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이 지난달 30일, 14조 수정헌법에 근거한 출생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원칙을 재확인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을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미국에서 태어난 거의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을 부여해 온 150여 년의 관행을 유지한 것으로, 미국인의 정체성과 이민 정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중대한 결정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에 영주권이 없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는 1898년 웡 킴 아크(Wong Kim Ark) 판결 이후 확립된 출생 시민권 제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조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외교관 자녀 등 극히 제한된 예외를 제외하고,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는 자동으로 시민권을 가진다는 기존 해석을 유지했다. 다수 의견은 존 로버츠(John G. Roberts) 대법원장이 작성했으며, 진보 성향 대법관 3명과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t) 대법관이 동참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시민권은 우리 정치 공동체에 참여할 권리이며, 수정헌법 제14조는 그 약속을 ‘이 땅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확장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토머스(Clarence Thomas), 고서치(Neil M. Gorsuch), 알리토(Samuel A. Alito Jr.) 대법관은 강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알리토는 출생 시민권이 불법 이민과 ‘출산 관광’을 부추긴다며 이번 판결이 “대법원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실수 중 하나”라는 소수 의견을 내며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의회가 출생 시민권 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다수의 헌법학자들은 대통령이 주장하는 이러한 변화는 헌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정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소송 중 하나로, 행정명령이 시행될 경우 매년 약 25만명의 아이가 시민권 없이 태어나고, 2045년에는 약 5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 학계에서는 이 조치가 미국 내 ‘영구적 하층 계급’을 형성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법원은 이번 회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이민 정책 일부는 인정하면서도, 출생 시민권 문제에서는 명확히 제동을 걸었다. 판결 직후 대법원 앞에서는 라틴계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여 판결문을 읽으며 안도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멕시코계 미국인 학생은 혼혈인들에게 큰 보호장치가 마련됐다며 기쁨을 표했다.
뉴욕타임즈는 이번 판결이 미국의 시민권 제도와 이민 정책의 향후 방향을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논쟁이 더욱 격화될 것임을 예고한다고 밝혔다. 출생 시민권을 유지한 대법원의 판단은 미국 헌정 질서의 핵심 원칙을 재확인한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중요한 제동을 건 결정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