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2020년 코로나19 봉쇄 이후 최대폭으로 치솟았다. 미국-이란 교전이 재개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선박에 대한 봉쇄 조치를 다시 시행하겠다고 밝히며 시장은 해협의 정상적 통항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주말 사이 이어진 충돌 이후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각각 10% 가까이 급등했다. 브렌트유는 9.6% 오른 배럴당 83.30달러(한화 약 12만4425.21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2020년 5월 이후 가장 큰 일일 상승폭이다. WTI도 9.4% 상승한 78.14달러(한화 약 11만6717.72원)로 마감하며 올해 들어 네 번째로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일대가 이미 ‘상시적 긴장 상태’에 들어섰다고 진단한다.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레이철 지엠바(Rachel Ziemba) 선임연구원은 “이 지역은 군사적 충돌과 보복 위험이 구조적으로 자리 잡아 단기간에 안정성을 회복하기 어렵다”며 “정상 상태라는 개념 자체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능한 한 빨리 대체 수송 경로를 확보해 호르무즈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전략적·경제적 필수”라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발발 이전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던 핵심 통로였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서는 해협 통항이 사실상 봉쇄되고 일부 물량만 비밀 경로를 통해 제한적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이른바 ‘나초(NACHO·Not A Chance Hormuz Opens)’ 거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WSJ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가 해협 의존도를 구조적 취약성으로 보고 우회 송유관 확충과 대체 수출항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1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내년 말까지 총 7개의 우회 송유관 확장 계획이 추진되고 있으며, 공사가 완료되면 전쟁 이전 걸프 지역 원유 수출량의 45% 이상이 호르무즈를 거치지 않고 새로운 경로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계획이 더 빠르게 진행될 경우 2028년 말에는 우회 비율이 75%까지 높아질 가능성도 제시됐다. 다만 송유관 건설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고, 시설 자체가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도 크다. 지엠바 연구원은 “새 송유관을 만드는 것보다 이를 보호하는 일이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시장 안정을 위해 전략비축유(SPR)를 대량 방출한 영향으로 1983년 이후 전략비축유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유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또 다른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중동산 원유 공급 불확실성에 대비해 중남미·서아프리카·미국산 원유 구매를 늘리고 있으며,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현재 가격대에서 적극적인 매입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미국-이란 간 군사행동이 확전과 보복의 순환 속에 놓여 있어 긴장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고 본다. 특히 이란이 이번 전쟁을 통해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실행하면서 ‘최후의 카드’를 꺼낸 만큼, 이번 전쟁에서 종전 협상이 되더라도 근본적 평화가 정착되지 않는 이상 해협이 언제든 다시 닫힐 수 있다는 리스크는 상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