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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8월 10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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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토스칸(Super Tuscan), 다음 장은 마렘마다”


 

한국에서 수퍼 토스칸(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엄격한 이탈리아 와인 규정(DOC)을 따르지 않고,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 국제 품종을 블렌딩하여 만든 최고급 와인)이 널리 알려진 계기 중 하나는 고(故) 이건희 회장이 즐겨 마셨다는 사실이다.

 

그가 사랑했던 사시카이아(Sassicaia), 오르넬라이아(Ornellaia), 솔라이아(Solaia) 같은 와인들은 수퍼 토스칸의 상징적 존재들이다.

 

수퍼 토스칸은 특정 지역 명칭이 아니라 토스카나 전역에서 생산 가능하나 역사적 출발점은 분명하다. 바로 볼게리(Bolgheri)다. 토스카나 서해안의 작은 마을 볼게리는 해풍, 사질토, 자갈 기반의 토양, 낮은 생산량이 결합해 이탈리아에서 가장 강력한 보르도 블렌드를 탄생시켰다는 점이다. 와인의 가격은 밭의 희소성과 테루아의 독창성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이건희 회장이 볼게리의 잠재력을 주목했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벌써30년 전의 일이다. 그가 발견했던 테루아의 힘은 이제 세계적 브랜드 가치로 완전히 실현되었고, 볼게리는 더 이상‘발견의 대상’이 아니라‘투자 자산’이 되었다.

 

그렇다면 오늘, 30년 전의 볼게리처럼 아직 저평가되어 있으면서도 잠재력이 폭발 직전인 지역은 토스카나 남부의 광대한 해안 지역, 마렘마(Maremma)다.

 

◇찾을 수 없는 마렘마

 

마렘마는 흔히 볼게리 남쪽의 신흥 산지로 소개되지만 실제로는 지도에서 명확히 경계가 표시된 행정구역이 아니다. 한국의 영동·호남처럼, 행정적 구획이 아니라 역사·문화·지리적 개념이 겹쳐 진 광역 지역명이다. 이 때문에 마렘마는 단일한 테루아가 아니라 해안·평야·구릉·산악지대가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거대한 지역이며, 토스카나 전체 면적의 약 1/3을 차지한다. 볼게리가‘작고 희소한 부동산’이라면, 마렘마는 다양성과 잠재력을 품은 거대한 캔버스에 가깝다.

 

◇산지오베제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는 Morellino di Scansano

 

마렘마는 국제 품종의 잠재력만으로 평가되는 지역이 아니다. 이 지역의 또 다른 얼굴은 바로 Morellino di Scansano(모렐리노 디 스칸사노)다. 모렐리노는 산지오베제의 지역 방언 이름으로, 이DOCG는 산지오베제를 가장 아름답고 관능적으로 표현하는 산지로 평가받는다.

 

키안티의 산지오베제가 전통과 산미 중심의 구조를 보여준다면,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는 더 따뜻한 기후와 해풍의 영향 덕분에 더 부드럽고, 더 풍성하며, 더 관능적인 산지오베제를 만들어 낸다. 즉, 마렘마는 국제 품종의 힘과 산지오베제의 우아함을 동시에 품은, 토스카나에서도 드문 이중 구조의 산지다.

 

◇정체성을 가장 깊이 보여주는 생산자 모리스 팜스(Moris Farms)

 

마렘마를 이야기할 때 Moris Farms(모리스 팜스)는 단순한 와이너리가 아니다. 이들은 마렘마의 개척자이자, 이 지역의 정체성을 가장 오래 지켜온 토착 생산자다. 모리스 가문은 18세기 후반부터 마렘마에서 농업을 이어온 가문으로, 마렘마가 늪지대와 말라리아로 악명 높던 시절부터 이 땅을 지켜왔다.

 

20세기 중반 간척 사업 이후 포도 재배가 본격화되자 모리스 팜스는 이 지역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먼저 이해하고 국제 품종과 산지오베제를 모두 품은 와인을 만들어냈다.

 

그 중심이 되는 곳이 바로 마사 마리티마(Massa Marittima)에 자리한 유서 깊은 Poggetti Estate(포제티 에스테이트)다. 마사 마리티마는 중세 시대의 성벽과 석조 건물이 남아 있는 작은 도시로, 아직 관광객에게 발견되지 않은 보석 같은 곳이다. 이 도시의 고요함과 깊이는 모리스 팜스의 와인에도 그대로 스며 있다.

 

특히 대표 와인 Avvoltore(아볼토레)는 카베르네 소비뇽의 구조감, 메를로의 부드러움, 산지오베제의 산도를 정교하게 결합한 와인으로, 볼게리의 수퍼 토스칸과 견줄 만한 깊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가격은 볼게리의1/3 수준이다.

 

◇토스칸의 시대를 이해했다면, 다음은 마렘마

 

수퍼 토스칸의 성공은 브랜드가 아니라 밭의 가치, 즉 테루아였다. 볼게리가 그 가치를 증명했다면, 지금 그 가치를 가장 합리적으로 누릴 수 있는 곳은 마렘마다. 30년 전 볼게리를 알아본 사람이 이건희 회장이었다면, 지금 마렘마를 알아보는 사람은 다음 세대를 앞서가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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