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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20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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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푸드테크, 사회문제 해결의 플랫폼


 

수확을 앞둔 곳곳의 양파밭이 트랙터로 갈아엎어졌다. 가격이 폭락하자 농민들이 최저생산비 보장을 요구하며 밭을 갈아엎는 투쟁에 나선 것이다.

 

전남 무안, 전북 완주, 경북 김천, 경남 함양 등지에서 전국양파생산자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양파밭 갈아엎기 투쟁을 벌였고, 언론은 생산량 증가와 소비 부진으로 양파 가격이 평년보다 30% 이상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한국 농업의 오래된 모순이 재차 드러난 장면이다.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 소비자는 고통받고, 가격이 폭락해 농민은 밭을 갈아엎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럴수록 정교하게 작동해야 할 생산과 유통, 소비 연결 시스템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 흔들리는 먹거리 체계

 

한편, 지금 세계의 먹거리 체계는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기후위기는 농업 생산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폭염, 가뭄, 집중호우, 병해충 증가는 농산물 생산량과 품질을 저해하고, 이는 곧 장바구니 물가와 식량안보 문제로 이어진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후변화가 식량안보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농식품 시스템 역시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위기의 영향을 동시에 받으면서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다고 했다. 즉 기후위기로 인해 먹거리 체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푸드테크를 통한 돌파구 모색이 요구된다. 푸드테크는 단순한 기술 유행이 아니다. 식품 스마트 제조는 에너지와 원료 사용을 줄일 수 있고, 식품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농산물과 부산물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대체단백질과 배양기술은 축산 중심 식량체계의 환경 부담을 줄이는 가능성을 배가한다.

 

또한 친환경 포장기술은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와 연결된다. 인공지능 기반 수요예측과 스마트 유통기술은 과잉 생산과 폐기를 줄이고, 필요한 곳에 필요한 식품을 더 정확하게 공급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주목받는 푸드테크

 

바로 이 지점에서 푸드테크를 다시 짚어보려 한다. 푸드테크는 단순히 새로운 식품을 만들거나 첨단기술을 식품산업에 접목하는 일이 아니다. 생산량을 예측하고, 수요를 읽어내고, 유통경로를 최적화하고, 과잉 생산된 농산물의 새로운 용도를 찾는 등, 사회문제 해결의 기술이어야 한다.

 

푸드테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식품산업을 창출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식품에 인공지능(AI), 바이오, 로봇, 데이터, 스마트 제조, 대체단백질, 업사이클링 기술을 결합하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 그러나 푸드테크의 더 중요한 의미는 따로 있다. 그것은 기후위기, 고령화, 식량안보, 먹거리 불평등과 같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 역시 푸드테크가 주목받는 중요한 이유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부터 2050년 사이 60세 이상 인구 비중이 12%에서 22%로 거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건강한 고령사회에 대비하려면 먹거리를 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먹거리는 단순히 식사를 위한 게 아니다. 씹기 쉬운 음식, 삼키기 쉬운 음식, 당뇨·고혈압·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에 맞춘 식단, 1인 가구 어르신을 위한 간편식, 돌봄과 연결된 영양관리 서비스가 필요하다. 여기서 푸드테크는 ‘돌봄의 기술’이 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푸드테크는 푸드케어와 연결되어야 한다. 병원식, 고령친화식, 맞춤형 영양식, 개인 건강 데이터 기반 식단 추천, 지역 돌봄 도시락, 공공급식 데이터 관리가 따로 움직이면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벗어나 생산·가공·유통·소비·건강관리 데이터를 연결하면, 먹거리 체계는 복지와 보건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앞으로의 푸드테크는 더 빠른 배달앱이나 더 화려한 대체식품 창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민의 건강수명, 지역 돌봄, 의료비 절감까지 연결하는 사회적 인프라로 발전해야 한다.

 

소비자의 변화 역시 푸드테크가 주목받는 중요한 배경이다. 과거의 식품 선택 기준이 가격과 맛, 양에 치우쳤다면, 지금의 소비자는 훨씬 더 넓은 기준으로 먹거리를 찾는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안전하게 생산·유통되었는지, 원산지와 생산 과정은 투명한지, 환경 부담은 줄였는지, 생산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는지까지 살핀다.

 

또한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고령자, 환자, 영유아 가정처럼 생활 조건이 다양해지면서 먹거리 시장은 개인의 삶의 방식과 돌봄의 필요에 맞춰 선택되는 영역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품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과 가치관, 생활 리듬에 맞는 먹거리를 원하고 있다. 이 변화는 먹거리의 가치가 가격과 효율 중심에서 건강, 안전, 환경, 돌봄, 공정성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푸드테크는 산업정책만이 아니라 생활정책, 복지정책, 기후정책, 농업정책의 관점 아래 통합적이고 중층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푸드테크 정책 방향

 

정부도 이미 푸드테크를 미래 식품산업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푸드테크를 식품과 기술의 융합으로 설명하며, 세포배양식품, 식물기반식품, 간편식, 식품 프린팅, 스마트 제조, 스마트 유통, 맞춤형 식품, 외식 푸드테크, 업사이클링, 친환경 포장기술 등을 10대 핵심기술로 제시한 바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푸드테크 R&D 자료 또한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을 계기로 푸드테크 산업을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이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시행에 들어간 것은 단지 하나의 신산업 지원법이 생겼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먹거리의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제도적 선언이다. 푸드테크는 더 이상 일부 스타트업이나 식품기업의 실험적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식량안보와 기후위기 대응, 고령사회 돌봄, 지역 농식품산업의 고도화와 연결되는 국가전략 산업이 되고 있다.

 

 

특히 이 법은 식품 제조, 유통, 외식 서비스에 인공지능, 로봇, 정보통신, 바이오, 친환경 포장, 업사이클링 기술을 접목하는 푸드테크의 범위를 제도적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식물기반식품, 세포배양식품, 개인 맞춤형 식품, 스마트 제조, 스마트 유통, 외식 서비스 혁신 기술 등은 기존 식품위생 중심의 제도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낡은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신기술이 안전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기준을 새롭게 설계하는 일이다.

 

푸드테크 산업 육성이 단순한 부처별 규제 완화 경쟁으로 흐르면 안 된다. 먹거리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은 무분별하게 규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진입장벽은 낮추고 안전·영양·표시·윤리·환경 기준은 분명히 세우는 데 있다. 그래야 기업은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도전할 수 있고, 소비자는 새로운 식품과 서비스를 신뢰할 수 있다.

 

푸드테크의 성장은 정부 혼자 이끌 수 없다. 정부는 법과 제도, 연구개발, 실질적 인프라, 실증적 데이터 기반을 마련해야 하고, 실제 혁신은 민간기업과 스타트업, 대학, 연구기관, 농업 현장, 지역 식품기업이 함께 이루어야 한다. 대기업의 자본과 글로벌 네트워크, 청년 스타트업의 실험정신, 대학과 연구기관의 원천기술, 지역 농산물과 식품기업의 생산 기반이 연결될 때 푸드테크는 비로소 살아 있는 산업 생태계가 된다.

 

◇ 푸드테크의 미래 전략

 

따라서 대한민국 푸드테크의 목표는 단순히 새로운 식품을 많이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K-푸드의 세계적 확산, 농업의 디지털 전환, 바이오·인공지능 기술, 고령친화식과 푸드케어, 공공급식과 지역 먹거리 안전망을 하나로 연결해야 한다. 그때 푸드테크는 수출산업이자 돌봄산업, 기후산업이자 농업의 미래성장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푸드테크가 성공하려면 기술만 앞서가서는 안 된다. 기술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지, 농민과 소비자와 지역사회에 어떤 이익을 주는지를 물어야 한다.

 

푸드테크가 대기업과 플랫폼 기업의 새로운 수익모델에만 머문다면, 먹거리 불평등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고급 맞춤식은 부유층만 이용하고, 취약계층은 여전히 값싼 고열량 식품에 의존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혁신이 아니다.

 

그래서 푸드테크의 방향은 ‘푸드케어’로 확장되어야 한다. 농산물 생산 데이터를 활용해 수급을 예측하고, 공공급식과 지역 소매점을 연결해 신선식품 접근성을 높이며, 고령자와 1인 가구에게 맞춤형 건강식품을 제공하고, 버려지는 농산물은 업사이클링을 통해 새로운 식품·사료·퇴비·바이오 소재로 전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것이 산업으로서의 푸드테크를 넘어 사회문제 해결형 푸드테크로 가는 길이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누가 더 신기하고 획기적인 식품을 만드느냐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누가 기후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는가, 누가 고령사회에 맞는 돌봄 식품체계를 만들 수 있는가, 누가 농민의 소득과 소비자의 건강, 지역경제와 환경을 함께 살릴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푸드테크는 식품산업의 미래이지만, 동시에 사회정책의 미래이기도 하다. 먹거리를 상품으로만 보던 시대에서, 먹거리를 건강권·돌봄권·환경권·생활권의 기반으로 보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이제 푸드테크의 질문은 “무엇을 새로 만들 것인가”를 넘어 “누구의 삶을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만들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그 질문에 답할 때, 푸드테크는 비로소 산업의 유행이 아닌, 국민의 삶을 바꾸는 기술이 될 수 있다.

 


백혜숙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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