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대법원이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583일 만이자, 윤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8개 재판 가운데 나온 첫 대법원 확정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9일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상고심에서 윤 전 대통령과 내란 특별검사 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저지한 혐의와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국무회의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 등을 받았다.
또 계엄선포문을 사후 작성·폐기하고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허위 공보자료를 외신에 배포하도록 지시한 혐의,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 등도 적용됐다.
1심은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일부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등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허위 공보자료 작성 지시와 일부 국무위원에 대한 추가 심의권 침해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형량을 징역 7년으로 높였다. 내란 사건을 수사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1·2심 모두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고, 범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도 없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번 상고심의 핵심 쟁점이었던 공수처 수사 적법성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공수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헌법 제84조의 대통령 불소추특권은 형사소추를 제한하는 규정일 뿐 재직 중 수사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나 국가원수로서의 권위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사건 접수와 증거 수집 등 기본적인 수사상 조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공수처에 내란죄 직접 수사권이 없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서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적법하게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혐의를 인지했고 두 범죄가 동일한 사실관계와 증거를 공유하는 '관련 범죄'에 해당한다며 공수처 수사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대통령경호처가 형사소송법 제110조를 근거로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거부한 것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유가 제시되지 않은 만큼 공수처의 영장 집행은 적법했고, 이를 방해한 행위도 위법하다고 봤다.
아울러 일부 국무위원의 계엄 심의권 침해, 허위 공보자료 작성 지시,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 지시,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한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에 대한 원심의 유죄 판단도 모두 유지했다.
다만 허위 계엄선포문을 작성한 뒤 보관한 행위만으로는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며 허위공문서 행사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 판단 역시 그대로 확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 불소추특권과 공수처 수사권 등 중대한 헌법적 쟁점에 대한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사건은 전원합의체 심리가 필요했던 사안이었다며 재판소원 등 헌법재판 절차를 통해 판결의 위헌성을 다투겠다고 밝혔다.
반면 공수처는 이번 판결이 비상계엄 사태 관련 첫 대법원 확정판결이자 공수처 수사권과 체포영장 집행의 적법성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형사사법 절차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작동해야 한다는 법치주의 원칙을 재확인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대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등 혐의에 대해 징역 7년을 확정한 것을 두고 "당연한 귀결"이자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하며, 남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도 엄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승찬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이번 판결은 12·3 불법 비상계엄을 일으킨 윤석열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라며 "국가권력을 사유화해 정당한 영장 집행과 수사를 가로막은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부 대변인은 다만 "2심에서 선고된 징역 7년은 특검이 구형한 징역 10년에 미치지 못해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 눈높이에 비춰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윤석열은 대통령경호처를 방패막이로 동원해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고, 계엄 선포 책임을 면하기 위해 허위공문서 작성을 지시하는 등 공권력을 사유화했다"며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2심 재판에서도 내란의 완전한 청산과 헌정질서 회복이라는 국민의 염원에 걸맞은 엄정한 사법적 판단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대법원이 윤석열 측의 법리 오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고를 기각해 징역 7년을 확정한 것은 사필귀정의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임명희 혁신당 대변인은 "윤석열 측이 졸속 심사를 주장하며 재판소원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며 "사법 절차의 정당성을 수호해야 하는 사법부의 고충과 피로감이 깊어질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평생 법을 다뤘다는 사람의 입에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사죄하고 반성한다'는 상식적인 말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도 철저히 진행돼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하며 결코 선처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