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시스템통합(SI) 업계가 ‘노조 무풍지대’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급격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삼성SDS, 현대오토에버, 신세계아이앤씨 등 주요 IT서비스 계열사에서 창사 이후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잇따라 출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성과급과 보상 체계에 대한 불만이 계기가 됐지만, 그 이면에는 인공지능(AI) 전환(AX) 가속화로 커진 고용불안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SDS 노조는 출범 하루 만에 5600명 이상이 가입하며 전체 직원의 절반을 넘겼다. 회사가 현금 성과급을 주식 지급 방식으로 바꾸려 한 것이 불만을 키웠고, 노조는 즉시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조직력을 과시했다. 현대오토에버와 신세계아이앤씨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노조가 설립됐다. 두 회사도 인사평가 기준 공개, 공정한 보상, 고용안정 등을 핵심 요구로 내세우며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SI 업계는 그동안 높은 이직률과 잦은 인력 이동으로 노조 조직화가 쉽지 않은 구조였다. 그러나 계열사 중심의 영업 구조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낮게 유지되고, 이에 따라 보상 체계가 왜곡된다는 불만이 누적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AI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조직 개편과 업무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자, 안정적이라고 여겨졌던 대기업 IT 계열사에서도 일자리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줄어든 청년층 일자리의 대부분이 소프트웨어 개발·시스템 운영 등 AI 고노출 업종에서 발생했다. 코딩, 테스트, 운영 등 정형화된 업무가 주력인 SI 업계는 AI 대체 압력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신세계아이앤씨 노조가 그룹의 시스템 운영(SM) 개편 과정에서 외주화 가능성을 문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오토에버 노조가 고용안정을 요구한 배경 역시 AI 도입이 가져올 구조 변화에 대한 불안과 맞닿아 있다.
업계에서는 노조 확산이 AI 인프라 투자와 조직 재편을 추진해야 하는 시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기업 경영진은 기술 패러다임 전환기에는 과감한 자원자원 투입과 빠른 의사결정이 필수지만, 노조와의 협의 과정이 길어지면 인력 운영이나 투자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성과급 갈등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결국 AI 시대의 고용 불안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AX(AI 전환)를 성장동력으로 내세우는 기업들이 늘어날수록, 같은 기술이 언젠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SI 업계의 노조 설립 도미노는 단순한 보상 갈등을 넘어, AI 전환기 노동환경 변화에 대한 경고음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