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미시간주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부가 요구한 ‘수정되지 않은 유권자 등록 명부’ 제출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같은 판결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전국적으로 추진해 온 유권자 데이터 확보 전략이 중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는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방정부가 주(州) 차원의 선거 관리 체계에 개입하려는 시도에 대해 사법부가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는 흐름 가운데 나온 판결이다.
미국 CNN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미국 제6순회항소법원은 미시간주가 주민등록번호, 운전면허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된 유권자 등록 파일을 법무부에 제출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법무부가 미시간을 포함한 거의 모든 주에 ‘수정되지 않은(unredacted)’ 유권자 명부 제출을 요구해 온 가운데 나온 첫 항소심 판단이다.
법무부는 전국 유권자등록법(NVRA)과 1960년 민권법(Civil Rights Act of 1960) 등을 근거로 들며, 연방 정부가 유권자 명부 전체에 접근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해당 법률이 “주가 내부적으로 생성·관리하는 유권자 데이터까지 연방 정부가 강제로 제출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을 작성한 안드레 마티스 순회판사는 “1960년 민권법은 과거 투표권 침해를 막기 위해 사용됐지만, 현재 정부는 오히려 일부 유권자를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를 활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다나 네셀 미시간주 법무장관은 법원 판결에 즉각 환영 입장을 냈다. 다나 법무장관은 “연방 정부는 유권자의 사생활을 반복적으로 침해하려 했지만, 법치주의가 다시 한번 이를 막아냈다”고 강조했다. 미시간주는 그동안 공개 가능한 범위의 유권자 명부는 제공했지만, 사회보장번호 일부 등 민감 정보는 주법과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이유로 제출을 거부해 왔다.
법무부는 미시간 외에도 29개 주와 워싱턴DC를 상대로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17개 주는 자발적으로 일부 정보를 제공했지만, 대부분의 주는 개인정보 보호와 주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하급심에서 법무부가 승소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으며, 여러 법원에서 소송이 잇따라 기각되고 있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광범위한 선거 개입 시도에 대한 사법적 견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연방 시민권 데이터 시스템을 활용해 유권자 명부를 정리하려는 정부 계획을 차단했다. 또 보스턴 연방법원도 2025년 트럼프 행정명령의 일부 조항을 무효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일련의 판결은 연방 정부가 선거 관리 권한을 확대하려는 시도에 대해 법원이 일관되게 제동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법무부는 항소심 패소 이후 대법원 상고 가능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사건이 대법원에서 다뤄지더라도 2026년 중간선거 전에 의미 있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많다. 미시간주의 경우 이미 예비선거 부재자 투표가 시작된 상황이어서, 이번 판결이 당장 선거 절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법무부가 유권자 명부를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최근 법무부 변호사들은 “주 유권자 명부를 국토안보부(DHS)의 시민권 데이터와 비교해 비시민권자 투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오래된 데이터로 인해 귀화 시민을 부적격 유권자로 잘못 분류하는 오류가 빈번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 판결은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간 선거 관리 권한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2020년 대선 이후 지속해서 제기해 온 ‘선거 조작’ 주장과 맞물려, 유권자 데이터 확보 시도가 정치적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다른 주에서 진행 중인 유사 소송의 결과와 대법원 상고 여부가 미국 선거 제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부는 2023~2024년부터 각 주에 ‘수정되지 않은 유권자 등록 명부’를 요구해 왔다. 이 같은 요구 이유로는 비시민권자(non-citizen) 투표 여부 확인 목적이 있곻 또 2020년 대선 이후 “선거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조작됐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주 선거 시스템에 연방정부의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