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국내 대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음에도 고용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IT·전기·전자 업종의 호실적은 전체 대기업 실적을 견인했다. 다만 이러한 결과가 전반적인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업종별 성장과 고용의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최근 3년간 실적과 고용 현황을 비교할 수 있는 282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고용 인원은 2023년 말 129만9333명에서 지난해 말 130만2191명으로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322조4222억원에서 3684조2811억원으로 10.9% 늘었다. 영업이익은 153조3764억원에서 277조6844억원으로 81.0% 급증했다. 실적 개선 폭과 비교하면 고용은 정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업종별로는 고용 증감이 영업이익보다 매출 증가율과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자동차·철강·2차전지·운송 업종은 영업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매출이 증가하면서 고용이 늘었다. 반면 통신·유통·식음료·은행·증권 등 내수 중심 업종은 영업이익 증감과 관계없이 매출이 감소하거나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치며 고용이 줄었다. 특히 통신 업종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2%, 0.8% 증가했지만 고용 인원이 6358명 줄어 17.6% 감소했다. 식음료 업종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소폭 증가했지만 고용은 2730명(4.8%) 줄었다.
고용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은 조선·기계였다. 이 업종의 고용 인원은 8만4550명에서 9만5179명으로 12.6% 증가했다. 매출액은 102조6238억원에서 142조4536억원으로 38.8% 늘었고, 영업이익도 5조1052억원에서 12조7666억원으로 증가했다. 한화오션(25.7%), 한화에어로스페이스(19.8%) 등 주요 기업의 고용 확대가 업종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다. 제약·바이오 업종도 11.5%의 고용 증가율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반면 반도체를 포함한 IT·전기·전자 업종은 실적 호조에도 고용 증가가 제한적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으로 업종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4.4%, 2,740.5% 증가했지만 고용은 1727명(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3.3%)와 SK하이닉스(7.7%)는 고용을 늘렸지만, LG디스플레이(-12.1%), LG이노텍(-11.6%), LG전자(-2.8%) 등 일부 기업의 인력 감축이 업종 전체 고용 증가 폭을 제한했다.
리더스인덱스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고성장 업종에서도 고용 증가가 제한되고, 내수 중심 업종에서는 고용 감소가 두드러지는 등 업종별 K자형 양극화가 고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산업 분야는 실적이 크게 늘며 성장세를 이어가지만, 전통 산업과 내수 기반 업종은 역성장하거나 고용을 줄이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 고용을 가장 많이 늘린 기업은 삼성전자(4077명), SK하이닉스(2484명), 한화오션(2286명), 한화에어로스페이스(1352명), 코오롱글로벌(1195명) 순이었다. 반면 KT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음에도 고용 인원이 50000여명 줄었고, KT&G도 매출·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고용은 감소했다.
대기업 실적 개선 속에 고용이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현상은 산업 구조 변화와 자동화·디지털 전환 가속화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반도체·IT 업종은 생산 효율성 향상과 공정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실적 증가가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반면 조선·기계, 제약·바이오 등 인력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실적 증가가 고용 확대로 연결됐다. 전문가들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고용 정책과 산업 구조 전환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