후 재심의가 이루어진 사례는 아직 없다.
민주노총의 이의제기가 향후 최저임금 제도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