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처분의 효력을 본안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 정지시켰다. 이번 판결은 공정위의 첫 외국인 동일인 지정 사례에 대한 제동이다. 이번 결정으로 쿠팡은 당장 강화된 국내 규제 체계를 따라야 하는 상황을 피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일시적인 정지인 만큼 본안 소송 최종 결과에 따라 경영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14일 쿠팡과 김범석 의장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동일인 변경 지정 처분 취소 소송과 관련해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동일인 지정 효력과 김 의장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 처분 모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소명됐다”며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도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올해 처음으로 외국인 동일인 지정 기준을 마련한 뒤, 미국 국적인 김범석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그동안 공정위는 외국인 동일인 지정 전례가 없고 김 의장의 친족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국 법인인 쿠팡 주식회사를 동일인으로 지정해 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올해 기준을 바꾸며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재판단했다. 특히 김 의장의 동생이 국내 계열사 경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 본인과 배우자, 4촌 이내 친족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 소유 현황과 계열사 거래 내역을 매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해외 친족이나 미국 상장사 임원의 주식·거래 정보를 포함해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며, 공시 누락 시 형사처벌 위험도 따른다. 이는 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허위 자료 제출이 확인되면 동일인이 모든 법적 책임을 지는 구조다.
쿠팡 측은 심문 과정에서 이러한 의무가 외국계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보다 더 광범위한 정보를 한국 공정위에 제출할 경우 해외 투자자 집단소송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과 대만 등 외국 국적 친족에게 한국 법 기준에 맞춘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부각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 일부를 받아들였고, 결국 효력 정지 필요성이 인정됐다.
쿠팡의 이번 결정은 외국인 동일인 지정 제도에 대한 업계의 문제 제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변화 가능성도 보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경영 구조와 친족 관계를 한국 규제 체계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와서다. 업계에서는 동일인 제도의 사람 중심 규제에서 벗어나 경영 투명성 중심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쿠팡에 대한 이번 법원 결정은 공정위 처분의 집행이 일시 정지된 것일뿐, 본안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판결 결과에 따라 동일인 지정이 다시 유효해질 가능성도 있어 쿠팡의 경영 불확실성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밖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6000억원대 과징금 부과에 대한 불복 소송, 최근 국세청의 3000억원대 과세 예고 통지 등 정부에서 날아오는 법적·행정적 이슈가 이어지며 쿠팡의 법적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