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대학 등록금 규제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고등교육법」에서는 “등록금의 인상률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2배(2025년 개정 전에는 1.5배)를 초과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등록금 인상을 규제하고 있다.
헌법소원을 추진하는 이유는 “정부가 국립대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면서 사립대 등록금 규제를 유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않다”는 것이다. 등록금 규제가 대학 경쟁력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나름대로 고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등교육에서 국립대와 사립대가 독립재가 아니라 대체재이며 국립대 우대정책으로 교육환경이 월등히 좋아질 국립대학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등록금 자율화가 사립대학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인가는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바꿔 말하면 제도적으로 보호를 받고 국가로부터 안정적으로 재정지원을 받는 국립대학과 달리 시장 상황에 노출된 사립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자율화한다고 해서 일부 사립대학 외에 고등교육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사립대학 모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의문이라는 점이다.
그보다 사립대학이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다른 대안도 생각할 여지가 있다. 먼저 정치와 정부가 가지고 있는 사립대학에 가지는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도록 하는 노력을 어떻게 할 것인지, 사립대학에 소액을 기부하는 경우 정치자금이나 고향사랑기부제처럼 전부 세액공제 해주는 것을 제도화하는 노력이 더 효과적이고 유효한 방법이지는 않을지라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지원 방식을 개선하는 방법도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사립대학 재정지원에 소홀한 것은 아니었지만, 재정을 지원해 주고 결과에 대한 피드백은 보조금 사용의 적법성 정도를 평가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런데 정부의 고등교육재정을 국립이나 사립을 차별화하여 지원하지 않고 성과연동형계약(PFS) 등으로 방식을 개선한다면 정부예산 절감은 물론 사립대학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고 교육 품질도 향상하는 방법이 되지는 않을까?
지난 '5월호'에서는 '2025년 2월 사립대학 진흥 정책' 등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의 문부과학성에 설치된 ‘2040년을 전망한 사회와 함께 걸어갈 사립대학의 모습 검토회의’(이하 “검토회의”)가 제시한 네 가지 정책 방향 중 △정책 방향 1: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 육성을 담당할 지방대학 중점 지원 ◇정책 방향 2: 일본의 경쟁력을 높이는 교육․연구를 담당할 대학 중점 지원”을 소개했다.
이번 호에서는 ◇정책 방향 3: '규모의 적정화를 위한 사립대학 경영 개혁 강화'와 ◇정책 방향 4: '교육․연구의 질 향상을 위한 중점 지원'을 소개하고자 한다.
◇ 정책 방향 3: 규모의 적정화를 위한 사립대학 경영 개혁 강화
일본의 고등교육 정책에서 큰 걱정거리는 심각한 저출산으로 사립대학 입학자가 감소하여 학생들의 납부금 수입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학생 납부금 수입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학교법인의 경영 역량을 강화하고 계획적인 자산 운용과 기부금 수입의 확충, 산업계 등과의 협력을 통한 사업 수입 증대 등 내외부 재원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학생 납부금 수입 의존도를 낮추어야 하면서도 사립대학이 사회환경 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전통적인 대량 생산형 교육에서 탈피하여 수요자 대응형 교육으로 나아가야 하는 고비용 교육의 아이러니에 놓여 있다.
검토회의는 사립대학의 경영 상태가 크게 악화한 단계가 되면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여 학부 개편 등 경영 개선을 위한 수단을 마련할 시간적이고 물리적인 여력이 없을 것을 예상하여 경영 악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초기 단계부터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학교법인의 경영 상황 평가 지표를 재검토하여 경상수지 차액 등 현재의 경영 상태뿐만 아니라 자금 부족 위험 등 미래 전망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평가 단계에 따른 체계적인 경영 개혁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금 부족 위험이 일정 단계에 이른 학교법인이 경영 개혁 계획을 수립하고 문부과학성 등이 진척 상황을 관리하여 적절한 경영 개선책을 추진하되, 해당 개선책을 사학 지원금 지급 요건으로 하여 효과가 발휘되도록 하면서 계획 목표가 달성되지 않는 경우 지원금을 감액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또 문부과학성의 경영 지도 대상 법인 수를 100개 정도 법인으로 확대하면서 평가 단계에 따른 체계적인 경영 개혁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점도 제안한다. 조직 경영이나 컴플라이언스에 정통한 변호사 등의 전문가를 학교법인의 외부 이사로 기용하도록 권장하고 학교법인의 경영 전문성 향상을 위해 학교법인 임직원의 자질 향상을 위한 연수 등도 충실히 하는 것을 정책에 담고 있다.
학교법인 경영 지도는 경영 개선을 목표로 하는 것이지만 앞으로 상당수의 학교법인이 축소․합병․해산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상황을 예상해,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타 법인과의 연계·합병 및 해산 지원이나 해산으로 인해 학생·졸업생이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하는 제도 구축 등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고 점을 강조한다.
학교법인이 해산될 경우의 학적부 관리가 학교법인만으로 어려운 경우 문부과학성 및 사학단체와 연계하여 사립학교진흥공제사업단에서 해산된 학교법인의 학적부를 인수하여 관리하고 증명서 발급 등 업무를 처리하도록 체제를 구축하도록 제안한다. 그리고 증명서 전자 발급에 대응하도록 학교법인의 학적부 디지털화 등을 보조금 등의 배분에 반영할 필요성도 제기한다.
한편, 연계․합병 및 해산 등의 지원 시에는 지역 내에서 사립대학이 사회적 공동 자본이라는 인식 하에 사립대학의 지역 기여나 지역 구상 추진 플랫폼 등에서 제시된 고등교육의 미래상 등을 존중하여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명확히 하고 있다.
무분별한 사립대학의 공립화를 방지하고 대학 간 적정한 경쟁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 공헌 관점에서 사립대학의 공립화를 검토할 때 지역 내 장래 인재 수요를 고려하거나 공립대학으로 운영하는 경우 지자체의 재정 부담과 학생 확보 방안 등의 유의 사항을 국가 차원에서 제시하는 것도 제안한다.
검토회의가 보고서를 제출하기 한참 전인 2018년 1월 중앙교육심의회가 답신한 ‘2040년을 대비한 고등교육 그라운드디자인’에서는 “사립대학 학부 단위 등에서의 사업 양도를 원활하게 하는 방책을 검토”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제안에 따라 문부과학성은 2019년 5월 「사립학교법 시행규칙」 제4조의 2를 개정 전의 “사립대학 등의 설치자 변경에 의한 당해 사립대학 등의 설치자로 되는 경우”에서 “사립대학 등 또는 사립대학 학부 등의 변경으로 당해 사립대학 등 또는 사립대학 학부 등의 설치자로 되는 경우”로 개정하여 사립대학 간의 학과 또는 학부의 양도를 제도화하였다.
이는 저출산으로 인한 18세 인구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하여 대학 간의 연계와 통합 촉진을 목표로 하는 정책이다. 양도 절차도 대폭 간소화하여 사립대학의 개편을 용이하게 하고 경영 면에서의 심사도 간소화하여 대학 측의 사무적인 부담이 대폭 줄어들게 되었다.
이 제도 개선으로 대학의 학부 외에 단기대학(교육 과정이 주로 2년제인 대학) 학과, 대학원 연구과 등의 양도가 가능하게 되었다. 학부 등은 종전의 시설을 사용하고 커리큘럼, 교원 수를 양도 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서로 다른 학교법인이 경영하는 대학 간에도 양도양수가 가능하다.
다만 문부과학성은 학생과 보호자에게 충분한 설명 기회를 마련하여 이해를 얻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제도 변경에는 △건전한 대학이 타교의 학부를 양도받아 교육 조직을 확충하여 특색 있는 교육의 강화 △경영이 어려운 학교법인이 학부를 유상으로 다른 학교법인에 양도하여 재무 상황의 개선에 기여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므로 경영이 어려운 사립대학이 자발적으로 퇴출할 수 있도록 출구 마련” 등의 정책 배경이 들어 있다. 제도 개정 후 양도양수를 실행하거나 준비하는 대학도 생기고 있다.
◇ 정책 방향 4: 교육․연구의 질 향상을 위한 중점 지원
검토회의 보고서에서는 장래 직종 간 불일치로 인해 AI․로봇 등의 활용을 담당할 인력이 약 340만 명 부족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공계 입학자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분야 관계없이 AI․로봇 등을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인재 육성 강화의 관점에서 대학의 특색과 강점을 살려 문과․이과 구분 없이 폭넓게 학습하는 복수전공 등을 도입하는 대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올 3월 일본 경제산업성의 「2040년 취업구조 추계(개정판)」에서도 AI․로봇 노동 수요의 증가를 확인하고 있다. 2040년까지 충분한 국내 투자 및 산업구조 전환이 실현되는 경우 인구 감소에 의한 취업자 수는 6,700만 명(2022년)에서 6,300만 명으로 감소하지만, AI․로봇 등의 활용 및 리스킬링으로 노동 수요가 효율화되어 산업 전체적으로는 부족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직종․학력․지역 간에서는 수요 불균형이 생길 위험이 있다. 직종 별로는 사무직이 437만명, 문과계 인력이 76만명 초과 인력이 되고 AI․로봇 등의 활용 인재 339만명, 현장 인력 260만명, 이공계 인력 124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AI․로봇 등의 활용 인력이 농림수산업 7만명, 제조업 125만명, 도소매업 77만명, 건설업 26만명, 숙박․음식서비스업 21만명, 운수․우편업 26만명 등으로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2040년에 가장 많은 인력이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무직 내에서도 조정이나 분석 업무는 대체 가능성이 크지만, 대면 업무나 그룹워크 등 대인 관계형 업무는 대체 가능성이 적다.
이와 같은 산업구조 변화를 고려하여 검토회의 보고서는 의무교육 단계 종료 시점에서 이과․수학 소양이 높은 학생들이 고등학교의 문과․이과 선택으로 이과․수학 과목에서 멀어지고 입학 전형에서도 문과와 이과의 분리가 심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문과 학부의 입학 전형에서는 대학입학공통시험의 수학 성적 등을 활용하는 사례가 극히 적다는 점을 지적한다.
문리 횡단․문리 융합 교육의 관점에서 학생들이 폭넓게 여러 학문 영역을 배울 수 있도록 복수전공 등도 효과적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교원 체제나 교육 프로그램의 정비 등이 필요한데 이공계 학부가 없는 대학이나 소규모 대학에서는 체제를 갖추기가 더욱 어렵다는 현실도 공감하고 있다.
문과 학부를 포함하여 각 학부의 교육 커리큘럼에 수리․데이터 사이언스․AI(MDA) 교육 프로그램을 졸업 요건으로 필수화하는 등의 개혁을 추진하는 대학에 기초적인 인건비 및 설비 정비 등을 지원하고, 의무교육 단계부터 이공계 분야 학습의 연계를 강화하면서 분야를 불문하고 이․공․농업계 관련 소양이 함양되도록 입학 전형에서 이수 과목을 필수로 하는 대학에 대하여 지원할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인이 습득하기 어려운 능력․기술을 대학에서 습득하는 리스킬링 추진이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고 선진적인 사례가 일정 부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의 프로그램 제공이나 기업 활용 등은 미흡한 실정이므로 AI․로봇 등의 기술 혁신에 대응하고 장래의 산업구조 변화에 부응하는 인재를 육성해 나가기 위해서 교육 기관과 산업계, 지자체 등이 사람과 AI가 함께 창조해 나가는 인재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의 미래상을 공유하고 각 교육 단계를 일체적으로 설계하여 일관된 개혁을 추진하면서 각 주체가 연계․협동하여 국가 전체 및 지역의 생활․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공·농업계 학부가 없는 대학이나 소규모 대학에서도 MDA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방송대학을 비롯해 교육 프로그램 제공이 가능한 대학과의 연계를 추진하고,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한 사회인의 리스킬링을 위해 대학 내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제공 및 산업계 등과의 연계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도 보고서에 포함하고 있다.
즉, 지역의 다양한 인재 수요에 부응한다는 관점에서 지역적 특색을 가진 사립대학이 방송대학과의 연계 등을 통해 평생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을 추진하고, 고등학생이 이공계 분야를 선택하기 쉽도록 초중등 교육 단계와 고등교육 단계를 일체적으로 설계하고 일관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입학 전형에서의 문리 분단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 대학의 입학 전형에서 이공계 과목의 도입이 활성화되도록 하고, 고등학교 단계에서 일정 수준의 기초 학력이 정착되도록 대학 입학공통시험의 실시 시기나 내용, 방법 등에 대해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검토해 나갈 것을 향후 과제로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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