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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18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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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혐오 선전물 무차별 게시…시급한 법 개정 필요"


 

제9회 지방선거의 서울시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특정 후보의 혐오 현수막 무차별 게시 사태는 이를 제제할 법적 규제 장치가 없어 심각한 제도적 공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정치인의 선전물을 악용한 혐오 표현이 사회적 약자를 위축시키고 공정 선거를 저해하는 만큼, 시급히 법적·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선거관리 담당자들에 대한 교육과 일률적 기준 마련 시급

 

진보당 손솔 의원실 윤재은 선임비서관은 ‘선거 기간 혐오 선전물 현황 보고 및 관련 법률과 과제’ 발제에서 현행 공직선거법과 옥외광고물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강력 주장했다. 

 

윤 비서관은 "이번 선거에서 현수막과 SNS가 주요 혐오 선전물 유포 매체로 문제가 됐다"며, "후보자의 혐오 선동이 현수막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SNS를 통해 재확산되고, 시민들이 이를 소비하며 논쟁과 갈등이 증폭되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후보들은 ‘퀴어 축제 반대’, ‘학생인권조례 반대’, ‘동성애 교육 반대’ 등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과 피켓을 활용했으며, 관련 영상을 SNS에 게시했으며, 일부 릴스 영상에는 수많은 조회 수와 댓글이 달리며 논쟁이 이어졌다.

 

윤 비서관은 교육감 선거에 혐오 의제가 등장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에 대한 지자체의 대응 기준이 제각각이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서울시에만 200건 이상의 민원이 접수됐으나 "자치구별로 적용하는 법 조항과 해석이 달라 현장 혼란이 컸다"고 지적했다.

 

윤 비서관은 일부 자치구는 공직선거법 규정을 근거로 조치가 어렵다고 답변하거나 "행정안전부에 법 해석을 요청했다"며, "선거 현수막이 옥외광고물법상 금지 광고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자체 판단한 지자체도 있어 대응에 혼선이 있었다"고 짚었다.

 

윤 비서관은 선거관리 담당자들에 대한 교육과 일률적 기준 마련 시급성도 강조했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은 인종차별적·성차별적 내용 등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광고물을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 선거 현수막에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윤 비서관은 이에 대해 "현행법이 현수막의 외형만 규제할 뿐 내용 규제는 부족하다"며,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선거에서 혐오 선전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직선거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고위공직자 혐오 표현엔 더 엄격한 기준 필요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고위공직자의 혐오 표현에 대해 일반 시민보다 더 엄격한 책임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오경미 오프넷 연구원은 시민사회가 일반 시민의 표현을 위축시키는 규제 대신 교육과 대항 표현 등을 통한 해결을 지향해 왔으나,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소수자와 참사 희생자에게 쏟아내는 노골적인 비하 발언이 시민사회의 연대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연구원은 "정교한 정의 없이 표현 전반을 묶어 규제하려는 법안들이 남발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정작 자신들이 혐오 표현을 반복하는 정치인들이 일반 시민의 표현을 규제하려 드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정권에서도 일반 시민의 표현이 권력자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만으로 삭제·통제된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표현 규제가 권력에 의해 악용될 위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현재 시민단체와 법률 전문가들은 고위공직자의 혐오 표현을 규율하는 별도 법안을 마련해 발의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해당 법안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혐오 표현의 정의를 신설하고, 이에 해당하는 고위공직자의 언행을 국회법과 공직선거법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제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 연구원은 "형사처벌 중심 접근보다는 다층적 규율 구조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인권위 조사와 시정 권고, 공직자 징계, 선거 과정에서의 공정경쟁 의무 부과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오 연구원은 "교육감 선거도 지방교육자치 관련 법률이 공직선거법을 준용하고 있는 만큼, 후보자들의 혐오 표현이 해당 제도로 규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의 혐오 표현은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므로 일반 시민과 차등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자의 선동을 막는 것이 시민의 표현 자유를 지키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시민의 혐오 표현은 단순한 법적 금지보다 현장 전문성을 가진 시민사회와의 협력, 교육, 사회적 연대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선거 혐오 대응 10년째 제자리”...시민사회, 선관위 적극 대응 촉구

 

박한희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공동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구축한 혐오 대응 자료를 지금 그대로 쓸 수 있을 만큼 제도적 변화가 없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2016년 총선 당시 보수 정당의 소수자 반대 홍보물에 대해 선관위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권한 밖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성소수자뿐 아니라 여성, 세월호 유가족, 장애인, 노동조합 등으로 혐오 표현 대상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대구 선관위가 일부 후보에게 차별 표현 자제 공문을 전달한 사례에 대해서는 "미흡하지만 의미 있는 대응"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혐오 표현 방식이 더욱 노골화됐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과거 공모물이 문자 수준을 넘어 서울 시내 곳곳에 동성애 반대를 대형 헌수막이 걸렸으며, 여러 지역의 다수 후보가 이러한 혐오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확산시켰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들은 행정안전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민원을 제기했으나 지자체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상 규율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개입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선관위가 10년 넘게 법적 근거와 중립성을 핑계로 방관해 왔다고 비판하며, 선량한 풍속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7조를 근거로 유권자의 존엄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했다. 

 

◇ 한국, 혐오 표현의 법적 정의 자체 부재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현재 한국에는 혐오 표현의 법적 정의 자체가 부재해 어떤 표현이 차별과 혐오에 해당하는지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며, "차별금지법이 혐오 표현 규제의 기준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발표한 ‘혐오표현 리포트’를 인용하며, “혐오 표현 대응의 핵심은 차별금지 원칙을 제도화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리포트는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모욕·비하·멸시하거나 차별과 폭력을 선전·선동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장 위원장은 해외 주요 국가들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기준으로 혐오 표현 규제 체계를 설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차별금지법을 통해 차별의 개념, 보호 대상, 금지 사유 등을 먼저 명확히 정립해야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피하고 혐오 표현의 올바른 기준 마련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공직선거법·옥외광고물법 개정 필요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보다 명확한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푸른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는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등장한 혐오 선전물과 관련해 현행법 체계 안에서도 일정 부분 규제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보다 명확한 법 개정 논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시민들이 지자체와 선거관리위원회에 제기한 민원과 답변 사례를 분석한 결과, 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이 혐오 현수막 문제를 제기하면 지자체는 선관위로 민원을 넘겼고, 선관위는 공직선거법만 판단 대상이라는 입장만 보였다는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옥외광고물법상 금지되는 현수막에 대해 선관위 조치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로 공정선거 중심의 법체계와 다른 법 위반 판단 회피를 꼽았다, 아울러 사전검열 논란에 대한 우려, 관련 조항의 추상성과 제재 규정 미비 등도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공직선거법 제7조는 선언적 성격이 강해 혐오 표현을 직접 규율하기 어렵고, 제110조 제2항은 후보자 개인이나 가족에 대한 비방만 규정하여 특정 집단 전체를 겨냥한 혐오 표현에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에 혐오·차별 방지 개념을 포함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정의를 연계하거나 별도 심의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선거 현수막의 절차는 공직선거법이 우선하더라도 내용에 대해서는 "인권 침해 광고물을 금지하는 옥외광고물법 제5조를 병행 적용해 지자체장이 철거 명령 등의 행정대집행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인권위, 혐오 표현 문제에 대해 제도적 한계 인정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방선거 내 혐오 표현 문제에 대한 제도적 한계를 인정하며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효철 국가인권위원회 혐오표현대응과 사무관은 고위공직자 규율 논의와 함께 혐오 표현의 개념과 정의를 법률에 반영하는 제도 개선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2018년 지방선거 이후 실질적인 정책적 진전이 부족했던 점에 대해 인권위 차원의 아쉬움을 표명했다.

 

안 사무관은 "이번 선거 기간 동안 중국인, 성적 지향, 참사 등을 키워드로 29개 언론사의 기사와 발언을 모니터링했다"며 "중간 집계 결과 서울시교육감 후보 현수막 논란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단체장 후보 배우자의 발언과 5·18 관련 표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례 수가 폭발적으로 늘지는 않았으나 표현 수위와 사회적 파급력이 강해진 만큼, 향후 인권위의 정책적·제도적 역할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행전안전부, 혐오·비방성 현수막 문제와 관련해 법 개정 필요성 언급

 

행정안전부도 지방선거 과정에서 확산된 혐오·비방성 현수막 문제와 관련해 현행 제도의 한계를 인정하며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순관 행정안전부 자치혁신실 서기관은 2025년 지방선거에서 혐오·비방성 현수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행안부도 대응 필요성을 느껴 지난해 11월 옥외광고물법 제5조 2항의 금지 조항을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권 서기관은 "가이드라인이 법적 구속력 없은 해석 기준에 불과해 한계가 있다"며, "옥외광고물법과 공직선거법 등 개별 법률 간 정합성을 맞추는 작업이 가장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자체들은 선거법 우선 원칙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정당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나 재물손괴 등을 들어 담당 공무원을 고발하는 사례가 있어 현장 공무원들이 큰 행정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행안부는 개별 공무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 지자체 옥외광고심의위원회의 역할 강화를 추진 중"이라며, "최근 지방정부들도 심의위원회에 변호사 위원을 추가 위촉하는 등 보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서기관은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의 혐오 표현 문제를 공직선거법이나 정당법에 더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며 "관련 법안들을 지방선거 전에 처리하려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향후 법 개정과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선거 과정에서 반복되는 정치인의 혐오 표현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으며, 유권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고위공직자 혐오 표현 규제법 제정, 공직선거법과 옥외광고물법의 적합성 확보, 그리고 선관위의 지자체의 행정 역할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고 제안하며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간담회는 손솔 의원실,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사단법인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똥, 사단법인 오픈넷 등이 공동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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