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급락하며 지난달 한국의 수입 물가도 3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동 전쟁 발발 이후 급등했던 유가가 종전 합의 국면에 접어들며 빠르게 안정되자, 광산품·석탄·석유제품을 중심으로 수입 물가가 전월 대비 뚜렷한 내림세를 보였다. 다만 환율 상승과 중동 지역의 긴장 재고조 등 불확실성은 여전해 향후 흐름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6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2020=100)는 161.34로, 5월(168.78)보다 4.4% 하락했다. 이는 2022년 12월(-6.5%)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올해 3월 중동 전쟁 여파로 18% 급등했던 수입 물가는 4월 하락(-2.1%) 후 5월 소폭 반등(0.2%)했으나, 6월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월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5월 배럴당 103.15달러에서 6월 79.45달러로 23% 넘게 떨어졌다. 이는 전쟁 이전 수준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1490.11원에서 1527.30원으로 2.5% 상승해 수입 물가 하락 폭을 일부 상쇄했다. 그럼에도 국제 유가 하락 폭이 더 컸기 때문에 전체 수입 물가는 하락세가 뚜렷했다.
품목별로 보면 원재료 수입 물가는 광산품(-11.3%)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10.3% 급락했다. 중간재에서는 나프타·벙커C유 등 석탄 및 석유제품(-19.0%), 화학제품(-3.3%)이 떨어지며 전체적으로 3.2% 하락했다. 반면 자본재와 소비재는 각각 1.6% 상승했다. 계약통화 기준 수입 물가는 전월 대비 6.4% 하락해 환율 영향을 제외해도 하락 흐름이 뚜렷했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 수입 물가는 여전히 20.6% 상승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국제 유가가 전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한 데다 광산품·화학제품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높은 수입 물가 상승률은 소비자 물가에도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만큼,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출 물가는 전월 대비 보합(0.0%)을 나타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46.9%나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반도체 가격 급등이 전체 수출 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수출용 D램 가격은 전년 대비 277.9%, 플래시 메모리는 268.1% 폭등했다. 다만 전월 대비 상승 폭이 축소된 것은 ‘피크아웃’이라기보다 분기별 계약 시점 차이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수출입 물량도 크게 늘었다. 수입물량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2.0% 증가했고, 수출물량지수는 반도체·컴퓨터 기억장치·이동전화기 등 전자·광학기기 중심으로 29.8% 급증했다. 수출금액지수는 무려 74.8% 상승해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교역 조건도 개선됐다. 수출품 가격이 수입품보다 더 크게 오르면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5.6% 상승했다. 이는 한국이 같은 수출 대금으로 더 많은 수입품을 살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반도체 가격 급등이 국제 유가 상승을 상쇄하며 교역 조건이 개선된 효과다. 소득교역조건지수도 수출물량 증가와 가격 상승이 겹치며 50%나 뛰었다. 여러 분석에 따르면 아직은 환율 상승과 중동 지역 불안정성이 여전해 향후 물가 흐름은 불확실성이 크며, 소비자물가 안정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