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다시 격화되며 세계 주요국이 ‘고금리 장기전’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란이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미사일과 무인기로 직접 공격해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전선이 중동 전역과 주요 해상 수송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는 세계 에너지·물류의 핵심 동맥이다. 이 두 항로가 불안정하다면 이는 곧 국제유가·가스 가격·해상운임·보험료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복합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지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에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 상승률이 둔화했음에도 서비스·임금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4%대 중반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동발 공급 충격이 재점화되면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은 더 늦춰질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비슷한 상황이다. ECB는 지난달 에너지값 급등에 대응해 금리를 한 차례 올린 뒤 이번 주 회의에서는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9월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이란 전쟁 재확산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불투명해지면서 물가 경로가 다시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ECB 내부에서는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9월 회의 전까지 물가 지표와 성장률, 기업 조사 결과를 종합해 최종 판단을 내릴 전망이다.
신흥국은 더욱 복잡한 압력에 놓여 있다. 중동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다시 뛰자 아프리카·중동 중앙은행들은 고금리를 더 오래 유지할 태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번 주 기준금리를 7.25%로 올릴 가능성이 크고, 나이지리아(26.5%)·가나(14%)·튀르키예(37%)도 동결 또는 추가 긴축을 검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는 최근 자국 통화 방어를 위해 예상 밖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아시아 주요국도 긴축 기조를 쉽게 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대출우대금리(LPR)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도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이 확실히 확인되기 전까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동결 또는 추가 인상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있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중동발 공급 충격에 특히 취약하다. 유가·운임 상승은 정유·석유화학·철강·자동차·항공·해운 등 전 산업에 비용 부담을 키우고, 고환율·고금리 상황에서 추가 물가 압력까지 더해지면 내수와 투자 회복이 흔들릴 수 있다.
고금리 장기화는 기업과 가계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 기업들은 투자비용 증가로 설비투자와 신규 고용을 줄이고 있으며, 가계는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이자 부담이 누적되면서 소비 여력이 약해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건설·스타트업 등 금리 민감 업종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며 구조조정 압력이 커지고 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세계 경제는 성장 둔화와 금융 불안정이라는 이중 부담 속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