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부과해 온 ‘10% 글로벌 관세’가 24일(현지시간) 만료되면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관세 조치가 곧 발표될 전망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 ‘강제노동 관련 관세’ 최종 부과 결정을 23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의 대미 수출 환경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올해 2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결한 데서 비롯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대신해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0% 글로벌 관세’를 도입했지만, 해당 조치는 최대 150일만 유지할 수 있어 오는 24일부로 효력이 종료된다. 미국 정부는 새로운 관세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강제노동과 제조업 과잉생산 두 분야에서 대규모 조사를 진행해 왔다.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Lee Greer) USTR 대표는 22일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60개 무역 파트너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을 효과적으로 금지하지 않아 미국 기업이 경쟁에서 부담을 겪었다”며 “이에 대한 최종 대응 조치를 이르면 내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강제노동 제품 규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국가라고 강조하며, “이번 조치가 수년간의 노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중간 발표에서 USTR은 한국을 포함한 60개 경제권이 강제노동 제품 대응 체계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캐나다·유럽연합(EU) 등 일부 지역은 제도는 있으나 집행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10% 관세 대상이 됐고, 한국·일본·영국·오스트레일리아·대만 등 54개 경제권은 제도와 단속 체계 모두 미흡하다고 평가돼 12.5% 관세 부과 대상으로 분류됐다. 이는 기존 10% 글로벌 관세보다 2.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다만 모든 한국산 제품이 똑같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은 이미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별도 관세 체계가 적용되고 있으며, 반도체는 지난해 한미 간 합의로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보장받아 무관세가 유지된다. 그럼에도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을 고려하면 2.5%포인트 인상은 중소 수출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강제노동 관세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16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제조업 과잉생산’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도 진행 중이다. 과잉생산 관세가 추가로 부과될 경우 한국의 총 관세율이 한미 무역합의에서 설정한 15% 상한선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한국 정부는 미국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관세 상한선 준수를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현재 미국을 방문해 USTR 및 관련 인사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정한 만큼 미국이 합의된 관세 상한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그리어 대표도 지난달 “한미 무역합의상의 관세 상한선을 존중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1930년 제정된 관세법을 근거로 캐나다에 5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경한 무역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은 향후 미국의 추가 관세 압박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게 됐다. 우리 정부는 강제노동·과잉생산 등 다양한 경로로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합의된 상한선인 15%를 넘지 않도록 외교적·통상적 대응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무역법 301조 관세 최종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관세 부담 증가보다 미국 내 판매 물량 유지 여부가 더 중요한 변수라고 보고 있다. 미국 시장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된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실제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중소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정부와 기업 모두 긴장 속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