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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13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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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봄밤의 반전, 섬뜩한 관광(le Tourisme Macabre)


 

한량없이 타오르는 벚꽃의 향연에 취해 잠 못 들고 페르시아만 전체를 석기시대로 되돌리겠다는 전쟁뉴스에 놀라 잠 못 드는 이래저래 불면의 고통으로 허덕이는 서글픈 봄밤이다.

 

이 와중에 수많은 사람은 전쟁터에서 무의미하게 숨져가는 죽음보다는 뭉텅뭉텅 떨어지는 주가에 더욱 슬프다. 살아있는 동안은 희망이 있다는 말이 죽음의 전쟁을 만나자 섬뜩한 욕망으로 남는다. 쉽게 공감하긴 어렵겠지만 실은 그게 탐욕과 욕망에 찌든 채 세상을 살아가 는 우리들의 진정한 민낯일지도 모른다.

 

몸의 방어를 직접 담당하는 피부 세포는 위기 상황에 맞춰 두꺼워진다고 하니 한껏 두툼해진 우리의 낯짝에 놀랄 일도 아니다. 어쩌면 생존과 번식에 민감한 생명체로서 당연 한 본능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전쟁은 인간이 만들어 낸 비극이고 각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린 미사일과 드론이 난무하는 거대한 폭풍의 한복판에 있다.

 

광기 어린 전쟁의 강물을 우리가 함께 건널 수 있다는 희망의 단어가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러시아가 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던 도네츠크를 ‘전쟁 관광지’로 개발한다는 기사 역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도시의 비극과 폐허를 관광 명소로 키워 돈벌이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인간의 물욕은 어느 상황에서도 함부로 버릴 수 없는 그로테스크한 힘을 지니고 있다. 가증스럽긴 하지만 러시아만 비난할 일도 아니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는 이미 2024년부터 전쟁터를 관광에 활용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수도 키이우와 부차, 이르핀 등 러시아가 민간인 학살을 저지른 현장을 둘러보는 여행 상품을 150∼250유로에 판매하고 있으며, 관광객은 주로 유럽인과 미국인이라고 한다.

 

전선에 가까운 남부쪽 투어는 3000유로가 넘어가는 상품도 있다고 한다. 전쟁과 재난 등 아픈 역사의 현장을 방문해서 슬픈 과거의 비극을 되새기고 보다 밝은 미래로 진보해 나가려는 다크투어리즘의 본래 의미와 거리가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럴 때 관광은 타인의 슬픔과 고통으로 돈을 벌려는 탐욕적 자본주의의 오르가슴에 가깝다. 자극적인 절정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쾌락을 추구하는 본능처럼 이러한 암울하고 섬뜩한 관광 상품들이 세계 곳곳에서 봇물 터지 듯 쏟아져 나올까 두렵고 슬픈 봄밤이다.

 

사실 현실 세계에서는 위기와 욕망이 끊임없이 충돌하기도 한다. 석유파동, 중동 전쟁 같은 현실적 위기가 관광산업을 뒤흔들어도 사람들의 여행에 대한 욕망은 끊이지 않고 새로운 형태로 변이되며 저항하는 것이다.

 

인간은 욕망하는 존재이고 바로 그래서 우린 늘 불안과 위험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금지된 것을 소망한다. 지리산의 빨치산도 이들을 추적하는 국군 토벌대도 붉게 물든 피아골 단풍 앞에서 감탄사를 연발하는 건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무엇을 갈구하는지 잘 알려주고 있다.

 

이 몰가치하고 비극적 전쟁 속에서도 우리의 본능적 욕구는 결코 사라지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전쟁의 포화 속에서 인간의 보잘것 없는 욕망은 오직 살아남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누군가에게 슬픔이 누군가에게는 기쁨일 것이고 전쟁의 슬픔이 가득한 폐허에서 오히려 기쁨을 발견하려는 호기심 가득한 인간의 눈길들이 섬뜩한 관광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그게 바로 수만 명이 죽어 폐허가 되어버린 도네츠크를 전쟁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섬뜩한 관광(le Tourisme Macabre)의 발상이다. 솔직히 현실 세계에서는 ‘섬뜩한 관광’에 대해서 상업주의 적이고 비도덕적이라는 시각과 슬픈 기억의 치유와 화합이라는 시각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비인간적이라고 무작정 비난만 할 수도 없는 게 슬픈 현실인 것이다. 과연 우리는 이 비극적인 슬픔의 관광 형태를 다듬어서 슬픈 과거의 기억을 치유하고 찬란한 미래의 기쁨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

 

최근 프랑스의 한 연구에서는 슬픔에 대한 관음증 등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다크투어가 사회적·정치적 회복력의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형태의 관광은 일종의 서사를 담고 있는데, 전쟁이나 재난 등 특별한 경험 등을 이야기할 때 이러한 서사가 진정성 있게 제시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다크 투어는 기본적으로 과도한 상업주의, 윤리 문제 등 논쟁과 갈등을 불러올 수 있으니 충분한 토론을 통해 지역 공동체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선행되어야 한다.

 

학자들은 다크투어리즘이 치유와 화합의 동력이 되는 사례도 제시하고 있다. Cyprus의 사례는 내전의 역사에 관심 있는 관광객들이 슬픈 과거를 비판적으로 재평가하는 데서 출발했고, 관광객들이 분단된 섬을 여행함으로써 양측 간의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것에도 기여했다.

 

Belfast의 경우는 위기 이후 다크투어가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에 대화와 타협을 위한 플랫폼이 된 좋은 사례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자원봉사와 관광의 결합 형태로 방문객이 구호 활동에 참여하거나 지역 주민과 교류하며 실존적 진정성을 경험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는 재난의 기억을 함께 공유하고 치유하며 지역 경제를 회복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좋은 사례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럴 때 여행이나 관광은 과거의 잔인한 비극을 강렬한 서사(이야기)를 통해 축제의 형식으로 풀어내고 상처를 치유받고 위로받는 행위가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비극은 우리에게 연민과 두려움을 경험케 해주고 마음의 동요에 이어 감정의 정화(카타르 시스)까지 일어나게 해준다. 슬픈 현실을 재창조하고 재해석하는 다크투어리즘에서 쾌락이 발생하는 건 바로 사람들의 관심이 사건 자체가 아닌, 그저 하나의 광경에 집중될 때이다.

 

연구자들은 여가와 오락이 지배적 요소가 되어 관광객의 현장경험이 전혀 다른 소비적 이미지로 변모되어 쾌락에 기반한 오락 활동으로 전락하는 것을 우려한다. 관광객들은 기차를 타고 가며 차창밖 신박하고 낯선 세계를 그저 소비하려 하지만, 현지 주민은 그 기차가 지나가는 동안에도 삶이 흔들리고 있다.

 

결국 타인의 슬픔에 대한 공감과 배려 없이는 과거에 대한 치유와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여행의 역할을 기대할 수가 없다. 관광과 여행은 인간의 욕망과 불안을 적절히 연결하는 ‘착한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몇 해 전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을 방문했을 때가 기억난다. 기록관을 둘러볼 때 해설자가 실제 그때 13살의 나이로 그 현장에 있었다고 말할 때 갑자기 울컥한 적이 있었다. 그건 40년의 세월을 거슬러 여태까지의 그 모든 감정을 한 꺼번에 전복시킬 정도의 커다란 공감이었다.

 

‘섬뜩한 관광’을 설계할 때는 관광의 형식에 있어서 내러티브(서사)가 중요하다. 슬픔의 내적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내며 화자와 타자가 함께 치유될 수 있는 공감 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관광 콘텐츠는 당시의 극단적인 고통이 관광객의 내면에 강렬하게 작용하여 또다시 닥칠 수도 있는 비극적 재난과 전쟁에도 충분히 대항할 휴머니즘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렇게 무너지지 않기 위해 훨씬 더 끔찍한 고통에 빠져 인류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섬뜩한 관광’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일 것이다. 비극적 현실로부터 인간을 해방하고 이 세상을 조금 더 해 맑은 곳으로 바꾸어 줄 ‘섬뜩한 관광’의 반전을 그려본다.

 

흔들리는 바람에 벚꽃잎마저 서둘러 야위어 가는 불면의 봄밤, 비극적 전쟁의 상흔을 달래 주는 에메랄드 별빛이 가득 찬 여명을 그리다 잠에 든다.


 

글 -박종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기획조정실장

   (주제여행포럼 학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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