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기 용인에 조성 중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첫 번째 반도체 생산공장(팹) 가동 목표를 기존 계획보다 1~2년 앞당긴 2029년으로 확정하며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글로벌 메모리·시스템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세계 주요 기업들의 증설 경쟁이 가속화되자 한국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속도전’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삼성전자의 용인 국가산업단지 첫 팹 가동 시점을 기존 계획인 2030~2031년에서 2029년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정부는 용인 국가산단 전체 완공 목표도 기존 2047년에서 2040년으로 7년 앞당기겠다고 밝히며, 반도체 공급망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속도 조절에 나섰다.
용인 국가산단은 총 777만 3656㎡(약 235만평) 규모 부지에 삼성전자 팹 6기, SK하이닉스 팹 4기 등 총 10기의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전남권에 총 800조원을 투입해 첨단 메모리 팹 4기를 추가로 건설하기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앞서 확정된 용인 사업의 지연을 방지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첫 팹의 2029년 가동을 위해서는 올해 하반기 부지 조성 공사가 시작되고, 늦어도 2027년에는 착공이 이뤄져야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간적 계산에 따른 판단이다.
첨단 반도체 공장은 착공부터 장비 반입, 수율 안정화까지 최소 2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토지 보상·수용 재결·인허가·시공사 선정 등 후속 절차가 지연 없이 진행돼야 한다. 실제로 용인 국가산단은 2023년 지정 이후 토지 보상 지연으로 후속 절차가 순차적으로 밀려왔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행정 지원이 필수라는 요구가 잇달았다.
전력과 용수 확보는 반도체 팹 조기 가동의 핵심 변수다. 반도체 팹은 초미세 공정 특성상 막대한 전력과 초순수가 필요하다. 정부는 3GW 규모 LNG 발전소 조기 착공, 전력망 구축 일정 단축, 단계별 공업용수 공급 조기화 등을 추진하며 인프라 구축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첫 팹의 2029년 가동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일정을 앞당긴 배경에는 AI 시대의 장기적 메모리 수퍼사이클 판단도 자리한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메모리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250% 성장한 8039억 달러(한화 1203조4383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업계에서는 공급 부족이 203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주요 고객사와의 장기 공급계약이 대부분 ‘취소·반품 불가’ 조건을 포함하고 있어 생산능력 확대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경쟁에서도 속도전 양상이 극대화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2035년까지 미국 내 투자 규모를 2500억 달러로 확대하고 전체 D램 생산의 40%를 미국에서 담당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K하이닉스도 미국 등 해외 생산기지 추가 건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용인 첫 팹의 조기 가동은 국내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조성 시점을 앞당기고, 후속 팹 건설에도 탄력을 붙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의 속도전이 적절한 방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실행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최근 메가프로젝트 발표에서 평택·용인 클러스터에 2030조원, 호남권에 400조원 등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용인 첫 팹의 조기 가동은 이러한 전략의 첫 단추이자,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