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데이비드 애튼버러(1926년 5월 8일~ )가 100살을 맞았다. 우연히 BBC에서 그의 업적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전 세계 사람들 중에 한 세기를 산 사람은 많지만 한 세기를 외길로 걸어온 사람은 드물 것이다. 더구나 그 길이 권력, 돈, 그리고 명예의 지름길도 아닌 ‘자연을 전하는 길’이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바로 그가 그런 사람이다.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클레어 칼리지(Clare College)에서 자연과학(생물학)을 공부하고 1952년 견습 프로듀서 및 TV프로듀서로 BBC에 입사했다. 이후 《Zoo Quest》 진행자와 제작자로 활동했으며 1969년에서 1972년까지 3년간, 프로그램 국장(Director of Programmes)을 지냈다.
그는 BBC 내부에서 최고 경영자 자리(사장)까지 오를 기회가 있었지만 사양했다. 사장은 재정과 조직, 정치와 타협을 하는 자리인데, 자신은 총리가 하는 일에 거의 관심이 없었고, 정치적인 역할은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후 현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자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 전념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많은 이들이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성공이라 믿는 세상에서, 그는 올라가는 대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결과적으로 그의 선택은 그를 세계 방송 역사의 전설로 불리도록 만들었다.
그가 만든 13편의 자연사 다큐멘터리는 다음과 같다.
① The Infinite Variety-무한한 다양성
② Building Bodies-몸의 구조 만들기
③ The First Forests-최초의 숲
④ The Swarming Hordes-떼 지어 번성한 생물들
⑤The Conquest of the Waters-물의 정복
⑥The Invasion of the Land-육지로의 진출
⑦Victors of the Dry Lands-건조한 대지의 승자들
⑧Lords of the Air-하늘의 지배자들
⑨ The Rise of the Mammals-포유류의 부상
⑩Theme and Variations-주제와 변주
⑪ The Hunters and the Hunted-사냥꾼과 사냥감
⑫ Life in the Trees-나무 위의 삶
⑬The Compulsive Communicators-소통에 집착하는 존재들이다.
이들 자연사 프로그램은 전 세계 5억 명이 시청했다.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가 누 떼를 사냥하는 모습을 최초로 촬영했고, 6천5백만 년 전 공룡과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살아있는 화석 실러캔스 물고기를 찾아내 촬영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리고 심해의 발광 생물, 밀림의 희귀 조류까지 그는 지구촌 100여 곳을 누비며 진실 된 글과 목소리를 전했다.
반면, 인공지능 시대를 사는 지금 우리는 어떤가? 몇 초 만에 영상을 만들어내고, 음성을 복제하며, 데이터를 넘치도록 생산하고 있지만 정녕 우리가 바라봐야 하는 자연의 존재나, 자연을 왜 지켜야 하는지를 잘 알지 못하면서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AI는 사라지는 숲의 면적을 계산할 수 있다. 멸종 위기 종의 개체 수를 예측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숲이 사라질 때의 상실감, 한 생명이 가진 경이로움, 작은 곤충 하나에도 깃든 질서를 느끼는 마음을 알 리 없다. 아직은 오로지 인간의 몫으로 남아있다. 애튼버러가 평생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한 것도 바로 그런 감각이었다.
그의 백 년은 기계가 점점 영리해질수록, 자연은 경이로워져야 한다는 걸 증명하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더 빨라진 시대에 우리는 더 깊이 보고 있는가?’ ‘더 똑똑한 기계를 만들면서 인간다움을 함께 키우고 있는가?’라고 백 살의 그는 지금도 우리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




































