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명태균 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1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천396만3천600원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 씨가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로부터 약 2억7천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 58회(공표 36회·비공표 22회)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측이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대가로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특검이 공소사실에 포함한 여론조사 58건 가운데 14건만 정치자금법상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론조사 기관이 정치인과 사전 접촉 없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단순 전달한 것만으로는 기부행위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특정한 합의에 따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면 비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김건희 씨는 명태균 씨를 신뢰해 여론조사의 내용과 방식, 실시 시기, 공표 여부 등을 일임했고, 윤 전 대통령도 이를 전달받아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판단했다.
공천 개입 의혹도 일부 인정됐다. 재판부는 명 씨가 대선 이후 김영선 전 의원의 보궐선거 공천을 요청했고, 윤 전 대통령이 이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은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 제공과 정치적 조언을 받은 뒤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한 부탁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다만 특검이 주장한 약 2억7천만 원 상당의 정치자금 전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측이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범위를 일부로 제한해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정치자금법이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는 행위는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여론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윤 전 대통령의 행위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해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판결은 같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씨 사건과는 다른 결론이다. 김 씨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명 씨가 자신의 영업 활동이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여론조사를 실시·배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김 씨가 정치자금법상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씨 사건의 대법원 선고는 오는 16일 예정돼 있어 동일한 사실관계를 둘러싼 최종 사법부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판결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은 "국민 주권을 바로 세운 역사적 판결"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명태균표 여론조사의 수혜자는 윤 전 대통령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명 씨의 여론조사를 받아보고 비용을 후원자에게 대납하게 한 혐의로 특검이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천300만 원을 구형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건의 구조와 등장인물, 적용 법조항이 판박이인 만큼 법치의 저울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며 "이번 판결이 세운 엄정한 잣대가 오 시장 재판에서만 무뎌질 이유는 없으며, 사법부의 일관되고 준엄한 판단을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김건희 씨에 대한 무죄 판결도 바로잡아야 한다"며 "정치적 권력을 위해 브로커와 결탁하고 국회의원 공천권을 좌우한 행태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검 구형량인 징역 4년에는 미치지 못해 아쉽지만, 불법적인 여론조사로 민심을 왜곡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무너뜨린 범죄에 대한 심판"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