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전력설비 안전 대책 논의...수목전지 권한·법제화 필요성 집중 제기
- 전문가들 “전력설비 주변 수목관리 공백 심각...예방행정 체계 재정립해야”
- 해외 사례 참고한 이격거리 기준·관리 권한 명확화 등 제도 개선 요구 커져
‘국가위기 초대형 산불방지를 위한 전력설비 보호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8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산림 내 설치된 전력설비 주변 수목에 대한 관리 방안을 모색하고, 초대형 산불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가 핵심 기반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서삼석 의원은 “초유의 피해를 일으킨 영남산불은 강풍을 타고 장거리로 이동하는 비화(飛火)현상과 건조한 기후로 인해 피해 규모가 확산됐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물론, 국가 핵심 기반시설인 전력설비를 지키기 위해 사후 진화 중심의 대응에서 벗어나 예방과 관리 중심의 종합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설비 주변에 위험 요인을 미리 제거하고 산불 취약지역을 선제적 관리할 것을 제안한 서 의원은 "첨단 기술 도입과 안전 기준 재점검을 통한 예방 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또 박은식 산림청장은 “연평균 산불 중 전력 관련 원인은 약 7%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도 전북 지역에서 전선 문제로 산불이 발생했다”며 “전력 혜택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면서도 산불을 예방할 지혜로운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산림 연접지 개발 확대로 산불 위험 높아져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금시훈 산림청 산불방지과장은 ‘초대형 산불재난에서 산림과 전력설비 피해 및 위험요소 진단’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우리나라 산불의 양상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최근 산불은 동해안·서해안 등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대형화되고 있으며, 귀촌·산촌 인구 증가로 산림 연접지 개발이 확대되면서 산불 위험도 높아졌다”는 진단을 내놨다.
우리나라 전력설비는 송전탑 약 4만3000기, 변전소 900여개 규모로, 이 중 70%가 산림 지역과 경기도 일대에 밀집해 있다. 금 과장은 “대규모 부지 확보의 어려움과 민원 문제로 전력설비가 산림에 설치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산불이 발생하면 송전·배전설비가 직접 피해를 입고, 전력 공급 중단과 통신 장애, 응급의료체계 마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해외의 전력설비 주변 산림 관리 성공 사례도 소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송전선로를 구역별로 관리하며 전압에 따른 수목 이격거리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고압송전선 주변에 수십 평방미터의 전력청 용지를 설정해 대형 수목 식재를 금지하도록 제안한다. 또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송전선로 주변을 산불위험구역으로 등급화해 최대 30~45m의 광범위한 완충지대를 조성하고 있다.
금 과장은 "이러한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도 '선하지 관리 기준'을 명확히 하고, 변전소 배치 시 산불 영향 분석과 주요 구간 지중화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목전지 권한, 법적 근거 명확하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 야기
배효성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산불재난방지와 전력설비 보호를 위한 수목전지 권한의 입법적 대책’ 주제 발표에서, 우리나라의 전력설비 주변 수목관리의 법적 공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력설비는 국가기반시설로 안정적 운영이 필수지만, 수목전지 권한의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기사업법은 전기설비의 안전 운영을 규정할 뿐 송전·배전선로 주변 수목관리 권한은 명확하지 않다. 전원개발촉진법은 설치·건설 단계에만 적용되고, 산림 관련 법령은 산림 자체 관리에 초점을 맞춰 전력설비 위험수목 관리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재난안전관리기본법 역시 예방 필요성만 제시할 뿐 실제 전력설비 운영 주체의 권한을 규정하지 않는다.
배 부연구위원은 “수목전지 제도를 국가의 위험예방 의무를 실천하는 예방행정 체계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 중요한 것은 관리주체가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틀
고기연 한국산불학회장이 좌장을 맡은 패널토론에는 조남기 한전MCS 사업안전본부 전무, 이영웅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이향범 숭실대 대학원장(전기공학부 교수), 고기연 한국산불학회장, 배효성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금시훈 산림청 산불방지과장 등이 참여해 전력설비 보호 및 초대형 산불 방지를 위한 실천 방안을 논의했다.
이향범 숭실대 대학원장은 전력설비 중에서도 배전설비의 위험성을 짚으며, “송전선은 높이 설치돼 산불의 직접 원인이 되기 어렵지만, 2만2900볼트 배전선은 가정과 가까워 위험하다. 전봇대 주변 수목이 처음에는 잘 자라지만 체계적 관리가 부족해 사고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기사업법이나 재난안전기본법보다 중요한 것은 관리주체가 실제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드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산림 소유자가 스스로 가지치기 하도록 유도하는 체계 필요
이영웅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유림 관리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사유림은 소유자가 나뉘어 있어 고지 절차만으로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조치가 불가능하다”며 재산권 문제와 주민 수용성 문제까지 얽혀 있어 산불 예방을 위한 수목전지가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또 전력사업자와 산림부서가 위험 수목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산림 소유자가 스스로 가지치기를 하도록 유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만약 자발적인 조치가 안 된다면 일정한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수목 관리 규정을 하나로 통합하고, 산림청·전력사업자·행정안전부 간 협의체를 정례화해야 할 것을 제안했다.
조남기 전무는 전력설비와 수목이 충돌로 인한 산불 및 감전 사고 위험성을 지적하며, "기관별로 상이한 전지 기준으로 인한 현장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전기사업자에게 법적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며 "특히 전기설비에 1.5m 이내로 접근할 경우 선조치 후허가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산불 연기로 인한 합선 위험 때문에 해외에서는 전선 아래를 벌목하는 추세"라며, 산불 진화를 위한 임도 확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수목이 먼저 있었는지, 전력선이 먼저 설치됐는지에 따라 관리 의무의 차등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익 한국전력공사 배전운전처 부장은 2020년 이후 산불 발생 건수 대비 피해 면적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 자료와 함께, 경북·강원 지역에서 반복되는 대형 산불 사례를 짚었다.
그는 "전력설비와 수목이 접촉할 경우 스파크 발생, 단선으로 인한 지면 발화, 고압 전선 주변 섬락 현상 등 다양한 위험이 존재한다"며, "수목 접촉으로 인한 정전 사고는 2020년 118만 건에서 2022년 130만 건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배전선로 근접 수목 전지작업 강화와 지자체 협력을 통한 위해목 제거, 산림청 숲가꾸기 사업 연계 등 예방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부장은 "드론 진단장비 활용, 저수고 수목 교체 지원 등 기술적·관리적 개선 등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자연재해대책법과 KEC 기준 준수를 위해 민·관·한전 간 협력을 강조했다.
◇ 책임 관리 분명한 해외 사례도 언급
정종수 한국재난학회 회장은 뉴질랜드 사례를 들어 "전력설비와 수목 간 이격거리 규정, 성장 한계 구역 설정, 전압 수준별 거리 기준 등 세부 규정이 체계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수목 소유자에게 전지 의무 기간을 명확히 고지하는 관리 책임이 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국내에서도 사전 승인제에서 신고제로의 전환, 수목 소유자의 관리 의무 신설, 관련 법률 정비 필요성을 제안하며, "국내 실정에 맞는 산불방지·전력설비 보호 모델을 구축해 해외 수출가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불 피해의 심각성도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김만주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장은 경북 의성 산불 피해액이 1조1000억~1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언급하며, "2025년 미국 LA 말리부 팰리세이드 산불의 예상 피해액이 200조~3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한 전력회사가 대형 헬기와 인텔리전스 헬기를 결합한 24시간 산불감지 시스템 구축에 수백억 원을 투자한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도 산불 확산 위험을 고려해 이격·안전공간 확보와 함께 법제화와 투자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전' 정책 이후 기자재 고장 건수 20% 증가...전지 기준 개선 필요
김태국 한국전력공사 처장(경북본부 전력사업처)은 2019년 고성·속초 산불과 의성 산불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기자재 고장과 전선·수목 접촉에 의한 단선 사고로 생기는 아크 및 낙하 사고’로 구분했다.
그는 고성·속초 산불 이후 한전 정책이 ‘고장방지’에서 ‘재난예방’ 중심으로 바귀면서 고장 건수가 오히려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수목전지 비용 문제를 지작허며 단순 가지치기 방식은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며, 전지 기준을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김 처장은 전기사업법상 ‘선조치 후보고’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상 문제와 환경단체 신고에 따른 현장의 부담을 토로했다.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원활한 대응을 하기 위해선 수목전지 권한을 법으로 더욱 명확히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철 KBS 재난미디어센터 기자는 수목전지 미흡으로 인한 직접적인 산불 발생 사례에 대해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고성 및 의성 산불 모두 전지가 아닌 외부 요인에서 발화했음을 언금하며, 산불 이후 전력·통신·방송망 피해가 심각해지는 만큼 법제화 과정에서 방송망 보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기자는 특히 산불 확산 예측을 위해 기상청·산림과학원과 협력해 제공하는 산불상황도가 산불로 인해 마비되는 사례를 들며 재난정보 전달 체계의 안정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들 한 목소리로 "제도적 기반 마련 시급" 강조
이날 토론회는 기후위기로 인한 산불 대형화 속에서 전력설비와 산림의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전력설비 주변 수목관리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안전 인프라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며 "수목전지 제도의 법제화와 선제적 예방체계 구축"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국회의원과 문금주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