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기도 고양특례시 일산서구의 킨텍스에서 열린 제70회 MBC 건축박람회를 다녀왔다. 필자는 30년 넘게 여러 주택 박람회를 다녔지만, 이번 전시회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받았다. 화려하고 거대한 전원주택보다 10평 남짓한 작은 집들이 전시장의 주류인 듯 보였기 때문이다.
소형 한옥, 모듈러 주택, 컨테이너형 주택, 농막 체류형 쉼터, 바퀴 달린 트레일러 하우스, 우주선 캡슐 하우스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가격 역시 3천만 원대에서 6천9백만 원 선으로 현실적이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런 집들은 특별한 사람들의 취향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시대의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는 듯했다. 특히 농막과 체류형 쉼터 규제가 완화되면서 작은 집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주거 문화의 가능성으로까지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전시장을 둘러보다 왜 건축회사들은 (수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더 작은 집을 내놓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거에 가장 전문가들인 이들 회사가 100% 미래를 앞당겨 보여주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 회사는 아파트가 현금화하기 쉬운 재산이고 살기에 편하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언젠가부터 서서히 전원형 작은 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트렌드를 직감한 듯하다.
베란다에 화초를 길러봐도 아파트 주변의 나무 사이를 걸어도 왠지 자연스럽지 않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주거를 위한 지나친 개발과 과잉 지출이 지속될 수 없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으니까 말이다. 더구나 혼자 사는 사람에겐 개인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원형 소형주택은 안성맞춤일 수 있다.
박람회를 보고 나서 며칠 뒤 필자는 서대문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경기도 양주시 만송동 MBC 문화동산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오래전부터 다니던 기억이 있다.
30여 년 전만 해도 산과 논밭이 이어졌고, 하늘 위에 가느다란 곡선을 남기며 날아가던 새들을 볼 수 있었던. 그리고 그들의 소리도 들을 수 있었던 코스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도로는 넓어졌고, 도로 주변에 빌딩과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생활은 편리해졌겠지만, 푸르던 산자락과 농토, 시골 풍경은 사라져 버렸다. 무엇보다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 아쉬웠다.
오전 11시에 도착한 야외 행사장은 때 이른 더위만 가득했다. 전신의 열을 식혀준다는 파스를 목덜미에 붙이다가, 기후 변화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인간은 끊임없이 개발하며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자연과 생명의 소리를 잃었다.
그러면서 상상했다. 앞으로 미래의 주택은 자연과 가까운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라고. 거대한 고층 아파트보다 창문을 열면 새소리가 들리고 나무 냄새가 스며드는 작은 집 한 채 말이다. 꼭 넓은 공간이 아니어도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만으로 우리는 충분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인공지능 시대가 깊어 가면 갈수록 사람은 더욱 자연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AI는 인간의 노동과 정보를 대신할 수 있지만 숲에서 시작되는 바람과 새소리까지 대신할 수는 없으니까.
이번 박람회에서 본 많은 작은 집들은 어쩌면 인간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시대의 신호인지 모르겠다.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는 각자의 자유다. 도시의 삶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개발이 한계에 이를수록, 인간이 문명 속에서 피로도를 느낄수록 자연을 향한 그리움은 더욱 커지고 전원 속의 소형주택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