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 국민연금의 대규모 투자 손실 논란이 다시 정치권과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홈플러스 회생이 긴급 운영자금(DIP) 확보 난항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국민연금공단과의 간담회를 통해 MBK파트너스에 대한 추가 투자 중단과 회수 가능한 자금의 조속한 회수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이 MBK에 대해 직무 일부정지를 포함한 중징계를 의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도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5년 MBK의 홈플러스 인수 당시 상환전환우선주(RCPS) 5826억원과 보통주 295억원 등 총 6121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올해 1월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회가 RCPS 공정가치를 0원으로 평가하고 2024년 말 기준 보통주 가치도 0원으로 처리하면서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약 1조원 규모의 국민 노후자금 손실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비판이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은 MBK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RCPS 조건을 변경한 과정이 홈플러스 재무구조 개선에는 도움이 됐지만 국민연금 등 출자자의 회수 가능성을 낮춘 것인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상 불건전영업행위와 내부통제 의무 위반 여부도 함께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긴급 운영자금 확보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정치권은 MBK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을 상대로 1000억원 규모의 DIP 조달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MBK는 김병주 회장의 1000억원 개인보증 제공 의사를 유지하면서도 메리츠가 2000억원 전체 대출 계약을 먼저 체결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고, 메리츠는 법무·회계 검토와 이사회 의결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을지로위원회는 양측이 사실상 자금 집행을 어렵게 만드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며 “청산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정치권의 압박은 국민연금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연금이 MBK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11개에 약 2조2000억원을 출자하고 있는 만큼, 금감원 제재가 확정될 경우 위탁운용사 관리기준에 따라 투자금 회수와 신규 출자 제한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러 언론을 종합하면 국민연금은 금감원 제재가 확정되면 즉시 회수 가능한 1500억원이 있으며, 손실이 발생하지 않고 다른 LP들의 동의를 얻는다면 약 1조2000억원도 추가 회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회수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계약상 요건과 다른 투자자들의 동의 등 현실적 제약이 적지 않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사태는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도 이어졌다. 민주당은 주식 투자에 적용되는 ESG와 스튜어드십 코드를 사모펀드 등 대체투자에도 확대 적용하고, 위탁운용사의 사회적 책임과 운용 적정성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MBK는 RCPS 조건 변경이 “홈플러스의 재무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보전을 통한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합리적 판단”이었다고 반박하고 있으나, 국민연금의 대규모 손실 인식과 정치권의 압박 속에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