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도매시장의 경쟁 제한적 규제를 개선해 유통 가격을 낮추고 농가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 세미나가 15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기존 도매시장법인의 지정 제도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중도매인의 직접 수집을 허용하는 등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 농산물 도매시장 40년 독점 구조 개혁 시급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도매시장의 40년 독과점 구조를 깨기 위해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법적 업무 폐지"를 제안했다. 그는 산지와 소비지에서 자유롭게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농산물 유통 문제를 경쟁정책 차원에서 접근해 유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농안법상 농수산물은 생산자,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 소매상을 거쳐 소비자에게 이동하는 4단계 유통구조를 가진다. 이 과정에서 도매시장법인은 산지 농산물을 모으는 수집 역할을 하고, 중도매인은 경매로 이를 사들여 소매상과 음식점에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김 연구위원은 “중도인의 산지 직접 거래와 도매시장법인의 소비지에 직접 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구조가 ‘공정거래법상’ 시장 분할 행위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 가락시장은 농협 계열 법인과 5개 민간 도매시장법인이 장기간 독과점적 지정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들 5개 민간 법인의 5개년(2019∼202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23%를 웃돈다. 이 같은 수치는 대기업의 제조업이나 대형 유통업체보다 높다.
이들의 고수익은 법인들이 농산물을 직접 매입하지 않고 경매를 중개한 뒤 거래액에 따라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재고나 가격 하락 위험을 거의 부담하지 않는 구조에서 기인한다.
김 위원은 “도매시장 유통 비용이 높아지면 골목상권은 대형 유통업체와 가격 경쟁을 하기 어렵다”며 “도매시장 개혁은 농민과 소비자뿐 아니라 소상공인의 생존과도 연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매 중심의 거래 방식을 개선 대상으로 제시됐다. 경매는 출하 당일의 물량과 참여자의 심리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져 가격 급등락을 확대할 수 있다. 같은 품질의 농산물도 시기와 물량에 따라 가격 차가 크고, 소량을 출하하는 농가는 불리한 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 경매에서는 생산자의 품질 개선 노력이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농민과 소비자 간 관계를 단절시키는 문제도 야기된다.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과 상품을 생산해도 당일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일본의 도매시장 개혁을 주요 사례로 제시했다. 일본은 한국과 유사하게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업무 영역을 구분했지만, 거래 현실과 맞지 않는 편법이 확산하자 2018년 법을 개정해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따라 도매시장법인은 소매상과 외식업체에 직접 판매할 수 있고, 중도매인도 산지 생산자와 직접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김 위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온라인 농산물 도매시장에 대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독점적 업역과 거래 제한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중간 단계를 줄여 농민의 수취 가격은 높이고, 소비자 가격은 낮추는 방향으로 농산물 도매시장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 농산물 산지 가격 폭락...농민들 생산비·유통비 감당 어려워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엄청나 농민의길·전국농민회충연맹 정책위원장은 “겨울철 무·배추를 시작으로 여러 품목에서 산지 폐기가 반복됐으며, 최근에는 강원도 고랭지 배추 가격이 한 포기 1100원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농민들이 생산비는 물론 유통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반이 부족한 청년농들은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영농을 포기하면서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가 산지 가격 하락에 대한 대책 마련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현 위기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엄 위원장은 농민들이 지난 7월 7일 '팔수록 빚더미 장터'를 열어 산지 가격과 소비자 가격의 심각한 격차를 폭로한 것도 이러한 참담한 현실을 알리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산물 유통구조의 심각한 비효율성으로 양파는 약 75%, 배추는 약 60%의 높은 유통 비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비싼 가격을 치러도 농민은 제값을 받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으며, 도매시장 법인들의 담합에 대해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독점 구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비판이다.
사법적 제재만으로는 시장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고 강조한 그는 "근본적인 도매시장 개혁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유통 주체의 참여를 통해 중도매인 중심의 독점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요 농산물에 대해 국가가 공공수급제와 계약재배를 확대해 지속 가능한 생산비를 반영한 적정 가격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 위원장은 도매시장 개혁과 공공수급제 확대를 함께 추진하는 '투트랙' 접근을 통해 유통 구조와 거래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 정치권·정부 문제 해결 실패...최저가격제 시급히 도입해야
박흥식 전국콩생산자협회 회장은 농산물 유통 구조가 수십 년째 개선되지 못한 점을 비판하며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유통 개혁과 온라인 도매시장 정책에 기대를 표했다.
그는 대통령의 의지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며. 민주당 차원의 '농산물 유통개혁 특별위원회' 구성과 당대표 후보들의 공약 채택을 제안했다. 아울러 중도매인 포함한 유통 참여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시급하다며, 올해 안에 법률 개정안을 공동 발의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도 개선 방안으로는 농산물 경매의 최저가격제를 도입해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에서 경매가 시작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수매물량 확대만으로는 문제 해결할 수 없어
김창수 영남채소농업협동조합 조합장은 2019년 마늘·양파 가격 폭락 당시 생산자단체의 조직력 부재를 겪은 후 이를 극복하고자 생산자협회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이후 정부와 재배면적 조절과 수급 안정을 도모했으나 민간 수입 확대와 마늘 TRQ(저율관세할당) 물량 도입으로 시장 질서가 무너져 올해 양파 가격 폭락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산지에서는 양파를 갈아엎을 정도로 가격이 폭락했음에도 소비자는 여전히 비싼 가격을 치르는 기형적인 현상이 바로 유통 구조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농협은 수매 후 손실이 발생하면 경영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적극적으로 수매를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결국 안정적인 판매를 위해 민간 유통업체에 물량을 넘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생산자들이 지난해 전국 단위 마늘·양파 품목농협을 설립했다고 소개한 그는 "정부가 농민의 지속 가능한 생산비와 적정 소득을 보장하는 공정가격(기준가격)제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도매시장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 필요...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
정연희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 연합회 회장은 도매시장 법인과 중도매인 중심의 허가제가 신규 진입을 막고 시장 내 카르텔을 형성해 높은 유통마진을 유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통 단계를 축소하는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공감하면서도, 더욱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허가제를 등록제로 전환하여 시장 진입장벽을 대폭 낮추고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회장은 “AI 시대에 생산과 유통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체계 구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통해 과잉생산을 예방하고 재고를 줄이는 한편, 불가피한 공급 과잉 시에는 품목별 평균 단가제를 도입해 직불금 등으로 농가 소득을 보장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현재 높은 소비자 가격의 원인이 유통업체가 아닌 도매시장 단계의 누적 마진에 있다"고 지적하며 "시장 내 경쟁 확대로 다단계 유통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가격 형성 과정 불투명...생산자가 가격 결정에 사실상 참여 못해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상임이사 역시 산지의 가격 폭락에도 소비자는 비싸게 사는 기형적 현실을 꼬집으며 불투명한 가격 형성과 생산자의 가격 결정권 부재를 핵심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경매제도가 겉으로만 공정할 뿐 생산자가 결정된 가격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생산자가 농산물의 적정 가격 형성에 직접 참여하고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윤 상임이사는 온라인도매시장이 긍정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의 보완과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가격 형성의 투명성과 생산비를 반영한 합리성이라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가격 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특히 "기후변화로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이 유통구조와 가격 결정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적기"라고 역설했다.
◇ 구제 개선, 이해관계자 간 사회적 합의와 현장의 설득 함께 이뤄져야
장주연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구조개선과 과장은 공정위는 2018년부터 농식품부와 협의해 도매시장법인 재지정 제도 등을 일부 개선했으나, 이해관계 대립으로 전반적인 제도 개혁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정위는 농식품부와 함께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업역 규제 완화, 시장도매인 제도 활성화 등을 지속해서 협의하고 있다.
정 과장은 "시장도매인제를 경매제의 대체재가 아닌 새로운 선택지로 보고 거래 당사자가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해야 시장 경쟁 촉진과 유통 효율화에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온라인도매시장이 새로운 채널로서 성장 가능성이 크며, 이곳에서 검증된 업열 제한 완화 효과가 오프라인 규제 완화 논의의 긍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실질적인 제도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개선 노력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 간의 사회적 합의와 현장 설득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더불어민주당 이강일·박주민·송옥주·진성준·이해식·이강일·문금주·문대림 의원실이 주최하고, 지속가능국민밥상포럼 주관했다. 후원에는 한국법제연구원·(사)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서울농수산물도매시장정산(주)이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