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두고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민주당은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지키면서 범죄 피해자 보호와 수사 공백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조국혁신당은 "보완수사권을 남기는 것은 사실상 검찰 부활"이라며 7월 중 형사소송법 처리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대응을 위해 무제한 토론과 신속처리안건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병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이 후반기 국회 첫 일정을 필리버스터로 시작했다”며 “민생은 철저히 외면하면서 내란과 국정농단의 진실을 밝히는 일은 밤을 새워서라도 훼방 놓겠다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필리버스터는 소수 의견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 명분 없이 국회를 멈춰 세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의 무책임한 보이콧과 엉터리 필리버스터로 민생과 개혁의 시간이 낭비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국민의힘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2차 종합특검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개정안은 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의 미진한 수사를 이어받은 종합특검의 수사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도중 본회의장에 출석한 의원이 재적 의원 5분의 1에 미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이 토론을 중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무제한 토론을 신청해 놓고 실제 토론이나 의결에는 참여하지 않는 이른바 ‘본회의장 비우기’를 막겠다는 취지다.
신속 처리 안건 제도의 처리 기간도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현행 패스트트랙은 상임위원회 심사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90일, 본회의 부의 60일 등 최장 330일이 걸린다.
민주당은 상임위 심사 기간을 60일, 법사위 심사를 15일로 줄이고, 본회의에 부의된 뒤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안건을 상정하도록 국회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 직무대행은 “이름 뿐인 패스트트랙을 신속 처리라는 취지에 맞게 바로 잡겠다”며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뚫어내고 2차 종합특검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피해자 보호와 수사 역량 유지를 함께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공청회 형식의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주요 쟁점과 보완 방안을 논의했다. 그동안은 형사소송법 개정 태스크포스와 정책위원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법무부와 법원, 행정안전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청 등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
민주당은 피해자 단체와 시민사회, 학계는 물론 일선 경찰과 검사, 변호사 등 현장 실무자들의 의견도 청취했다고 밝혔다.
한 직무대행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원칙은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며 “동시에 범죄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고 국가의 수사 역량도 온전히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나 추가 증거 확보가 중요한 사건에 빈틈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를 촘촘히 설계하겠다”며 “새로운 수사 체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개혁안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에선 민주당 내부에서 보완수사권 존치 주장이 나오는 것 자체가 검찰개혁의 후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보완수사권 문제는 검찰에 어느 정도 권한을 남길 것인지에 관한 기술적인 논쟁이 아니”라며 “검찰개혁을 완수할 것인지, 검찰을 다시 부활시킬 것인지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형사소송법 개정 태스크포스 논의를 바탕으로 발의한 법안에 대해서는 검사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가 담겼다. 하지만, 이후 민주당 의원 11명이 보완수사권을 일부 인정하는 별도의 법안을 발의한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당 공식기구가 개혁안을 내놓았는데 소속 의원들은 개혁을 후퇴시키는 법안을 내놓는 모순적 상황”이라며 “일부 범죄의 전건송치를 의무화하면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과거의 수직적 관계로 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해 조국혁신당의 협조를 요청하면서도 정작 보완수사권 폐지에는 머뭇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의 협력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거수기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필리버스터 종결에는 표를 요구하면서 개혁의 본령인 보완수사권 폐지 앞에서 머뭇거리는 것은 상호 신뢰를 깨뜨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역시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모두 폐지하고 전건송치제도를 부활시키지 않겠다는 원칙을 7월 안에 법제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차 의원은 “송치된 사건을 검사가 다시 수사하게 한다면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만들 이유가 없다”며 “경찰의 부실수사와 사건 지연, 유착은 경찰 수사권에 대한 통제 강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은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아니라 수사 진행 상황을 통지받을 권리, 기록을 확인할 권리, 부실수사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 유착이 의심될 경우 담당 수사기관 변경을 요구할 권리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발의한 ‘검사와 사법경찰관리의 협력 및 사법경찰의 수사권 통제에 관한 법률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해당 법안은 사건 입건 즉시 공소청에 사건을 통보해 담당 검사를 지정하고, 검사가 직접 수사하지 않더라도 경찰 수사 초기부터 법률적 의견을 제시하며 사건 지연과 은폐를 통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차 의원은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까지 73일 밖에 남지 않았다”며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로 처리를 미루면 10월 2일 이전에 형사소송법과 후속 입법을 마무리하기 사실상 어렵다”고 압박했다.
여야의 필리버스터 대치 속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형사소송법 처리 일정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이며, 검찰개혁의 방향성을 둘러싼 논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